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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가야 역을 내려서서 방위청 본부 정문으로 이어지는 가로수길은 늘상 숙연해있다. 이 길을 오가는 것은 방위청 직원이나 관련업계 관계자가 많다. 자위대의 제복을 착용한 사관들이나, 대원을 태운 지프 같은 게 빈번하게 출입하면서, 도쿄에서 가장 군의 존재를 가깝게 느끼는 장소였다.


「그나저나, 어째서 자위대는 묘한 컨셉을 밀고나가는 걸까요? 선배, 그런 생각 안 드세요?

옆에서 쾌활하게 걷는 부하―켄조 유카리는, 신기하다는 듯 나를 올려다 봤다.


『미소녀가 방위를 논하다』란 광고 컨셉 말이냐? 뭐, 있을법 하잖냐. 요즘은 드문 일도 아니지. 그런 광고, 온거리에 넘쳐나거든.


「그치만 관청이 그런 홍보를 바라다니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왜 스물셋은 안 되는 건데요! 」


「스물셋은 안 된다니 아무도 그런 소리 한적 없거든……근데 유카리, 홍보VTR에 나가고 싶은 거냐?」


간신히 일에도 익숙해진 유카리는 창통(蒼通. 광고회사 創通의 패러디.)에 입사한지 2년째, 딱 스물셋이다. 스물셋이 소녀에 해당되지 않는 사실에 이론의 여지는 없지만, 핀 포인트로 자기 연령을 지적하는 점에서, 유카리의 속내를 감출 마음이 없음을 엿볼 수 있다.


「설마요. 저는 창통의 사원이에요. 흔해빠진 탤런트랑 같은 취급 마세요.……그래도 아주 조금, 출연해줘도 괜찮을까 생각한단 말이지요. 절실하게 부탁한다면!」


창통은 일본 최대 규모의 종합광고 대리점이다. 광고사업 한 분야의 기업으로 따지면, 세계최대이기도 하다. 창통의 사원이 직접 광고에 출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나가고 싶은 거구만. 뭐 상관은 없어, 출연해줘도. 어차피 탤런트 개런티는 제대로 지불할 수 있는 안건이 아니거든.」


「어머어머, 그러십니까. 그러십니까. 선배가 그토록 간청한다면, 생각 못해 볼 것도 없네요. 미스 와세다 퀸의 자리에 빛난 저로서는, 회사를 위해서, 이 몸 다해서 봉공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어쩜 이리도 사원을 혹사하는 블랙기업일까. 응, 그래도,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솔직히 말해서, 미스 와세다란 울림이 촌스럽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이냐.」

농담 섞인 말을 하자, 유카리는 호들갑스럽게 나를 손가락질 해온다.


「지금, 선배는 전국의 와세다OB를 적으로 돌렸어요. 록온이에요. 이래 뵈도 일만 수천 명의 여자학생 중에서 정점에 섰으니까요. 선배의 눈은 옹이 구멍인가요? 아니면 뇌 쪽인가요? ……아. 과연, 그쪽 계통의, 여성한테 흥미를 갖지 않는 사람이네요. 알겠어요.」


「그 말이다, 선배라고 부르는 거 그만해줄래? 청춘 스포츠 만화 같아서 간지러운데.」


「선배는 선배잖아요. 저는 선배 말씀이 이해가 안 되네요.」


유카리는 고교시절, 강호로 유명한 테니스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한다. 애당초 와세다도, 테니스로 활약한 게 평가받아 추천입학이었단 모양이다. 그래서 남들 갑절로 상하관계에는 엄격하다. 다만, 회사에까지 부활동의 매너를 가져오는 건 아니지 싶다.


나―오리바 하야토는 창통에 입사한지 오년째. 스물여섯이다. 유카리는 세 살 연하로, 내가 처음으로 갖게 된 부하였다.


우리들은 관청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부에 속해있다. 관청이 공시하는 일반경쟁 입찰안건을 정리하고, 적절한 기획과 가격을 제안하는 게 업무였다. 오늘은, 미리 수주한 방위청의 홍보 비디오 제작을 위한 미팅을 하러 온 것이다.


머지않아 방위청의 정문 입구에 도착하려던 참에―

갑자기, 소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정한 우익은 일본에 오직 나 하나다. 유권자 제군, 우리 일본은 지금, 커다란 전환점에 들어설 순간을 맞이해 있다. 일본이 취할 방침은 얼마 남지 않았고, 남겨진 시간에 유예도 없다. 그런 까닭에, 진심으로 국가를 사랑하는 나―카구라 히마리는, 일본의 독재자가 되어 국가를 바로잡는데 혼을 바칠 생각이다.」


진원지는 확성기를 쥐고 소리치는 소녀. 방위청을 둘러싼 다소 높은 콘크리트 벽 가에, 고등학교 블레이저를 입고, 군인처럼 소녀가 직립해 있었다.


우리들의 앞을 가는 통행인은 소녀와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허둥지둥 지나쳐 간다.

「뭘까요……저거……」

유카리가 얼이 빠져 중얼였다.

「글쎄다……. 우익이라고 했으니, 우익 아닐까……?」


여고생은 한층 더 목청을 높여 외친다.


「진정한 우익은, 일본에 오직 나 하나다. 유권자 제군, 나는 결단한 것이다. 정치가가 되어서 이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분명 열여섯인 나에게는 피선거권은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길 바란다. 더 이상 과거의 상식을 질질 끌고 가서는, 장래의 안녕을 손에 넣을 수 없다. 미래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일본은 지금, 변해야할 때이다. 자우당을 폐지하고 민정당을 방축하여, 내가 일본의 독재자가 되는 것 말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개척할 수 없다.」


「열여섯……? 우익이라기 보단, 극단적인 파시스트인 게……아니, 무정부주의자……?」

유카리는 독기가 빠진 것 같았다. 우리들은 간 떨어지게 놀라, 살짝 떨어진 곳에 무심코 멈춰서고 말았다.


「진정한 우익은, 일본에 오직 나 하나다. 유권자 제군, 근년 위키리크스는, 어느 타국의 고관이 했던 말을 폭로했다. 『일본은 비만에 걸린 패배자다』라고. 현재의 일본을 미루어보건대, 슬프지만, 적확한 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배한 이래, 우리 일본은 이빨을 뽑히고, 포동포동 살이 찌기 시작했다. 허나, 연회는 끝을 맞이한 것이다. 비만에 걸린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우리들은, 뜻대로 거동을 못하고, 동맥경화에 걸리고 말았다. 일본은 지금, 전에 없는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다.」


물끄러미 소녀를 관찰하면서, 나는 나직하니 말을 했다.

「야……저 애, 상당히 사차원이지만……진짜 귀엽지 않냐?」

「저보다요?」

「농담할 때냐. 지금부터 제안할 자위대 홍보에 저런 느낌의 애가 매치한다 싶거든. 열여섯이면 여고생이고, 민낯이잖아. 저 레벨이면 곧장 써먹을 수 있겠어.」

「저는 민낯일 때도 안 달라져요.」

「안 들려. 그나저나, 흐음……」


멈춰 서서 연설을 지켜보는 우리들을 알아차렸는지, 소녀는 이쪽을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스피치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유권자 제군, 부디 나를 지지해주길 바란다. 부디 나와 함께, 일본을 일신하는 대업에 나서주길 바란다.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그 어떤 고난에 직면한들, 일본은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수한 야마토 민족의 자손인 우리들에겐, 끝을 모르는 힘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힘을 해방시켜, 태평한 미래를 그려낼 필요가 있다.」


급기야 여고생은 이쪽으로 몸을 틀어, 우리들 두 사람으로 대상을 좁혀 연설하고 있었다.


「유권자 제군, 내가 총수를 역임하는 정치결사 일본대지회(大志会)는, 국민의 힘을 결집해, 우리 일본의 복권을 지향하는 올바른 정치단체다. 우리들은 폭넓게 결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 마음에 뜨거운 열정이 깃들어있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을 걸어주길 바란다. 입회자격은 일본국적 소유자일 것뿐이다. 나는, 제군들의 동지로써 따뜻하게 맞이하고 싶다.」


연설소녀와 나는, 시선을 확실하게 주고받았다. 소녀는 격한 몸놀림을 섞어가며, 나한테 절절하게 계속 말을 걸고 있다.


―이런. 연설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싫은데……


나는 퍼뜩 시선을 돌리고,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뒤를 좇듯 유카리도 따라온다.


가능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그러나 노골적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무관심을 가장해 종종걸음으로 앞을 지나갔던 것이다.


「진정한 우익은, 일본에 오직 나 하나다. 유권자 제군, 우리 일본의 재정은 위기에 처해있고, 주변 각국에 의해 영토를 빼앗길 처지이다. 나, 카구라 히마리는 항상 일본의 미래를 걱정해―」


확성기를 통한 연설소녀의 목소리는 등 뒤를 따라왔다.

뒤돌아보면 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터벅터벅 우리들은 무심하게 계속 걸었다.

저런 소녀가 다 있구나 망연자실해 하면서, 나와 유카리는 말도 주고받지 않고서, 

걸음을 재촉해 방위청 정문으로 향했던 것이다.



미팅을 마치고 방위청 정문 게이트를 나서자, 연설소녀는 없었다. 

장소를 바꿨던지, 집에 돌아간 것이겠지.

유카리는 나한테 질문을 해온다.


「다음 예정은 국립국제 치료연구 센터죠. 얼른 가요. 저쪽이에요.」

「택시라도 잡을까.」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서 코앞인데. 뒷골목을 가로지르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고요.」

「이 부근의 길을 아는 거냐?」

「당연하죠. 도쿄는 제 마당이나 다름없답니다. 에도 토박이니까요.」

자랑스럽게 유카리는 가슴을 폈다.


나는 유카리의 안내대로 따라간다. 그러고 보면 와세다 대학은 비교적 가깝다. 츠키지 출생인 유카리라도, 이 일대라면 꿰고 있는 것이려니.


아케보노바시 역을 지나, 낡은 상점가를 우리들은 걷는다. 방위청에서 걸어서 오분, 이런 곳이 남아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나는 주변의 목조 주택가를 둘러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신주쿠 구의 이 부근은 뒤죽박죽이라 하나도 모르겠어. 이렇게나 도심인데 미로 같아서는. 일단 들어서면 다시는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얼른 재개발하란 말이다.」


내 말에 유카리는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내쉬어 보인다.


「하아……이래서 와비사비를 모르는 인간은 곤란하다니까요. 도쿄의 아름다움은 이런 점에 있는 거랍니다. 선배, 오사카나 나고야에 가보신적 있나요?」

「그야 몇 번이고 있다만.」


「잘 들으세요. 오사카도 나고야도 그거는 못써요. 거리가 바둑판 눈금인 것이, 어딜 가든 똑같고, 풍류라곤 찾아볼 수 없죠. 근데 도쿄는 달라요. 자, 봐보세요, 이 거리를. 흐르는 듯 한 곡선미, 완만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표고, 뒤범벅된 골목길과 민가. 이거야 말로 도쿄의 운치인 법이에요.」


「그렇게 좋을 리가. 사는데 불편할 뿐이야.」

「아니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배, 이 근처에 사시잖아요! 반쵸(番町)시잖아요!?」


유카리가 말하는 「반쵸」란 센다이 구의 1번가부터 6번가까지의 번지를 총칭하는 말이다. 가까운지 어떤지는 미묘하다. 자전거로 속도내면 10분 쯤 되는 거리일거다.


「여기는 안 오지. 볼일 없으니까.」

「도쿄의 멋을 모르시다니, 정말이지 실망을 금치 못하겠네요. 조만간 거리가 상하이처럼 무기질적으로 될 거라고요.」


문뜩 유카리는, 깨달았다는 양 나를 올려다본다.

「선배, 좀 전부터 두리번두리번……혹시 아까 그 아이를 찾고 계신건가요?」

「뭐, 그렇지.」

「제~법 귀여웠으니까요. 그래도 열여섯은 안 돼요. 범죄예요.」


「그게 아니야. 역시 딱 좋았을 건데. 이번 홍보 비디오에 말이다. 예산도 적고, 오만엔 정도로 촬영해준다면 감지덕지였을 텐데 말이다.」


「정말로 예산 적네요.……200만 엔으로 두 편이나 60분 홍보 비디오를 만들라니……하물며 창통의 일인 이상, 아무리 예산이 적어도 대충 만들 수는 없는 거고……손해막심이에요.」 

유카리가 한숨 섞인 말을 했다.


「너무 그러지 마라. 아무리 저예산이라도 국가사업이란 사실에 차이는 없어.」

「차라리 철수하는 건 어떨까요? 다른 회사한테 넘겨줘도 되잖아요. 수주하면 적자인데, 일부러 업무를 수행하는 의미를 모르겠어요.」


「한 건 한 건의 자잘한 사안에만 주목 하지마. 이렇게 신용을 쌓아올려 가면 우량 안건이 오는 법이니까,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면 되는 거야. 창통의 일은 그런 법이야.」


최근의 관청은 세간의 상상과는 달리, 예산이 적고, 빠듯한 요구만 해댄다. 요컨대 돈이 없다. 그래서 접대로 예산을 확대시켜 주십사 요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의미로 우량 고객인 사실은 확실하니까, 창통 입장에서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고민스런 사정도 있다.


나는 설명을 계속한다.


「『손해를 보고 이득을 취해라』란 말이 있잖아. 일본사회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어. 생각해 보라고, 막상 유사시가 되면, 방위청은 최고의 클라이언트가 되는 거라고. 그 때 거래를 안 해봤어봐라. 하루하루의 일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 시야로 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 창통의 강함인 거야.」


「유사시라니……전쟁인가요.」

「그런 것도 포함해서다.」

「있을까요……전쟁?」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카리를 향해,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답한다.


「모르지. 좀 전의 연설소녀한테라도 물어봐라.」

「아……연설하던 애다……」


골목을 돌아서 곧장, 유카리는 아연히 중얼거리면서 전방을 가리켰다.

연설소녀가, 우락부락한 두 명의 남자한테 둘러싸여 눈싸움을 하고 있다. 

소녀는 한쪽 남자한테 팔을 붙들려서, 어디론가 끌려갈 참이었다.

바로 옆에 자동차 문이 열려있다. 새하얀 도요타차. 소녀를 납치하려는 것일까.


「하지 마!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마, 개 주제에!」

소녀는 팔을 뿌리치려고 들며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남자들은 포위를 좁히고, 힘으로라도 연행하려는 모양이었다.

유카리는 당혹한 목소리를 낸다.

「어, 어쩌죠……」


「안 구할 수도 없잖아. 내가 가볼 테니 유카리는 110번에 신고해줘. 그리고 만의 하나에 경우, 큰목소리로 소리질러주면 고맙겠어.」

「역시, 선배세요.……이거, 쓰세요.」

뒤적뒤적 백을 뒤지던 유카리는, 스프레이 캔을 내밀었다.


「이게 뭐냐?」

「치한격퇴용 스프레이예요. 남자는 저를 한번 본 것만으로, 스토커가 되어버릴 가능성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언제나 만전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아직 한 번도 표적이 된 일은 없지만요!」


「시끄럽다. 너라면 스토커도 전력으로 도망칠 거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스프레이 캔을 받았다. 쓸 일은 없겠지만, 나는 만일을 위해 캔을 쥐고서, 소녀와 남자들 쪽으로 신중하게 걸어갔다.


실랑이를 벌이면서 소녀는 소리 쳤다.

「무슨 짓이냐! 이거 놔!」

「카구라 히마리, 잠자코 따라와! 잠깐 얘길 듣는 것뿐이다.」

「거짓말 마라! 그렇다면 난폭한 짓은 관둬라!」

「네가 날뛰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


남자들 배후로 접근한 나는, 질렸다는 투로 말을 건다.

「아저씨들 말이야……이런 대낮부터, 해도 되는 일하고 해선 안 되는 일이 있잖아?」

「뭐?」

남자들은, 미간을 좁히며 돌아본다.


「경찰 불렀으니까. 얼른 도망치는 편이 낫지 않겠어?」

나는 턱으로 저쪽으로 가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내 의도와는 정반대로, 남자들은 눈곱만큼도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경찰을 불렀다」는 말 하나로 달아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뭐냐? 부외자는 빠져있어!」

사내 한명이 나를 노려봤다. 흥분상태인 것 같았다. 다른 한명이 소녀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귀찮은 일이 생기기 전에 따라와! 자, 가자, 차에 타!」

「싫다! 손을 놔!」

소녀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며, 신음했다.


「부외자는 물러나 있어. 볼일은 금방 끝난다.」

나와 눈싸움을 하던 사내는 그렇게 말하곤, 재차 소녀의 팔을 잡았다.


어쩜 이리도 백주 대낮부터 당당한 폭한이 다 있을까. 이렇게까지 위엄 넘치는 범행을 저지르는 흉한을 상대로, 나는 당황했다. 일본의 치한은 세계 제일이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소녀가 끌려가는 걸 잠자코 지나칠 수는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수단을 고를 여유는 없었다. 문답무용이다.


나는 뜻을 굳히고, 남자들한테 한걸음 다가섰다.

다시 남자가 힐끔 나를 바라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천천히 나는 치한격퇴 스프레이를, 눈 앞의 남자한테 살포한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주택가에 울려퍼지는 남자의 절규.

남자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괴로워하며 뒹굴었다.

음. 효과는 발군이다.


「너 이 새끼!」

쓰러진 남자를 뛰어넘어서, 소녀한테서 손을 뗀 다른 한쪽의 사내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몸놀림이 빠르다.


순간적으로 나는 스프레이의 발사구를 조준했지만, 남자는 기민하게, 숙인 자세로 나를 향해 급접근 해왔다. 스프레이를 발사할 틈도 없이, 남자는 내 팔을 붙잡았다.


「제길! 폭한 자식이!」

「폭한이라고!? 너야말로 폭한 아니냐!」


남자가 나를 던지고자 팔을 당겼다. 나도 던져질 수 없다고, 필사적으로 남자의 팔을 붙잡는다. 그대로 실랑이하는 모양새가 됐지만, 남자의 힘이 더 세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내동댕이쳐질 직전이었다.


그 때―


「에잇!」

유카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커헉……」


느닷없이, 남자가 축 처져서, 나한테 기대듯 쓰러졌다.


유카리가 들고 있던 백으로, 남자의 후두부에 일격을 먹인 것이었다. 유카리의 백에는 노트북이 들어있다. 그 모서리로 있는 힘껏 친 것이다. 나이스 어시스트다. 힘을 잃고 쓰러지는 남자를 뿌리치고, 나는 일어서서 소녀의 손을 잡았다.


「도망치자! 달릴 수 있지?」

소녀는 눈을 크게 뜨고서 나를 올려다보고, 끄덕하고 수긍했다.


「잘 했어, 유카리. 그 구두로 달릴 수 있겠어?」

「싸움 환영. 덤빌테면 덤비라 이거예요. 에도토박이니까요.」

눈앞에서 유카리는 펌프스를 벗고, 맨발이 되었다.

그리고서 우리들은 주택가를 빠져나와, 폭한들로부터 달아났다.


유카리는 110번에 신고를 해놨을 터였다. 쓰러져 있는 폭한들은, 현장에 출동한 경관들한테, 가장 먼저 발견될 것이다.



근처의 아동공원까지 피난한 우리들은,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주택가 안에 억지로 쑤셔넣은 듯 한 조그만 공원에는, 어린애도 없었고, 한적했다.


「에이참, 스타킹이 구멍투성이……」

벤치에서 어린아이처럼 발을 쭉 뻗은 유카리는, 손에 들고 있던 구두를 땅바닥에 던져둔 채로, 지저분하게 찢어진 스타킹을 살펴봤다.


「유카리는 택시 타고 집에 가도 돼. 그 꼴로는 영업에 동행할 수 없을 거 아냐.」


「오히려 영업상, 이쯤은 되는 편이 임팩트 있지 않을까요? 어째서 이런 꼴이 되었는지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화제만점이에요.」


「하지만 그 꼴로, 고객 앞에 나설 수도 없잖냐. 약간 에로한 느낌이 나니까.」


「엑~ 하나도 에로하지 않거든요? 선배가 그런 눈으로 보니까 그런 거죠. 이걸 본 고객은, 어째선지 가엾고 딱하게 생각해서, 자기도 모르게 발주량을 늘려줄 거라고 생각해요. 문제 없다니까요!」


유카리는 불끈 주먹을 쥐고, 엄지를 세웠다. 본인이 괜찮다면야, 뭐 괜찮다 치자. 확실히 유카리가 말대로 폭한한테 습격 받은 소녀를 구출했다는 사실은, 영업에서 써먹을 소재가 될 게 분명하다.

우리들 사이에 가만히 앉아있던 소녀가, 나와 유카리를 번갈아 바라보고, 올려다보면서 말을 한다.


「구해준 거로군. 고맙다.」

그렇게 말하고, 소녀는 소중하다는 듯 확성기를 꼭 끌어안았다.


이렇게 옆에서 내려다보니, 그 미모가 한층 더 눈에 띄었다. 갈고 닦인 소녀의 조형에는 무심코 숨을 삼키게 된다. 방위청 앞에서 본 우익적인 연설과, 눈앞의 용모의 갭이 거짓말만 같다.


이 외견이라면, 방금 전처럼 스토커한테 습격 받는 것도 납득이 간다. 대비하고 있는데도 습격 받지 않는 유카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인간미가 있는 유카리의 용모와 비교해 보면, 그 미모는 격이 달랐다. 일 때문에 방송국이나 촬영 스튜디오에 출입해서 모델이나 탤런트를 볼 기회도 적지 않는 내가 보기에도, 이 아이의 용모는 군계일학으로 보였다.


「그런 상황을 목격하면, 안 구할 순 없으니까.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으~음……이렇게 가까이서 보자니……정말 귀엽네요. 꼭 인형 같아요. 선배가 눈독을 들인 것도 수긍이 가요.」


나와 유카리는 나란히 말을 걸었다.

살짝 흥분한 듯 소녀는 가슴을 억누른다.

「이런 식으로 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깜짝 놀랐다. 어쩐지 무척 기뻐……」


나는 명찰을 꺼내 내밀었다. 얘기에 따라서는, 이 아이한테 일감을 안겨줄까 생각한 것이다.


「오리바 하야토다. 창통에서 근무하고 있지. 마침 이 근처에 영업하러 왔거든. 알고 있니, 창통?」

「창통 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게까지 바보취급 하지 마.」


소녀를 발끈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당황해서 나는 사죄한다.


「그렇구나, 미안해 미안. 고등학생은, 세간의 회사를 모르는 아이도 잔뜩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창통, 겐조 유카리예요. 잘 부탁해.」

유카리도 따라서 명찰을 내밀었다.


소녀는 확성기를 내려놓고, 우리들의 명찰을 받았다. 잠시 동안 우리들의 명찰을 바라보던 소녀는, 교복 주머니에서 명찰 케이스를 꺼내들어, 건넨 명찰을 집어넣는다.


명찰 케이스를 갖고 있는 고등학생은 일단 없다. 얘는 대체 정체가 뭘까.


그리고 소녀는 명찰을 척하니 두장 꺼내들어, 우리들한테 내밀었다.


「카구라 히마리다. 앞으로는 히마리라 불러다오. 정치결사 일본대지회의 총수를 역임하고 있다. 고교 2학년. 자택은 이 근처다.」


나는 명찰을 받아 쥐고서, 집어 삼킬 듯 명함을 노려봤다.




나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었다. 어떤 표정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눈 앞의 미소녀―카구라 히마리는, 나를 응시하면서 재차 확성기를 손에 쥐고서, 그걸 힘주어 끌어안았다.


―보자……어디부터 딴죽을 걸면 되는 걸까…….

농담이기를 기대했는데, 히마리는 아주 진지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침묵을 견디지 못했는지, 유카리가 명찰과는 관계 없는 말을 꺼낸다.


「히마리 쨩, 그 확성기……계속 끌어안고 있는데, 소중한 거니?


「이건 내 소중한 파트너다. 힘들 때도 괴로울 때도, 항상 함께 해왔지. 이름은 『카쿠 씨(拡さん=확산과 발음이 같음)』라고 붙여주었지. 


「말장난이냐.」

「스케 씨도 있겠구나 틀림없이.」


「살짝 낡았지만, 이래 뵈도 매일 빠짐없이 청소해준 거다. 이녀석과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거든.」


살펴보니, 확성기는 꽤 낡은 듯 했다. 군데 군데 작은 금이 가있고, 여기저기 검은 얼룩, 오래 사용한 느낌이 장난 아니다. 어지간히 오래 써온 증거일 테지.


「그런데 말야……이 정치결사……진짜야?


「진짜라니 무슨 뜻이지? 우리 일본대지회는 버젓히 도쿄도 선거관리 위원회에 신청서를 내서, 총무대신의 인가를 받은 어엿한 정치단체다. 수익보고도 거르지 않고 행하고, 만전의 운영을 다할 작정이다.」


거기까지 말하고 히마리는 고개를 숙이고, 쓸쓸하단 듯 말을 잇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원의 획득은 뜻대로 되지 않고, 항상 적자라서 난처하지……결사 설립시에 세운 계획으로는, 지금쯤은 당원 30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는데……아무도 얘길 들어주질 않아……


「그럼 히마리 정당의 당원, 지금, 몇 명이나 있어?」

쭈뼛쭈뼛, 나는 물었다.


「……지, 지금은……아직 나 하나 밖에 없다……허나 언젠가, 다들 알아줄 때가 오리라 생각해……반드시……」

「……」

「……」


침통한 표정의 히마리가 어쩐지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와 유카리는 잠자코 얼굴을 살펴봤다. 그 주장은 너무나도 우편향이라 두려울 정도지만, 히마리는 히마리 나름대로 진지할 게 틀림없다. 최선을 다하는 녀석일수록,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았으면 싶은 게 인정일 거다.

퍼뜩 히마리는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해온다.


「너희들, 현재의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나?」


「느닷없이 그런 말을 꺼내도 말이지……우리 집안은 자우당이 생겨났을 적부터 줄곧 자우당에 헌금하고 있기도 하고, 나도 정치적으론 보수인데.」


「너는?」

「나는 그 때의 상황에 따라……」


나와 유카리의 대답에, 히마리는 진절머리가 난 것 같았다.

「글러먹었군 너희들은. 놀랍다. 얘기가 안 돼. 비국민인데도 정도가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어떤 사람이라도 정치 스탠스를 가져야만 해. 위태로운 상황을 구해준 의리는 있지만, 정치상의 신념을 양보할 순 없다.」


찌릿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히마리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는다.


「일본은 강해져야만 해. 허나 지금의 정치로는 하나도 안 돼. 근본부터 뒤집지 않아서는. 그것을 위해 나는 밤낮으로 싸우고 있다.」

「……」

「……」


재차 나와 유카리는 침묵했다. 어떻게 대답하란 거야.

아랑곳 않고 히마리는 연설조로 말을 잇는다.


「첫 번째로 미국과는 거리를 두어야겠지. 언제까지고 미국의 비호 아래 놓여있어서 될 리가 없어. 이빨을 뽑힌 채로, 뜻대로 휘둘릴 뿐이야. 현 상태 그대로는 미국과 함께 침몰하게 되겠지. 지금이야말로 일본은 미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포지션을 세워야 해. 우리나라에는 그럴 힘이 있어. 귀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우익이면 미국 지지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내 말에 히마리는 코웃음 친다.

「흥, 꽤나 단락적이군. 그런 녀석들은 가짜다. 얼추, 미국한테서 돈이라도 받고 있는 걸 테지. 진정한 우익은, 일본에 오직 나 하나다.」


히마리는 의연하게 단언하고, 말에 한층 더 힘을 싣는다.

「둘 째로 중공과는 대결도 불사하지 않는 자세로 외교 교섭을 할 것. 그런 각오가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교섭이 가능해진다. 아시아에 양웅은 필요 없다. 머지않아 중국과는 자웅을 가리게 될 테지. 자위대의 더한 강화는 필수야.」


「그 양웅은, 모쪼록 중국과 인도가 맡아주길 바랄 따름이야. 일본은 아시아의 스위스 같은―」

「나약한 놈! 그래서 너는 글러먹은 거다!」


느닷없이 히마리가 내 말을 끊고, 눈을 크게 뜨고서 소리친 터라, 나는 적잖이 놀랐다. 나보다 연하의 미소녀한테 호통을 듣다니, 그리 쉽게 상상할만한 시추에이션은 아니다.


「영토 확장도 불사하지 않을 것. 권력자라면, 그 정도 마음가짐으로 외교 교섭에 임해야 하지 않나.」

「영토……확장……」

유카리는 아연해 하며 중얼거렸다.


「진정한 우익은, 영토 확장을 언제까지고 꿈꾸는 법이다. 내가 말하는 영토란, 반드시 토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일본인이 아닌 자들을 상대로, 야마토 정신을 넓혀가는 것이, 참된 영토 확장이인 법이겠지.」


「극우를 돌파해버렸어.……어쩌다 이렇게 됐나……」


찬찬히 나는 히마리를 내려다 봤다. 히마리는 자기 말에 털끝만큼도 의심을 가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 일본의 미래에 있어서, 핵무장은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물론 군사력의 밑바탕이 되는 경제력의 강화, 그리고 재정의 건전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 그 모든 것을, 지금 당장 착수하지 않아서는……일찍, 하루라도 일찍, 강한 정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해.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일본대지회는 일본권력의 정점에 설 고결한 의지가 있다.」


「그, 그런 거니」

「여러 의미에서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나와 유카리는 깜짝 놀라있을 따름인데, 갑자기 히마리는 감격한 표정이 되어선, 뻐끔하니 말을 했다.


「처음이다……」

「뭐?」

「처음이야. 만난 사람과, 이렇게 정치를 논하다니……나는 지금, 맹렬히 감동하고 있다. 아무리 가두연설을 해도 안 됐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히마리는 감정을 추스를 수 없는 표정으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히마리의 정치활동에 임하는 자세는, 정진정명, 진짜였던 모양이다.


나는 사상적으로는, 에드먼드 버크를 원류로 하는 신보수주의적인 방향을 선호한다. 근년에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쯤 되는 흐름일 테지. 자국의 전통에 자신감을 갖고,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기를 쥐는 것도 주저 않고, 한편으로는 현실에 마주할 수 있도록 옛날부터 내려온 시스템을 수정하고, 글로벌한 자유무역을 촉진하고, 단속적인 혁신을 실험한다는 정치사상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일반적인 화이트 컬러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와 비교해보면, 히마리의 주장은, 지나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보수란 관점으로 보자면, 싸잡아서 「나랑은 다르다」고 잘라 말할 수 없는 구석도 있었다.

흥미가 들끓어서, 나는 물어봤다.


「가두연설, 얼마동안, 해왔어? 2주 정도니?」

「1년이다. 나는 1년간, 학교가 끝난 다음, 비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번개 치는 날도, 하루도 쉬지 않고 카쿠 씨와 함께 연설을 계속……이렇게 말을 들어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주변 민폐 쩔어……혹시 생활이 곤란하거나 한 거야?」


「그렇지는 않다. 집에서 세끼 다 먹고 있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돈이 부족해. 정치 활동비는 얼마가 있더라도 금세 없어지고 말아.」


히마리는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봤다.

「일본대지회는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렇게 만난 인연을 소중히 하고 싶다. 너희들은, 모쪼록 입당해준다면 나는 무척 기쁘다. 사실은 회비를 매달 3000엔으로 정해뒀는데, 너희들이라면 그런 것 필요 없다.」


「미안해. 아무리 그래도 우익단체의 당원은 될 수 없어. 하지만, 모처럼이니 3000엔, 후원해줄게. 좀 재밌었고, 조금쯤은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


나는 슈츠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를 빼든다. 그리고 3000엔을 히마리한테 건넸다.

그러자 히마리는 손을 떨면서, 보물을 받아들이는 듯 양손으로 지폐를 감싸며 받았다.


「저, 정말로 정말로……받아도 되는 건가……?」

나를 올려다보는 히마리의 눈은 눈물이 어려있었다. 설마 3000엔으로, 이렇게까지 감동할 줄이야 상상의 범위 밖이었다.


「왜 그래? 울 것 까진 없잖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비를 받게 됐어……기쁘지 않을 리가 있겠나……이 행운을, 일억 삼천만의 모든 일본 국민과 함께 나누고 싶다……이것은 소중하게 당비로 처리하겠다……틀림없이 지금, 일본대지회의 첫 걸음이 시작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리바 하야토……고맙다……」


「겨우 3000엔으로 그렇게까지 감동하면, 오히려 난감한데……」

「돈의 액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인 거다.」


「당비 같은 게 아니라, 히마리가 좋아하는 걸 사도되고 맘대로 써도 돼.」

자상하게 나는 그렇게 말했다.


히마리는 뺨을 흐르는 한줄기의 눈물을 닦고, 결연히 말했다.

「모은 자금은, 정치자금 규정법에 의해 보고가 의무화 돼있다. 마음 씀씀이는 감사하지만, 정당하게 처리해야만 해.」


「연설하는 것보다, 알바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겠어?」


「알바라면 하고 있다. 근처의 도시락 가게다. 그래도 정치 활동비를 충당 하는데는 부족하지만……」


「시급이 얼만데?」

「시급 1300엔이다. 원래는 고등학생은 시급 850엔이라 정해져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열심히 일을 하니까, 점장이 기뻐하며, 꽤나 올려주었지.」


옆에서 유카리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한다.

「헤에~ 히마리 쨩은 성실할 것 같다~ 그런데 정치활동은 왜 돈이 드니?」


「단체로써 활동하는 한, 세무사를 고용하지 않으면 안 돼. 신청서니 뭐니, 자잘하게 자금도 들지. 이게 큰일이거든.」


「근데 정치단체는 회비만으로 유지되니? 고작 수천 엔을 당원한테서 모아본들, 꽤나 빡빡할 거라 생각하는데.」


「대개의 정치단체는 별도의 사업으로 돈을 벌면서 유지하지. 그렇지 하지 않으면 활동비의 마련이 불가능해. 하지만 나는 장사를 모르니까, 알바를 할 수 밖에 없는 거다.」


이때다 싶어, 나는 일 이야기를 꺼내든다.

「도시락 가게 알바를 할 정도면, 조금 더 수입이 좋은 알바를 할 생각은 없니? 하루 통짜로 구속하고 오만엔을 줄 일이 있거든. 잘만 하면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 될 거야. 」


「하루로 오만……? 마, 말도 안 돼!? 나를 속이려고 드는 건가? 위험한 일을 소개하려는 거지?」

「아냐. 아냐. 이상한 일이 아냐. 살짝 비디오에 출연하는 일이라고.」

「비디오 출연이라니 척 보기에도 수상쩍잖나!」

「괜찮다니까. 창통이 발주하는 일이니까 안심해. 방위청의 홍보 비디오야. 번듯한 일이라고.」

「방위청의……?」

히마리는 숨을 삼켰다.


그다음은 나와 유카리가 교대로, 어떤 일인지를 설명했다.


단순한 얘기다. 방위청의 홍보업무의 일환으로, 금년도 방위요령을 일반인한테 알기 쉽게 말하는 홍보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뿐이다. 기업 상품의 PR은 아니니까, 최고 레벨의 스튜디오나 카메라맨을 준비할 것까지도 없다.


대본은 준비돼 있다. 히마리처럼 성실한 소녀라면, 대본을 암기하는 것은 금방일 테지. 홍보 비디오는 60분 분량이 두 편. 포스터용 촬영을 합쳐도 하루면 충분하다. 다만 출연하는 소녀는 대본을 머리에 때려 넣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 쪽이 큰일이다. 이것들 전부를 포함해 발주금액 오만은, 정식 프로덕션에 의뢰하기에는 너무 싼 금액이었다. 하지만 히마리가 개인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럭저럭 아귀가 맞을 테지.


「―그런 이유에서 창통은 200만 엔에 발주했어. 아무리 그래도 관청에 납품하는 물건이니까, 적당히는 만들 수 없어. 스튜디오니 편집 작업이니 CG제작이니, 모든 걸 감안하면 적자인 일이지. 그래서 오만엔 밖에 줄 수 없어. 그럼에도 히마리가 해줄지 어떨지.」


「내가 국방의 일익을 맡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일본인으로써, 당연히 그 일을 배명하지 않으면 안 돼. 설마 이렇게 일찍, 방위 사업에 참가하게 될 줄이야……」


영문은 모르겠으나, 히마리는 감동에 몸을 떠는 것 같았다. 방위청의 일이란 게, 히마리한테 있어서는 극히 중요한 일인 모양이다.


히마리는 몹시 감동한 듯, 나를 향해 몸을 드밀어 왔다.


「오리바 하야토……처음 방위청 앞에서 귀공을 본 순간,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심지어, 녀석들한테 폭력의 위협을 받고 있던 나를, 온몸 다해 지켜주었다. 우리 당에 처음으로 당비까지 내주었다. 덤으로 국방에 나를 종사케 해준다고 말하다니……. 어째서 이런 나한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거지?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너는 분명 내 산타클로스인 거야. 가슴이 꽉 차올라, 어떻게 지금의 마음을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하나도 다정하게 대한 기억은 없다만은, 히마리는 나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봤다. 아마도 오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면에서, 그것도 소녀한테서 스트레이트하게 작업 멘트나 다름없는 말을 듣는 일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히마리는 솔직한 마음을 토로한 것뿐이고, 깊은 의도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말을 듣는 나는 볼이 빨개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나라고 여자한테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히마리 같은 소녀랑 만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유카리가 히마리 뒤에서, 살짝 양어깨에 손을 올린다.

「히마리 쨩, 어쩜 이렇게 스트레이트할까. 듣고 있는 언니가 뭉클해졌어. 아예 사귀지 그러니. 선배는 가벼워 보여도, 의외로 성실한 구석도 아주 약간 이따금씩 찾아볼 수 있는 기분도 드니까, 아슬아슬 안심해도 오케이니까 말이지……. 아마도. 선배의 사생활은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유카리는 히마리에 양어깨에 손을 얹은 채로, 이번엔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 그래도 열여섯은 조례위반이니까요 선배. 교제는 열여덟이 되고부터예요.」

「너는 어느 쪽이냐……」


유카리를 상대해도 끝이 없으니까, 나는 일 얘기로 화제를 되돌린다.


「그렇다곤 해도, 설마 이렇게나 히마리가 의욕을 보여줄 줄은 생각도 못했어. 우리로써야 고맙지만, 하나 주의했으면 해. 그래도 홍보비디오에 출연하는 거니까, 세간에 얼굴이 알려지게 될 거야. 그런데 저항감이 있으면 무리인 일인데, 그건 괜찮겠어?」


「나는 매일, 가두에 서서 카쿠 씨와 함께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쯤으로 저항감을 느낄 리가 없지. 나에게는 일본을 바꿀 사명이 있어.」


「그럼 됐어. 그리고 열여섯이면, 친권자의 동의도 필요해. 부모님 어느 한쪽의 동의서를 받아야 될 거야.」


「전혀 문제 없다. 어머님은, 내가 정한 일이라면 관철하라고 말할 테지.」

히마리는 크게 끄덕였다.

―어머님……어떤 집안인거냐……


「하기로 결정했으면 조만간, 미팅을 하자. 연락처는, 아까 준 명찰의 주소면 괜찮겠지.」


「그렇다. 언제든지 연락해주길 바란다.……귀공은 나한테 다정하게 대해주기만 하는군. 오히려 내가, 무언가 귀공한테 해줄 일은 없겠나?」진심으로 히마리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흥보 비디오에 출연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해. 오만엔의 개런티로, 일급 미소녀를 찾는 것도 손이 가는 일이니까. 덕분에 살았어.」


「나, 나는 미소녀인가……?」

히마리는 번뜩 눈을 크게 떴다.


어깨에 손을 얹은 채로 유카리가, 히마리 뒤에서 응시한다.

「응! 히마리 쨩, 진짜 귀여워. 그런 말 들은 적 없어? 인기 많지?」


「아니……남자들은, 다들 나를 피한다……나는 분명 미움을 사고 있어……」

히마리는 고개를 떨구고, 표정을 찌푸렸다.


진지하게 낙담한 모습의 히마리를 향해, 다급히 유카리가 말을 건다.


「그, 그건 다른 방면으로 외면 받는 게 아닐까……주로 사상 면에서……그거랑 무사 같은 말투나……히마리 쨩의 외모는 문제없어, 응!」


「오리바 하야토, 너도 나를 미인이라 생각해주는 거냐?」


머뭇머뭇 히마리는, 매달리는 듯한 시선을 나에게 향했다.

나는 확실하게 끄덕여 보인다.


「어딜 봐도 히마리는 걸출한 미소녀야. 안 그러면 길가에서 만난 사람한테, 이런 일을 부탁할 리가 없지. 그렇지 않겠어?」


「……」


히마리는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떨구고서, 수줍어했다. 이윽고 끄덕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손목시계를 본다.


「자 그럼, 앞으로 20분 쯤 있으면 약속 시간이야. 그 전에 히마리를 집에 바래다줄게. 이 근처랬지? 방금 전 녀석들이 있으면 곤란하니까. 뭐니뭐니 해도 귀중한 탤런트 님이니까. 」


「그 녀석들, 스토커처럼 나를 따라다녀. 난처해.」

히마리는 미간을 좁혔다.


유카리가 답한다.

「너무해……경찰에 말하는 편이 나아」


「말해도 헛수고야. 경찰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괜히 사태가 나빠진다.」


「안 그래. 이렇게 난처해하는 히마리 쨩을 간단히 내버려두진 않을 거야.」


「그래 맞아. 앞으로는 곧장 경찰에 가는 편이 나아. 뭐하면 나중에, 나도 같이 경찰서에 동행해서 설명해 줄게. 폭행을 목격한 당사자이기도 하니까.」


나도 유카리한테 동의했다.


분명 경찰은, 실제 피해가 나오기까지 거의 움직여주지 않는다. 대응도 일시모면인 점이 잦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나 유카리가 사건을 목격했다. 이런 때야 말로 미디어 업계에 힘을 가진 창통의 이름은, 다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경찰도 미디어 관계자는 특히 정중하게 대해준다. 나나 유카리가 동행한다면, 경찰은 마지못해 하면서도 귀를 기울여줄 가능성이 크다.


아주 조금이라도 히마리를 안심시켜주고자, 나는 강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이제부터 영업이 있으니까, 경찰에 가는 건 그게 끝나고 난 다음도 괜찮겠니? 일단 스토커는 격퇴했겠다, 집까지 바래다주면 안심이겠지. 경찰서에서는, 나랑 유카리가 제대로 설명해줄게.」

하지만 히마리는 이상하다는 듯, 나와 유카리를 바라본다.


「음? 그치만 녀석들 본인이 경찰이라고? 경찰의 난폭을, 경찰에 호소한들 의미가 없지 않나?」

「……뭐?」

「……네?」


나도 유카리도, 눈이 점이 돼있었다. 의미를 모르겠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그 녀석들 공안이다. 내가 못된 꿍꿍이를 꾸미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 나는 그저, 일본을 바꾸고 싶은 것뿐이거늘.」


「공……안……?」

「고고, 공안이라니……소설에서 본적이 있어요……그거 역시 경찰……맞지요……?」


착오가 있길 바란다고 기원하는 표정으로, 유카리는 겁에 질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히마리의 다음 한마디로, 우리들의 기대는 무참하게 깨지게 됐다.


「경시청 공안부. 내 적이다.」

마침 그 순간―


―뚜르르르……뚜르르르……

유카리의 휴대폰이 울린다.

흠칫흠칫 하면서도 유카리는 휴대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눈앞에서 숨을 삼킨 유카리를 보고,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나는 금세 알았다.

유카리는 눈물어린 눈으로 휴대폰을 귓가에서 치우고, 나한테 구조선을 바란다.


「선배……경시청에서 걸려왔어요……공안 3과라고 하는데요……」

공안 제 3과는, 공안 경찰 중에서 우익을 전담해서 다루는 섹션이다.


「휴대폰, 이리 줘……어쨌든 내가 얘기해볼게……」


아연해하면서도, 나는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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