영화, 드라마, 문학······, 수많은 <좀비 작품>을, 저마다의 테마에 걸맞는 저자에게 엄선을 부탁했다. 영화는 이토 요시카즈 씨, 해외문학은 카자마 켄지 씨, 일본문학은 사세가와 요시하루 씨, 라이트노벨은 이다 이츠시 씨에 의한 추천. 만화와 게임에 관해서는 논고 안에서 소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많은 탓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개개의 논고와 비교하면서 읽어준다면 고맙겠다.


영화


세계 최초의 좀비 영화 <화이트 좀비>로부터 약 80년. 아이티 전승을 베이스로 해서 탄생한 좀비 영화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거쳐 카니발리즘을 가미한 스플래터로 탈바꿈 하여, 이제는 폭넓은 층에 지지 받는 호러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이러한 변천의 전거가 되는 작품 중에서, 동시에 팬들 사이에서 평가 높은 스무편을 골랐습니다.


<화이트 좀비> 빅터 핼퍼린 1932년


미군이 군정을 펼친 아이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유니버설의 몬스터 영화가 인기를 얻는 가운데 탄생한 세계최초의 장편 좀비 영화. 주인공인 미국인 커플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아이티 관광을 가나, 신부를 흠모한 주술사에 의해 신부가 좀비가 되고 만다. 본작에 등장하는 좀비는 주술사의 명령에 충실한 노예로, 평소에는 공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자주적으로 인간을 습격하는 일은 없고, 인육을 먹지도 않는다. 이 영화에 그려져 있는 것은 좀비의 무서움보다 오히려 주술사에 의해 좀비가 되고 만다는 공포인 것이다. 


독립 계열 프로덕션이 제작한 본작은, 불과 11일 동안 촬영한 저예산 영화인데, 거대 유니버설의 세트장을 빌렸기 때문에 싸구려란 느낌은 나지 않는다. 이미 <드라큐라>로 명성을 얻은 벨라 루고시의 당당한 악역 연기도 한 몫하여, 개봉 당시에는 인디 영화로는 이례적인 빅히트를 기록했다.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자크 투르뇌 1943년


서인도 제도의 홀랜드 저택에 간호사로 부임한 베시는, 살아있는 시체가 된 부인을 보살피게 된다. 간호를 계속하는 가운데 홀랜드의 인품에 반한 그녀는 어떻게든 부인을 치료하고자  지방의 부두교 의식을 의뢰하는데······. RKO의 호러 영화를 수차례 제작한 발 류튼 제작. 동명 소설 <제인 에어>를 원작으로 커트 시오드맥이 각본을 쓰고 <캣 피플>의 자크 투르뇌가 감독을 맡았다.


눈알이 튀어나온 흑인 좀비나, 수상쩍은 부두 의식이 나오기는 하지만, 좀비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비극적 러브 로맨스다. 히로인이 몽유병 환자 같은 부인의 손을 잡고, 밤이 이슥한 사탕수수 밭을 지나가는 씬을 비롯해 음영의 깊이가 있는 시적인 영상미가 아름답다.


2001년에 리메이크작 <리투얼>이 제작되었지만, 오리지널에는 아득히 미치지 못한다.


<좀비의 역병> 존 길링 1966년


콘월의 한적한 광산 마을에 의문의 역병이 창궐한다. 조사를 하러 온 포브스 경은 희생자의 묘를 다시 파내어 보는데, 원래라면 거기에 있어야할 시체가 사라져 있었다······.


5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두에 걸쳐 빼어난 호러 영화를 무수히 배출한 영국의 해머 필름 제작. 타이틀에 "흡혈"이 있긴 하지만 (원제는 THE PLAGUE OF THE ZOMBIES, 일역은 흡혈좀비) 본작의 좀비는 피를 빨지 않고, 인육을 탐내지도 않는다. 의례적으로 그들은 주술사의 뜻대로 행동하는 충실한 노예로 등장한다. 무대는 아이티에서 영국의 시골마을로 옮겨져 있지만, 본작은 <화이트 좀비>와 달라진 게 없는 클래식한 부두 좀비 영화인 것이다.


해머 영화다운 고식 무드도 농후한데, 컬러로 그려진 살아있는 시체의 비주얼은, 80년대에 양산되는 그로테스크한 좀비 영화의 양식이기도 하다. 여자 좀비의 목을 삽으로 절단하는 시퀀스는 <이블 데드>에 영향을 주었다고도 일컬어진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조지 로메로 1968년


"좀비 영화의 대부" 조지 로메로의 데뷔작이자 원조 모던 좀비 영화. 인육을 먹고, 감염되고, 뇌를 파괴당하기 직전까지 활동을 하는 좀비가 본작에서 처음 등장하여, 이후 부두 좀비를 대신하는 새로운 스탠다드가 됐다. 촬영 당시, 로메로는 스스로 설립한 제작회사에서 CM을 제작한 경험 밖에 없었고, 그 외의 스탭, 출연자에 관해서는 초보자나 마찬가지. 덤으로 제작비 11만 달러의 흑백 저예산 영화이면서, 무대를 한 채의 농가로 한정시켜, 되살아난 사자가 인간을 습격한다는 이상 사태에 직면한 인간들의 드라마를 냉철하게 담아냈다.


로메로나 각본가 존 루소에 의하면 "티켓 가격에 걸맞는 무서운 호러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 말고 다른 속뜻은 없었고,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흑인 주인공도 오디션 결과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본작은 왕왕 베트남 전쟁이나 공민권 운동 같은 이 시대의 사회정세와 함께 논해진다.


<렛 슬리핑 콥시즈 라이> 호르헤 그라우 1974년


런던에서 골동품점을 경영하는 조지는 주말을 이용해 오토바이를 타고 상품 배달을 나섰다가 상대방 과실 사고를 당한다. 그는 차의 소유자 에드너와 함께 그녀의 언니를 방문하는데, 이상한 살인사건에 휘말려 들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비공식 컬러판을 지향해 제작된 스페인=이탈리아 합작. 루치오 풀치 작품에서 솜씨를 뽐내는 지아네토 드 로지가 특수 분장을 담당하였고,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과격할만치 과격한 잔혹묘사와 리얼한 좀비 분장을 실현했다.


노골적인 카니발 씬을 포함해, 본작의 좀비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참고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모습이 필름에 비추지 않다거나, 자신의 피를 매개로 삼아 동료를 늘리는 등, 뱀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특징을 겸하고 있다.


좀비 발생의 원인은 신형 해충구제장치의 영향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로메로와 같은 즉물적, 유물론적인 톤은 느껴지지 않고 초자연적인 몬스터 영화의 맛이 있다.


<시체들의 새벽> 조지 로메로 197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속편이자 좀비영화는 물론이고 호러 영화를 대표하는 걸작이기도 하다. 발표한지 30년 이상이 흘렀는데 지금도 여전히 빛바래지 않고 영화, 게임, 소설, 만화 등 갖가지 서브 컬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작에서는 작은 마을을 습격한 좀비 팬더믹은 미국 전토로 확대되어 (혹은 세계 규모?), 무대는 한 채의 집에서 거대한 쇼핑몰로. 방송국 직원과 SWAT 대원으로 구성된 주인공 그룹은 혈육에 굶주린 좀비만이 아니라, 침략자로 돌변한 다른 생존자와도 싸워야만 한다.


전작이 비평가에게 호러 영화의 형식을 빌린 사회풍자극으로 받아들여진 일로 인해, 로메로는 그러한 수법이 가능하단 것을 깨닫고, 여기서 처음으로 사회 상황을 의도적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쇼핑몰은 소비사회의 상징이며, 생전의 습관에 의해 그곳에 모이는 좀비는 당시의 평균적인 미국인의 모습인 것이다. 


<좀비 2> 루치오 풀치 1979년


뉴욕만을 표류하는 크루저에 올라선 경찰관이 전신이 썩어 문드러진 괴물 같은 사내에게 물려 죽는다. 사건을 추적하는 신문기자 피터와 크루저의 소유자인 아가씨 앤은 행방불명 된 그녀의 부친을 찾아 카리브 해의 무투 섬을 향하는데······.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지알로(GIALLO)를 만들어온 장인 감독 루치오 폴치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에 편승해 발표한 이탈리아 좀비물. 타란티노가 '오페라적인 순간'이라 평한 안구 관통씬을 필두로 피와 내장으로 얼룩진 바이올런스 묘사가 빈번하게 나온다.


하지만 스토리 그 자체는, 40~50년대의 고도를 무대로 한 부두 좀비영화와 비슷하여, 추억의 <괴기영화>를 80년대풍 스플래터로 꾸며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비욘드> <지옥의 문>의 지아네토 드 로지가 담당한 썩은 좀비 메이크도 훌륭해서, 그로테스크함에 있어서는 본가 <시체들의 새벽>을 능가하고 있다.


<비욘드> 루치오 풀치 1981년


폐업한 호텔을 상속받은 라이자는 영업재개를 위해 개수공사를 시작하지만, 작업원이 추락사고를 일으키고, 지하실에서 썩은 사체가 발견되는 등의 괴사건을 맞게 된다. 심지어 호텔을 뜨라 경고하는 맹목의 여성이 나타나고······.


루치오 풀치가 <좀비 2>, <지옥의 문>에 이어 발표한 좀비 스플래터다. 좀비의 출연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산으로 얼굴을 눅신눅신 용해하고, 타란튤라 무리가 안구를 먹는 등 잔혹 묘사가 압권. 스플래터에 정평난 폴치 감독작 중에서도 그 과격함은 제일을 자랑한다.


그 반면 <지옥의 문>의 결괴를 테마로 한 오컬트 터치의 스토리는 의미불명인 점이 많아, 영화에 논리적인 전개를 바라는 사람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을 것이다. 주연인 카트리나 맥콜은 일본에서는 영화판 <베르사유의 장미>의 오스칼 역으로 유명한데, 풀치 좀비영화 <지옥의 문> <세미트리>에도 출연했다.


<죽음과 매장> 게리 쉐먼 1981년


작은 항구 마을 보터스 블러프에서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조사에 나선 보안관 댄은 수상한 사람을 차로 치게되고, 프론트 부분에 남은 피부조직을 조사하지만, 그것은 삼개월 전에 죽은 인간의 것이었다······.


<에이리언>의 콤비 댄 오배논과 로널드 슈셋이 각본을 담당. 아류의 또 아류와 같은 방화 제목이 붙어 있지만, 로메로 작품의 싸구려 에피고넨이 아니라, 비트는 맛이 있는 미스테리 터치의 부두 좀비 영화이다. 물론 카니발 묘사는 없다. 


게리 쉐먼의 연출은 절제되어 있어, 수상한 무드의 조성을 우선하면서 나직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그렇다곤 해도, 거드름 피울 뿐인 따분한 작품이 아니라, 절정부에 삽입된 바이올런스 씬이 잠기운을 날려준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탠 윈스톤이 특수 분장을 담당했고, 인간 바베큐나 산에 의한 얼굴 용해는 이탈리아 좀비영화에 필적하는 꺼름칙함.


<이블 데드> 샘 레이미 1981년


샘 레이미 감독 데뷔작은 80년대 스플래터 붐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제작비는 삼천 칠백만 달러. 불과 스물 한살의 레이미가 친구들을 모아 촬영한 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텐션과 속도감으로 스크린에 피를 흩뿌린다.


그야말로 스티븐 킹이 '이제껏 없었던 가장 잔인한 호러 영화'라 평한 대로인데, 숲에 숨어 달리는 셰이키 캠 영상, 슬랩스틱한 인체 파괴 묘사는 그로테스크를 초월해 상쾌함조차 있다. 무언가와 비교되는 일이 많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작품에 당시 사회정세가 겹쳐 보인 것과 반대로, 이쪽은 속도 겉도 없는 피투성이 엔터테인먼트다. 


산장에서 주말을 보내던 학생 그룹이 악령의 습격을 받는다는, 극히 심플한 이야기로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게 대단하다. 지금까지 두편의 속편이 제작되었고,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의한 리메이크가 머지않아 완성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 - 시체들의 날> 조지 로메로 1985년  


로메로의 '리빙데드 사가' 제 3탄. 구체적으로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전작 <시체들의 새벽>에서 몇 주후, 혹은 몇 달 후의 설정일 것이다. 이미 지상에는 살아있는 시체들로 뒤덮혀, 한줌의 생존한 과학자와 병사 그룹이 거대한 지하창고에서 살고있다. 


세계규모의 대재해를 상대로 그들은 대립하여, 서로의 입장을 위태롭게 만든다. 초고 단계에서는 훗날의 <랜드 오브 데드>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 클 이야기가 될 예정이었지만, 예산 문제로 대폭 축소. 살풍경한 지하창고에서 생존자간이 불신 가득한 다툼을 벌인 끝에, 아비규환의 클라이맥스가 찾아온다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전개다.


거기에 악센트를 가미한 것이, '법'이라 이름 붙은 지능이 있는 좀비의 존재다. 과학자들에 의해 길들어진 그는, 괴물과 다름없는 외관과는 정반대로 유머러스한 동작과 주인을 향한 "충성심"으로 인해서 좀비 영화 굴지의 인기 캐릭터가 되었다.


<바탈리언> 댄 오바논 1985년


의료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프레디는, 선배로부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그 증거로 보여준 미라가 들어있는 밀봉 탱크에서 느닷없이 가스가 새어 나오고······. <죽음과 매장>의 각본가 댄 오바논이 직접 감독을 맡은 코미디 요소 강한 좀비 영화.


존 루소가 쓴 동명 소설의 영화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배논의 재창작으로 다른 작품이 되었다. 극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실제로 나오는 좀비는 뇌를 파괴당해도 죽지 않고, 태워 죽이면 기화한 가스로 인해 더 많은 동료를 늘려간다. 덤으로 제대로 지능도 있어서, 경찰 무선으로 지원을 요청해서 출동한 경찰관을 습격해버린다.


'타르맨'과 '1/2 Woman Corpse'와 같은 개성적인 좀비 디자인은 <판의 미로> <미스트>의 컨셉 아트를 담당한 윌리엄 스토트의 작품.


<좀비오> 스튜어트 고든 1985년


천재적인 의대생 허버트 웨스트는 사체를 되살리는 것이 가능한 신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한다. 그는 연구성과를 가로채려 든 힐 교수를 살해하고, 유체에 소생약을 투약하게 되는데······. 80년대에 B급 호러 영화를 연달아 제작한 엠파이어 픽쳐스의 초기에 개봉되어, 동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지은 에로, 그로테스크, 넌센스한 걸작이다.


일단은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설정이나 캐릭터를 빌려온 정도로 나머지는 대담한 어레인지. 자기 생목을 부여안은 좀비 교수가 전라여성을 혀로 핥고, 튀어나온 내장이 촉수처럼 습격해 오는 등, 께름칙한 하이텐션의 스플래터 희극을 펼친다. 의대생 웨스트를 연기한 제프리 콥스는 이 한편으로 호러 영화 팬들에게 얼굴이 알려져,두편의 속편에도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고든 감독작 중에는 <지옥 인간> <펜드럼> 등의 작품에도 출연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톰 사비니 1990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퍼블릭 도메인화 되어있는 까닭에 이제까지 여려편의 리메이크가 제작되었는데, 오리지널 판의 감독인 로메로가 제작에 참여한 것은 본작 뿐. 로메로 스스로 각본을 쓰고 <좀비>의 특수 분장을 담당했던 톰 사비니가 감독을 맡았다.


사바니는 TV시리즈 <어둠속의 외침>으로 감독 경험이 있고, 그 연출은 다소 정석에서 벗어나 있지만 견실하다. 한편, 로메로의 각본은 구작의 스토리를 따르면서도 시대성을 반영하여, 60년도 판을 모르는 계층한테도 어필할 수 있게 변경되었다. 오리지널 판의 히로인은 오빠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탓에 망연자실해서, 다른 생존자에게 있어서는 짐덩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본작의 히로인은 스스로 총을 쥐고 좀비와 대결을 벌인다.


그녀가 스커트를 벗어던지고 청바지로 갈아입는 장면은, 60년대 히로인이 90년대적인 듬직한 히로인으로 성장하는 순간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 눈을 뜨면 반복해서
  • 아득한 저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와
  • 양자 원자 스펙트럼
  • 아무래도 우리들은 패러독스 안에 갇힌 거 같아.

  • 「세계의 멸망까지 앞으로 28일하고 6시간 42분 12초」
    어느 영화 속 대사야.[각주:1]
  • 신이시여, 어째선가요? 우리들은 이제 갓 만난 참이라고요.
  • 그 누구도 알지 못해
  • 부탁해요, 너와 가까워질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세계는 끝이 나.
  • 메리 고 라운드처럼
  • 또 같은 장소로
  • 마치 뫼비우스의 고리인 것만 같아.

  • 세계는 되살아나.
  • 한쌍의 맞거울의
  •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처럼
  • 마치 클라인의 항아리처럼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 부조리함을 설명하고자 했어
  • 그러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몰랐지.
  • 어젯밤의 사건. 미지의 물체가 우리 집에 내려왔어.
  • 그걸로 시작과 끝을 매듭지을 수 있을까?

  •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지 28일하고도 6시간 42분 12초.
  • 신이시여, 어째선가요? 우리들은 아직 만나지 못했어요.
  • 그 누구도 알지 못해
  • 나는 너와 가까워져있을까?

    세계는 끝이 나.
  • 메리 고 라운드처럼
  • 또 같은 장소로
  • 마치 뫼비우스의 고리인 것만 같아.

  • 세계는 되살아나.
  • 한쌍의 맞거울의
  •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처럼
  • 마치 클라인의 항아리처럼

  • 극동의 어느 박사가 실험에 성공했지.
  • 그는 어느 고양이를 생과 사가 혼재된 상태로 만든거야.

  • 하지만 그건 양자 세계의 사정.
  • 그러니 이 세계에서는 우리들은 생과 사가 혼재된 상태로
  • 존재하는 게 불가능해.

  • 세계는 끝이 나.
  • 메리 고 라운드처럼
  • 또 같은 장소로
  • 마치 뫼비우스의 고리인 것만 같아.

  • 세계는 되살아나.
  • 한쌍의 맞거울의
  •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처럼
  • 마치 클라인의 항아리처럼

  • 세계는 끝이 나.
  • 메리 고 라운드처럼
  • 또 같은 장소로
  • 마치 뫼비우스의 고리인 것만 같아.

  • 세계는 되살아나.
  • 한쌍의 맞거울의
  • 끝없이 이어지는 이미지처럼
  • 마치 클라인의 항아리처럼

  • 나는 알고 싶어.
  • 하지만 그 누구도 떠올릴 수가 없어.
  • 나는 알고 싶어.
  • 하지만 나조차 떠올릴 수가 없어.

  • 가르쳐주시겠어요?
  • 슈뢰딩거 박사님.
  • 고양이는 살아있는 상태인가요
  • 아니면 죽은 상태인가요

  • 나는 알고 싶어.
  • 하지만 그 누구도 떠올릴 수가 없어.
  • 나는 알고 싶어.
  • 하지만 나조차 떠올릴 수가 없어.

  • 가르쳐주시겠어요?
  • 슈뢰딩거 박사님.
  • 나는 살아있는 상태인가요
  • 아니면 죽은 상태인가요
  • 어느 쪽이 현실인지를.




  • 자아 어서
  • 여름으로 가는 문을 두드리자.
  • 나와 함께
  • 여름으로 가는 문을 두드리자.

    내 부탁을 들어줘.
  •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아줘.
  • 겨울은 싫어. 너무 추운 걸.
  • 눈은 싫어. 너무 차가운 걸.
  • 그러니까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아요.
  • 나와 함께.
  •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아요.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아주세요.
  • 겨울은 싫어. 너무 깜깜한 걸.
  • 눈은 싫어. 미끄러운 걸.
  • 그러니까.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그러니까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그러니까.

    자 어서
  • 여름으로 가는 문을 두드리자.
  • 나와 함께 

  • 내 부탁을 들어줘.
  • 그 날의 나를 찾아줘.
  • 이곳은 싫어. 너무 추운 걸.
  • 이곳은 싫어. 너무 차가운 걸.
  • 그러니까

  • 여름으로 가는 문으로 데려다줘.
  • 나와 함께
  • 여름으로 가는 문으로 데려다줘.

  • 맥주를 마시고 있다면
  • 그 날의 나를 찾아줘.
  • 이곳은 싫어 너무 깜깜한 걸.
  • 이곳은 싫어 당신이 없는 걸.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그러니까.

  • 기억하나요?
  • 나도 같이 미래로 데리고가준다던 약속.
  •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 차는 하늘을 날고 있나요?
  • 로봇이 청소를 해주나요?

    하지만 틀림없이 지금과 변함없이
  • 당신이 있을 테죠.
  • 나를 금방 알아보겠죠.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그러니까.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그러니까.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 이 집의 문 중 딱 하나
  • 그 근사한 여름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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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테 웰스 클라크 아시모프
  • 하인라인 윌리엄슨 앤더슨

  • 괴테 웰스 클라크 아시모프
  • 하인라인 벤포드 그리고 니븐

    신선한 소재는 더 이상 없어.
  • 그들의 작품으로 태반은 소모되고 말았어.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괴테 웰스 클라크 아시모프
  • 하인라인 호시(신이치) 코마츠(사쿄) 츠츠이(야스타카)

  • 괴테 웰스 클라크 아시모프
  • 하인라인 호건 클라이튼 소여

  • 어느 시대건 생각하는 건 다 똑같아.
  • 그들의 작품으로 태반은 소모되고 말았어.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래 맞아 우리들은 탕진한 거야.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내 말에 동의하지?

  • 그래 맞아 그녀석들이 거덜냈지.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여전한 거야.

  • 괴테 웰스 클라크 아시모프
  • 하인라인 윌리엄슨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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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인라인 호시 코마츠 츠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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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 화이트홀 블랙홀 우주끈 타키온 
  • 사상의 지평선 외부 물질
  • 노출 특이점

    쌍둥이의 패러독스 부모살해 패러독스
  • 다세계 해석
  • 자기일관성 대체현실
    ...이제 그만해! 머리속을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질 않아.

  • 괴테 웰스 클라크 아시모프
  • 하인라인 윌리엄슨 앤더슨

  • 괴테 웰스 클라크 아시모프
  • 하인라인 호건 클라이튼 소여

  • 어느 시대건 생각하는 건 다 똑같아.
  • 그들의 작품으로 태반은 소모되고 말았어.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그래 맞아 우리들은 탕진한 거야.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내 말에 동의하지?

  • 그래 맞아 그녀석들이 거덜냈지.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 여전한 거야.


  • 보라, 이 마스크 차림의 남자를
  • 그 누구도 내 슬픔이나 눈물은 모르지
  • 나아갈 길을 간다 겁낼 필요는 없다
  • 이 내 가슴에는 정의가 있다.

    보라, 여기에 있는 평범한 남자를
  • 그 얼마나 무시당하더라도 나는 싸운다.
  •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 악의 세력에 맞서는 일을.

  •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
  • 친구와의 약속
  • 언제나 나는 아군이다.
  • 결코 배신하지 않아.
  • 그게 내 프라이드.

  • 고향의 행복.
  • 아이들과의 약속.
  • 리얼 라이프 히어로
  • 리얼 라이프 히어로
  • 그래 내가 바로
    르상티☆맨

    보라, 이 마스크 차림의 남자를
  • 그 누구도 내 아픔이나 고뇌를 모르지.
  • 나아갈 길을 간다 겁낼 필요는 없다
  • 이 내 가슴에는 정의가 있다.

  • 보라, 여기에 있는 평범한 남자를
  • 그 얼마나 무시당하더라도 나는 싸운다.
  •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 설령 수라의 길을 걷게 될지라도.

  • 가족의 미소를 위해서
  • 우정을 위해서
  • 나는 올바른 길을 간다.
  • 결코 배신하지 않아.
  • 그게 내 프라이드.

  • 흘러간 나날의 추억.
  •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
  • 리얼 라이프 히어로
  • 리얼 라이프 히어로

  •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
  • 친구와의 약속
  • 언제나 나는 아군이다.
  • 결코 배신하지 않아.
  • 그게 내 프라이드.

  • 고향의 행복.
  • 아이들과의 약속.
  • 리얼 라이프 히어로
  • 리얼 라이프 히어로
  • 그래 내가 바로
    르상티☆맨
  • 그래 내가 바로
    르상티☆맨
  • 르상티☆맨
    리얼 라이프 히어로


  1. 도니 다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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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


당신이 좋아요.

그런 말을 하면 당신은 당혹스러워 할까?

당혹스럽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만난 적도 없는, 당신을 어째서 내가 좋아할 수 있는지 미심쩍어할 거다.

지당한 일이다.


이걸 읽고있는 당신과 나는 만난 적도 없고, 어쩌면, 평생 만날 일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것은 짝사랑이나 다름없다.


이 수기를 쓰고있는 동안 나는 이걸 손에 쥐고 읽어줄 당신에 대해서 줄곧 상상해왔다.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남성일까 여성일까, 연상일까 연하일까. 

어떤 경위로 이 수기를 손에 넣은걸까.


이 수기를 손에 넣는데는 상당한 고초가 있었을 거다. 

정보적, 물리적인 프로텍트를 몇겹이나 쌓았다.


경고문도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수기를 손에 넣는 것 만으로, 당신이나, 당신의 가족한테 심각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딱히 협박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순한 사실이다.


경고와 프로텍트를 돌파해서, 당신은, 지금, 이렇게, 이 수기를 읽고있다.


당신은, 어떤 심정으로, 그 고생을 한 걸까. 흥미가 동했던 걸까, 한가해서 그랬던 걸까, 혹은 그들─300인 위원회라 불리우는 존재와 싸울 단서를 손에 넣기 위해서일까. (※1)


이런 식으로, 당신을 생각하면서, 이 수기를 쓰는 건, 무척 즐겁고, 귀중한 체험이었다.


여기에 쓰인 내용은 어느 여성의 기록이다.


자기중심에 제멋대로고, 주위 사람에 민폐를 끼치는 여자이지만, 좋은 점도 있다. 

적어도 심심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 마지막 목적이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 수기에는 그들과 싸울 단서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에 대해서는 첨부 파일을 참조해주길 바란다. 다만 안전성은 보증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수기를 읽으면 알게 되리라.


제 1장


-1-


이 무렵,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여동생 아키호와 놀던 시절의 기억이다.

아키호가 아직 어린 무렵에 했던, 건프라 놀이.

나는 하얀 건밤을 쥐고, 아키는 빨간 작크를 꼭 쥐었다.


"부웅, 뿅뿅, 콰광!"

"부웅! 빠앙!"


두개의 기체는 백색과 적색 빛이 되어 사상의 우주를 날아오른다.

진공에 번뜩이는 빔광선. 그 사이를 수놓는 슬라스터의 분사염이 그리는 곡선.

두기는 떨어졌다, 접근했다, 다시 떨어지며, 숙적처럼 연인처럼 대치한다.


"동강! 댕강! 퍼퍼펑!"


마침내 건밤의 샤벨이 작크의 토마호크를 양단내고, 재차 한칼에 제네레이터를 꿰뚫었다.


유폭. 폭발. 설령 헬멧을 쓰고 있더라도 즉사를 면치 못할 일격.


"이제 끝, 건밤의 승리!"

"이긴 거 아냐 토마호크로 피했는 걸"

"땡! 토마호크로 샤벨은 못 막아요~ 샤벨은 빔이라서 토마호크를 베어낸답니다~"

"토마호크도 빔이거든"

"그건 빔이 아니랍니다."


룰이 없는 놀이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사회적 입장, 우기기, 지식량이다.

나는 아키를 상대로, 그 세개를 전부 이기고 있었다. 

여동생을 상대로 어른스럽지가 못하다고도 말한다.


"으으"

아키는 입을 삐쭉 내민다.

"가끔은 나도 이기고 싶어!"

"안 돼. 잘 들어 아키. 정의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거야. 그게 운명이야. 기억해두렴."

"정의···"


아키도 나도 정의란 단어에 약했다. 언니가 건프라 놀이로 여동생한테 모조리 이겨버리는 거에 무슨 정의가 있냐고 지금에 와서는 생각하지만, 당시의 우리들은 정의가 정말로 좋았다.


그리고, 우리들이 좋아하는 하얀 건밤은 정의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 2 -


또 하나 떠오르는 건, 카운트다운에 관한 것.

어느 날 나는, 카이와 아키랑 로켓 발사를 보고 있었다. 카이는 아키와 같은 나이의 옆집 아이로 나한테는 동생 같은 존재였다.


발사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카이와 격투 게임을 하고 있었다. 점잖치 못한 12연승을 확정지은 무렵에 초읽기가 개시됐다.


우리 집은 카고시마 현의 타네가시마에 있고, 아버지는 우주 센터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위성의 발사는 연중행사나 같았는데, 그래도 감동이 희석되는 일은 없다.


대지를 흔들고, 배까지 울리는 소리.

터무니 없이 거대한 물체가, 말도 안 되는 힘으로, 똑바로 하늘을 향하는, 그 자태.

일찍이 누군가가 말했다.


로켓은 인간의 혼을 연료삼아 나는 것이라고. 무수한 인간의 긴 긴 노력이, 이 한순간에 불꽃이 되어 타오르고, 철로 된 덩어리에 제 1우주속도와 제 2우주속도를 돌파하는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카이, 너도 남자라면 라이트 스터프를 지닌 남자가 되렴"

올바른 자질(right stuff)

혹독한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서 필요한 그 모든 것들.


- 3 -


언제부턴가, 나는 정의의 히어로를 동경했다. 정의의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 강해지고 싶었다. 아니, 나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의의 히어로가 되기 위한 라이트 스터프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히어로와 악은, 언제나 종이 한장 차이다. 정의를 추구하는 마음이, 악을 낳는다.

그걸 깨닫는 건, 너무 늦었다.


- 4 -


이야기가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 나에 대해서 써두자.

나는 세노미야 미사키. 1994년에 타네가시마에서 태어났다.


아키와 카이와의 추억에서 미루어 짐작할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상당히 지길 싫어하는 성미로 덤으로 친구도 적다.


날 때부터 머리가 좋은 편이라, 그게 좋지 못했다.


동년배의 아이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고, 수업의 내용도 따분했다.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으면 적도 늘어나느 법으로, 자연히, 반격이 능해졌다.


초등학생 무렵에는 자주 그렇게 큰 싸움을 벌였다. 중학교 이후로는 맞붙어 싸우는 일은 없어졌지만, 대신 말로만 동급생을 울리거나 수업중에 교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등, 그런 짓만 해댔다.


결과, 주변의 그 누구도 다가오려 들지 않게 됐다.

요컨대, 흔히 있는 우등생 타입의 <기분 나쁜 녀석>이었다.

여동생 아키가 없었다면, 나는 쭈욱 그대로였을지도 모른다.


- 5 - 


그 무렵의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어린애나 갓난아기가 거북했다. 그래서 여동생이 생긴다고 알았을 때도, 처음에는, 그리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엄마 배가 커가는 걸, 처음에는 겁을 내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나빴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나는 이론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눈 앞에서, 나와 같은 피를 이어받은 생명이 태어난다,는 일은 처음 겪는 체험이고, 이론만으로는 불식시킬 수 없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마음은 어머니가 갓 태어난 여동생을 나더러 안아보라 건넸을 때. 쭈글쭈글한 얼굴의 아키호가, 그 조그만 손을 뻗어 예상 못했을만치 강한 힘으로 내 손가락을 쥐었을 때에,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그 날, 나는, 아키호야말로 지상에 태어난 천사라고 이해했고, 그 확신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나는, 이 조그만 생명을 전력으로 지키자고 마음 먹었다.

태어나서 그 때까지, 자기 힘을 낭비하던 내가, 처음으로 발견한 목적이기도 했다.


야시오 카이쇼 즉 카이와 만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야시오 가는 세노미야 가의 이웃으로, 양가는 공동으로 육아를 하고 있었다. 그런 흐름으로, 나도 작은 카이의 기저귀를 갈게 된 거다.


- 6 -


그런 연유로, 아키호가 태어나고나서부터 나는 작정하고 여동생 바보 기질을 발휘했다.


깨어있는 동안 내내, 아키호를 돌보고 있었다···고 말하면 듣기엔 좋지만, 둘이서 같이 소란을 피웠다,고 하는 편이 가까울 거다. 그런 나를 꾸짖지 않고 칭찬해준 양친의 참을성에 감사하고 싶다.


아키와 카이가 날마다 커지는 모습을, 나는 애틋하고 간절하게 지켜봤다. 걸을 수 있게 된 후에는 갈수 있는 모든 장소에 두사람을 끌고 다녔다. (무리를 해서, 자주 양가의 어머니한테 혼났다.) 생각나는 모든 놀이를 같이 했다.


통한인 것은 중학교 때 발표한 작문 <여동생 아키호의 보편적 매력에 관한 일고안>이다.


타이틀대로의 내용인데, 아키호가 얼마나 귀여운가를 원고지 30장에 걸쳐 역설한 건 그렇다쳐도, 그 귀여움이야말로 자원문제와 인구문제의 더블바인드로 고민하는 지구인류의 구제가 되리라 단언한 것은, 다소 호들갑이었다.


이어서, 지구외 생물체와 만나게 된다면, 만물에 통용하는 아키의 귀여움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히든 카드가 되리라 쓴 건, 약간 상궤를 벗어났었다고 생각한다.


득의양양 발표한 다음날, 아무리 그래도 말이 지나쳤다고 깨달았는데, 이미 엎지러진 물로, 담임은 그 작문을 콩쿨에 응모했고, 입선까지 이루고 말았다.


이후 <천재 미사키>의 횡포에 고민하는 타네가시마 교사들 사이에, 그 작문이 <최종수단>으로써 계승된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내 세계는 크게 변했다.

그래도, 내 변화는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가족 이외의 친구는 없었고, 그 이외의 인간을 어디선가 깔보고 있었다.

그게 바뀌게 된 것은 키미지마 코우란 남성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 7 -


"인간이란 시스템은 말이지, 하나의 개인으로 완결되어 있는 건 아니야. 사람은 많은 인간과 연결되어, 그 안에서 자신을 도출하고 있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은, 작은 법이야. 그러니, 자기를 바꾸고자 한다면 인간관계를 바꿔야해. 그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야"


키미지마 코우는 그렇게 말했다.

그와의 만남으로, 나나 많은 인간의 인생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생각하면, 그 말도 무게를 갖는다.


그 때, 나는 분명, 이렇게 답했다.


"확실히 인간은 타인의 영향을 받지만, 남한테 기대본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코우는, 기쁘다는 듯 끄덕이곤, 엄숙하게 낭송했다.


"나는 내 운명의 지배자요. 내 영혼의 선장은 오직 내 자신 뿐이다."

"시인가요?"

"그래. 너에게 딱맞는 시다 싶어서."


나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고개 숙였다. 그리고, 그후로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말을 썼다. 

아키한테도 카이한테도, 그리고 밋치한테도.


돌이켜 보면, 그 사람은, 언제나 사실을 말했다.

절반만큼의 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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