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문학······, 수많은 <좀비 작품>을, 저마다의 테마에 걸맞는 저자에게 엄선을 부탁했다. 영화는 이토 요시카즈 씨, 해외문학은 카자마 켄지 씨, 일본문학은 사세가와 요시하루 씨, 라이트노벨은 이다 이츠시 씨에 의한 추천. 만화와 게임에 관해서는 논고 안에서 소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많은 탓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개개의 논고와 비교하면서 읽어준다면 고맙겠다.


영화


세계 최초의 좀비 영화 <화이트 좀비>로부터 약 80년. 아이티 전승을 베이스로 해서 탄생한 좀비 영화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거쳐 카니발리즘을 가미한 스플래터로 탈바꿈 하여, 이제는 폭넓은 층에 지지 받는 호러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이러한 변천의 전거가 되는 작품 중에서, 동시에 팬들 사이에서 평가 높은 스무편을 골랐습니다.


<화이트 좀비> 빅터 핼퍼린 1932년


미군이 군정을 펼친 아이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유니버설의 몬스터 영화가 인기를 얻는 가운데 탄생한 세계최초의 장편 좀비 영화. 주인공인 미국인 커플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아이티 관광을 가나, 신부를 흠모한 주술사에 의해 신부가 좀비가 되고 만다. 본작에 등장하는 좀비는 주술사의 명령에 충실한 노예로, 평소에는 공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그들이 자주적으로 인간을 습격하는 일은 없고, 인육을 먹지도 않는다. 이 영화에 그려져 있는 것은 좀비의 무서움보다 오히려 주술사에 의해 좀비가 되고 만다는 공포인 것이다. 


독립 계열 프로덕션이 제작한 본작은, 불과 11일 동안 촬영한 저예산 영화인데, 거대 유니버설의 세트장을 빌렸기 때문에 싸구려란 느낌은 나지 않는다. 이미 <드라큐라>로 명성을 얻은 벨라 루고시의 당당한 악역 연기도 한 몫하여, 개봉 당시에는 인디 영화로는 이례적인 빅히트를 기록했다.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자크 투르뇌 1943년


서인도 제도의 홀랜드 저택에 간호사로 부임한 베시는, 살아있는 시체가 된 부인을 보살피게 된다. 간호를 계속하는 가운데 홀랜드의 인품에 반한 그녀는 어떻게든 부인을 치료하고자  지방의 부두교 의식을 의뢰하는데······. RKO의 호러 영화를 수차례 제작한 발 류튼 제작. 동명 소설 <제인 에어>를 원작으로 커트 시오드맥이 각본을 쓰고 <캣 피플>의 자크 투르뇌가 감독을 맡았다.


눈알이 튀어나온 흑인 좀비나, 수상쩍은 부두 의식이 나오기는 하지만, 좀비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비극적 러브 로맨스다. 히로인이 몽유병 환자 같은 부인의 손을 잡고, 밤이 이슥한 사탕수수 밭을 지나가는 씬을 비롯해 음영의 깊이가 있는 시적인 영상미가 아름답다.


2001년에 리메이크작 <리투얼>이 제작되었지만, 오리지널에는 아득히 미치지 못한다.


<좀비의 역병> 존 길링 1966년


콘월의 한적한 광산 마을에 의문의 역병이 창궐한다. 조사를 하러 온 포브스 경은 희생자의 묘를 다시 파내어 보는데, 원래라면 거기에 있어야할 시체가 사라져 있었다······.


5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두에 걸쳐 빼어난 호러 영화를 무수히 배출한 영국의 해머 필름 제작. 타이틀에 "흡혈"이 있긴 하지만 (원제는 THE PLAGUE OF THE ZOMBIES, 일역은 흡혈좀비) 본작의 좀비는 피를 빨지 않고, 인육을 탐내지도 않는다. 의례적으로 그들은 주술사의 뜻대로 행동하는 충실한 노예로 등장한다. 무대는 아이티에서 영국의 시골마을로 옮겨져 있지만, 본작은 <화이트 좀비>와 달라진 게 없는 클래식한 부두 좀비 영화인 것이다.


해머 영화다운 고식 무드도 농후한데, 컬러로 그려진 살아있는 시체의 비주얼은, 80년대에 양산되는 그로테스크한 좀비 영화의 양식이기도 하다. 여자 좀비의 목을 삽으로 절단하는 시퀀스는 <이블 데드>에 영향을 주었다고도 일컬어진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조지 로메로 1968년


"좀비 영화의 대부" 조지 로메로의 데뷔작이자 원조 모던 좀비 영화. 인육을 먹고, 감염되고, 뇌를 파괴당하기 직전까지 활동을 하는 좀비가 본작에서 처음 등장하여, 이후 부두 좀비를 대신하는 새로운 스탠다드가 됐다. 촬영 당시, 로메로는 스스로 설립한 제작회사에서 CM을 제작한 경험 밖에 없었고, 그 외의 스탭, 출연자에 관해서는 초보자나 마찬가지. 덤으로 제작비 11만 달러의 흑백 저예산 영화이면서, 무대를 한 채의 농가로 한정시켜, 되살아난 사자가 인간을 습격한다는 이상 사태에 직면한 인간들의 드라마를 냉철하게 담아냈다.


로메로나 각본가 존 루소에 의하면 "티켓 가격에 걸맞는 무서운 호러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 말고 다른 속뜻은 없었고,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흑인 주인공도 오디션 결과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본작은 왕왕 베트남 전쟁이나 공민권 운동 같은 이 시대의 사회정세와 함께 논해진다.


<렛 슬리핑 콥시즈 라이> 호르헤 그라우 1974년


런던에서 골동품점을 경영하는 조지는 주말을 이용해 오토바이를 타고 상품 배달을 나섰다가 상대방 과실 사고를 당한다. 그는 차의 소유자 에드너와 함께 그녀의 언니를 방문하는데, 이상한 살인사건에 휘말려 들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비공식 컬러판을 지향해 제작된 스페인=이탈리아 합작. 루치오 풀치 작품에서 솜씨를 뽐내는 지아네토 드 로지가 특수 분장을 담당하였고, 당시로서는 지나치게 과격할만치 과격한 잔혹묘사와 리얼한 좀비 분장을 실현했다.


노골적인 카니발 씬을 포함해, 본작의 좀비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을 참고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모습이 필름에 비추지 않다거나, 자신의 피를 매개로 삼아 동료를 늘리는 등, 뱀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특징을 겸하고 있다.


좀비 발생의 원인은 신형 해충구제장치의 영향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로메로와 같은 즉물적, 유물론적인 톤은 느껴지지 않고 초자연적인 몬스터 영화의 맛이 있다.


<시체들의 새벽> 조지 로메로 1978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속편이자 좀비영화는 물론이고 호러 영화를 대표하는 걸작이기도 하다. 발표한지 30년 이상이 흘렀는데 지금도 여전히 빛바래지 않고 영화, 게임, 소설, 만화 등 갖가지 서브 컬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전작에서는 작은 마을을 습격한 좀비 팬더믹은 미국 전토로 확대되어 (혹은 세계 규모?), 무대는 한 채의 집에서 거대한 쇼핑몰로. 방송국 직원과 SWAT 대원으로 구성된 주인공 그룹은 혈육에 굶주린 좀비만이 아니라, 침략자로 돌변한 다른 생존자와도 싸워야만 한다.


전작이 비평가에게 호러 영화의 형식을 빌린 사회풍자극으로 받아들여진 일로 인해, 로메로는 그러한 수법이 가능하단 것을 깨닫고, 여기서 처음으로 사회 상황을 의도적으로 반영했다고 한다. 쇼핑몰은 소비사회의 상징이며, 생전의 습관에 의해 그곳에 모이는 좀비는 당시의 평균적인 미국인의 모습인 것이다. 


<좀비 2> 루치오 풀치 1979년


뉴욕만을 표류하는 크루저에 올라선 경찰관이 전신이 썩어 문드러진 괴물 같은 사내에게 물려 죽는다. 사건을 추적하는 신문기자 피터와 크루저의 소유자인 아가씨 앤은 행방불명 된 그녀의 부친을 찾아 카리브 해의 무투 섬을 향하는데······.


마카로니 웨스턴이나 지알로(GIALLO)를 만들어온 장인 감독 루치오 폴치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에 편승해 발표한 이탈리아 좀비물. 타란티노가 '오페라적인 순간'이라 평한 안구 관통씬을 필두로 피와 내장으로 얼룩진 바이올런스 묘사가 빈번하게 나온다.


하지만 스토리 그 자체는, 40~50년대의 고도를 무대로 한 부두 좀비영화와 비슷하여, 추억의 <괴기영화>를 80년대풍 스플래터로 꾸며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비욘드> <지옥의 문>의 지아네토 드 로지가 담당한 썩은 좀비 메이크도 훌륭해서, 그로테스크함에 있어서는 본가 <시체들의 새벽>을 능가하고 있다.


<비욘드> 루치오 풀치 1981년


폐업한 호텔을 상속받은 라이자는 영업재개를 위해 개수공사를 시작하지만, 작업원이 추락사고를 일으키고, 지하실에서 썩은 사체가 발견되는 등의 괴사건을 맞게 된다. 심지어 호텔을 뜨라 경고하는 맹목의 여성이 나타나고······.


루치오 풀치가 <좀비 2>, <지옥의 문>에 이어 발표한 좀비 스플래터다. 좀비의 출연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산으로 얼굴을 눅신눅신 용해하고, 타란튤라 무리가 안구를 먹는 등 잔혹 묘사가 압권. 스플래터에 정평난 폴치 감독작 중에서도 그 과격함은 제일을 자랑한다.


그 반면 <지옥의 문>의 결괴를 테마로 한 오컬트 터치의 스토리는 의미불명인 점이 많아, 영화에 논리적인 전개를 바라는 사람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을 것이다. 주연인 카트리나 맥콜은 일본에서는 영화판 <베르사유의 장미>의 오스칼 역으로 유명한데, 풀치 좀비영화 <지옥의 문> <세미트리>에도 출연했다.


<죽음과 매장> 게리 쉐먼 1981년


작은 항구 마을 보터스 블러프에서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조사에 나선 보안관 댄은 수상한 사람을 차로 치게되고, 프론트 부분에 남은 피부조직을 조사하지만, 그것은 삼개월 전에 죽은 인간의 것이었다······.


<에이리언>의 콤비 댄 오배논과 로널드 슈셋이 각본을 담당. 아류의 또 아류와 같은 방화 제목이 붙어 있지만, 로메로 작품의 싸구려 에피고넨이 아니라, 비트는 맛이 있는 미스테리 터치의 부두 좀비 영화이다. 물론 카니발 묘사는 없다. 


게리 쉐먼의 연출은 절제되어 있어, 수상한 무드의 조성을 우선하면서 나직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그렇다곤 해도, 거드름 피울 뿐인 따분한 작품이 아니라, 절정부에 삽입된 바이올런스 씬이 잠기운을 날려준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탠 윈스톤이 특수 분장을 담당했고, 인간 바베큐나 산에 의한 얼굴 용해는 이탈리아 좀비영화에 필적하는 꺼름칙함.


<이블 데드> 샘 레이미 1981년


샘 레이미 감독 데뷔작은 80년대 스플래터 붐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제작비는 삼천 칠백만 달러. 불과 스물 한살의 레이미가 친구들을 모아 촬영한 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텐션과 속도감으로 스크린에 피를 흩뿌린다.


그야말로 스티븐 킹이 '이제껏 없었던 가장 잔인한 호러 영화'라 평한 대로인데, 숲에 숨어 달리는 셰이키 캠 영상, 슬랩스틱한 인체 파괴 묘사는 그로테스크를 초월해 상쾌함조차 있다. 무언가와 비교되는 일이 많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작품에 당시 사회정세가 겹쳐 보인 것과 반대로, 이쪽은 속도 겉도 없는 피투성이 엔터테인먼트다. 


산장에서 주말을 보내던 학생 그룹이 악령의 습격을 받는다는, 극히 심플한 이야기로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게 대단하다. 지금까지 두편의 속편이 제작되었고,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의한 리메이크가 머지않아 완성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3 - 시체들의 날> 조지 로메로 1985년  


로메로의 '리빙데드 사가' 제 3탄. 구체적으로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전작 <시체들의 새벽>에서 몇 주후, 혹은 몇 달 후의 설정일 것이다. 이미 지상에는 살아있는 시체들로 뒤덮혀, 한줌의 생존한 과학자와 병사 그룹이 거대한 지하창고에서 살고있다. 


세계규모의 대재해를 상대로 그들은 대립하여, 서로의 입장을 위태롭게 만든다. 초고 단계에서는 훗날의 <랜드 오브 데드>를 방불케 하는 스케일 클 이야기가 될 예정이었지만, 예산 문제로 대폭 축소. 살풍경한 지하창고에서 생존자간이 불신 가득한 다툼을 벌인 끝에, 아비규환의 클라이맥스가 찾아온다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전개다.


거기에 악센트를 가미한 것이, '법'이라 이름 붙은 지능이 있는 좀비의 존재다. 과학자들에 의해 길들어진 그는, 괴물과 다름없는 외관과는 정반대로 유머러스한 동작과 주인을 향한 "충성심"으로 인해서 좀비 영화 굴지의 인기 캐릭터가 되었다.


<바탈리언> 댄 오바논 1985년


의료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프레디는, 선배로부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그 증거로 보여준 미라가 들어있는 밀봉 탱크에서 느닷없이 가스가 새어 나오고······. <죽음과 매장>의 각본가 댄 오바논이 직접 감독을 맡은 코미디 요소 강한 좀비 영화.


존 루소가 쓴 동명 소설의 영화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배논의 재창작으로 다른 작품이 되었다. 극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실제로 나오는 좀비는 뇌를 파괴당해도 죽지 않고, 태워 죽이면 기화한 가스로 인해 더 많은 동료를 늘려간다. 덤으로 제대로 지능도 있어서, 경찰 무선으로 지원을 요청해서 출동한 경찰관을 습격해버린다.


'타르맨'과 '1/2 Woman Corpse'와 같은 개성적인 좀비 디자인은 <판의 미로> <미스트>의 컨셉 아트를 담당한 윌리엄 스토트의 작품.


<좀비오> 스튜어트 고든 1985년


천재적인 의대생 허버트 웨스트는 사체를 되살리는 것이 가능한 신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한다. 그는 연구성과를 가로채려 든 힐 교수를 살해하고, 유체에 소생약을 투약하게 되는데······. 80년대에 B급 호러 영화를 연달아 제작한 엠파이어 픽쳐스의 초기에 개봉되어, 동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지은 에로, 그로테스크, 넌센스한 걸작이다.


일단은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설정이나 캐릭터를 빌려온 정도로 나머지는 대담한 어레인지. 자기 생목을 부여안은 좀비 교수가 전라여성을 혀로 핥고, 튀어나온 내장이 촉수처럼 습격해 오는 등, 께름칙한 하이텐션의 스플래터 희극을 펼친다. 의대생 웨스트를 연기한 제프리 콥스는 이 한편으로 호러 영화 팬들에게 얼굴이 알려져,두편의 속편에도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고든 감독작 중에는 <지옥 인간> <펜드럼> 등의 작품에도 출연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톰 사비니 1990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퍼블릭 도메인화 되어있는 까닭에 이제까지 여려편의 리메이크가 제작되었는데, 오리지널 판의 감독인 로메로가 제작에 참여한 것은 본작 뿐. 로메로 스스로 각본을 쓰고 <좀비>의 특수 분장을 담당했던 톰 사비니가 감독을 맡았다.


사바니는 TV시리즈 <어둠속의 외침>으로 감독 경험이 있고, 그 연출은 다소 정석에서 벗어나 있지만 견실하다. 한편, 로메로의 각본은 구작의 스토리를 따르면서도 시대성을 반영하여, 60년도 판을 모르는 계층한테도 어필할 수 있게 변경되었다. 오리지널 판의 히로인은 오빠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탓에 망연자실해서, 다른 생존자에게 있어서는 짐덩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본작의 히로인은 스스로 총을 쥐고 좀비와 대결을 벌인다.


그녀가 스커트를 벗어던지고 청바지로 갈아입는 장면은, 60년대 히로인이 90년대적인 듬직한 히로인으로 성장하는 순간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