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 마음에 든 장면을 골라 자못 잘난척 떠들 생각으로 시작한 건듸. 140자 제한이 생각보다 빡빡해서 곧바로 아 이건 안 되겠구나 싶더라. 미련없이 당초 계획은 폐기하고 씹덕글만 싸버릇 하다보니, 자의식을 드러내는 행위에서 오는 부끄러움에 대한 면역력만 늘어나게 된지라 마 이렇게 블로그를 개설해 본 거시엇따.

블로그 노선에 대해서는 이리저리 모색 중이지만, 오프건 온이건 내가 먼저 상대방한테 다가가서 말 걸고 친해지는 그런 넉살은 없는 관계로 구독자를 기대하지 않는 글감과 서술이 주를 이룰 듯 허다.

그럼 진짜루 하지마루요~

1.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난 마짱 코믹스.(嘘つきみーくんと壊れたまーちゃん とっておきの嘘) 이루마 히토마 원작. 사토 아츠노리(佐藤敦紀) 그림.



미마짱 만화판을 보고 맨 처음 감탄한 부분은, 간단한 시선 처리로 소설 속의 무수한 이야기를 축약하여 담아내는 기법이었다. 가령 위 그림에서 히로인(마유)을 대신하여 유괴범이 되기로 결심한 소년은 마유가 납치해온 아이들과 기싸움을 벌인다.

"밥을 지어? 거기에 독이라도 집어넣으려고? 아니면, 바퀴벌레라도 먹일 셈이야?"

"독에, 바퀴벌레라... 그럼 안즈."

"이름으로 부르지 마."

"이케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들어 있는 밥이 나오면, 넌 먹을 거니?"

"먹을 리 없잖아?"

"안 먹으면 죽인다고 하면?"

"그런 걸 먹으면, 어쨌거나 결국 죽게 돼."

"아니야, 안 먹으면 네 오빠가 죽게 돼."
쉬이 고르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소녀는 겁에 질려 할 말을 잃는다.

얼마간의 침묵. 소녀를 주시하던 소년은 이내 두 눈을 감는다. -유괴범한테 학대 당하는 남매에게 깊은 공감을 느끼는 것처럼, 동정하는 것처럼, 혹은 최악으로 표현되는 자신의 유괴 경험을 반추하는 것처럼-

헌데 원작 기반 컨텐츠란 본래 원작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미리 원작을 숙지하고 있어야 의미가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원작을 잘 모르는 독자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몹시 궁금하다. 과연 유의미한 장면이긴 할런지 궁금하다는....원부심을 폭발시키며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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