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세 야스타카 일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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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설령 세계를 잃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세계를 위해 너를 잃고 싶지 않다.
옛날에, 죽은 여자 밝히는 어딘가의 시인이 했던 말.
EPISODE 5 : 꿈의 너머로
「그래서 말이지, 거기 미소 라멘이 진짜 맛있다니까」
고등학교 무렵부터의 친구와 라멘을 먹으러 간다.
이녀석은 평소에는, 모델 클럽의 매니져를 하고 있는데, 소속 모델들도 진저리칠 만큼 라멘 홍보대사 같은 녀석이다.
「같은 가게에서 계속해서 소유를 먹은 적이 있거든. 소유도 뭐 꽤 맛있지. 그치만, 설마 미소가 그렇게 맛있을줄은, 이 나도 알아보지 못했어.」
「그 가게 소유는 나도 먹어본 적이 있어. 맛있었어. 근데 미소는 또 그렇게 달라?」
「달라. 가끔씩 들리던 가게였던 만큼 더 의외였어. 아아, 뭐라 해야할까…」
잠시 뜸을 들이며, 녀석은 적당한 말을 찾는다.
「수수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애가, 안경을 벗자 실은 귀여웠었다…그런 느낌?」
「바보야! 넌 바보야!」
그 말대로 미소는 맛있긴 했지만.
● ●
간신히 연락이 닿은 에리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일단 같이 레코드 회사의 사람과 만나 사정을 말했지만, 울면서 사과할 뿐이라 제대로 된 내용은 못됐다. 결국, 그 자리에서 고정 어린이 프로그램의 강판이 결정. 핏치만 겨우겨우 마지막까지 하기로 하고 이야기는 끝났다. 이야기가 끝난 후, 계속 울기만 하는 에리를 다독이면서 역까지 걷는다.
「죄송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죄송해요. 모두에게 폐를 끼쳐 죄송해요…」중얼중얼 혼잣말처럼 쉬지않고 사과하는 에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오늘도 하늘을 올려본다.
「그치만, 그래도…」
흐릿한 하늘이다.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핏치만큼은 할게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별이 보이질 않네.
● ●
어디선가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
조금 지나서야, 그게 내 휴대폰의 벨소리였단 걸 간신히 알아차렸다.
『네』
『아, 사장이야?』
이 난폭한 말씨는 그녀석 말곤 없다. 스탭인 토모야다.
『토막장인가』
『토막장이 아냐!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그게 말이다』
『바다냐?』
왜 들킨거지?
『또 바다 가있는거야? 알고말고 아까전부터 파도 소리가 들리고 있거든.』
『…응』
『뭐, 심정은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만. 얼른 돌아와. 다른 아이도 있으니까.』
『알아』
『아, 그리고 말이지…』
● ●
「그럼, 마스터. 다음 안주는…」
그리고 언제나의 가게・K月. 오늘은 스윙걸즈 해외원정을 갔다 돌아온 나기사랑 같이 마시러 왔다.
「그럼, 나기쨩이 좋아하는 매실이랑 차조기를 써서, 뭔가 만들어 볼까요?」
「마스터 최고!」
나기사 열렬한 박수. 이녀석은 스물 한살이 되어서도 애같다니까.
마스터랑 말을 나누고 있는 나기사를 곁눈질로 보면서 생각한다. 불행중 다행히도, 나는 에리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루카의 오디션에 따라 가고, 미호의 무대 스케쥴을 관리하고, 아리카의 프로필을 보내고, 하루나의 촬영에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귀국한 나기사랑 마신다. 할 일이 있어 다행이야. 일거리가 없었다면, 이녀석들이 없었다면, 정말로 나는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일이 있은후 몇번인가 에리와는 만났었다.
「아, 저번주 녹음 때 말이죠…」
「응」
스스로 말했던 대로, 핏치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세이라.」
「흠흠」
「그랬더니, 스튜디오에 놨둔 내 그림이 다음주 대본의 표지 그림에 실렸지 뭐에요!」
「오오! 그거 대단하네」
그리고 우리들은 대화를 나눈다. 언제나처럼 밝고, 신나게, 절대로 그 일은 건드리지 않고서.
「Happy TOGETHER는 보고 있나요?」
「가끔씩」
「굉장하다고요~ 세이라의 일러스트가, 팍팍 업로드 되고 있다구요~」
「그러니」
「굉장하다니까요. 짤막한 만화도 센스가 넘쳐서 재밌고, 그치만 그 사람도 중증의 핏치 신자네요. 핏치가 끝나면 대체 어떻게 되려나?」 그건 너한테 묻고 싶다.
핏치가 끝나면, 넌 어떻게 될거니?
「그, 그래서 있죠…히로세 씨 듣고 있어요?」
「어 그래, 듣고 있어 듣고 있어」
어느샌가 화제는 나기사의 알바 이야기로 바뀌었다.
「나기는 있죠, 이쪽에 친구가 적다구요. 뮤지컬에서 같이 출연했던 애나, 스윙에 같이 출연한 애나, 일에 관계된 사람 밖에 없어요. 그래서, 알바를 해서 동년대의 친구를 만들까 하는데, 아무래도 스케쥴이 생겼을 때, 이해해주는 알바가, 좀처럼 없어서…」
그렇겠지. 시프트나 메뉴얼이 엄격한 체인점이면, 이 일을 하고 있는 아이는 힘들거야. 그치만 이해해주는 알바처라니,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게
「여기서 일하면 되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마스터가 말한다.
「네에에에엣!!그래도 되요?」
나기사 눈망울이 촉촉하다.
분명 여기라면 이해도 해줄테고, 마스터라면 맡겨도 안심이 되고, 다른 알바생도 학생에 괜찮은 애들이고, 내 감시망도 닿고, 시급은 낮겠지만 식사도 나온다. 나쁘지 않아.
「달리 없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되고 말고요.」
마스터, 당신 좋은 사람이야.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있죠…」
「왜 그래?」
「갓 상경했을 무렵에, 나기 바 ミ○ン에서 알바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아직 신참이었는데 바쁜 시간이 되어서, 요리를 이쪽저쪽의 테이블로 날라야 해서, 익숙치 않은데 요리를 한가득 떠넘겨져서, 패닉 상태가 되어선…」
「그래서?」
「손님 머리에 라면을 쏟아붓고, 호되게 혼나고, 잘린 일이 있어요. 이런 나기라도 괜찮나요?」
「……」
그런 만화같은 시츄에이션, 여지껏 본적이 없다고.
● ●
「여어」
「안녕하세요」
핏치의 최종녹음 일이 찾아왔다.
오늘을 끝으로 에리의 스케쥴은, 내일부터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
「시험 어땠어?」
「에에 그게 말이죠…」
여느때처럼 약속장소에서 만나, 여느때처럼 가벼운 잡담을 하면서 스튜디오로 향한다.
「아참, 에리. 너『카이조』마지막권은 읽었어?」
「아니, 그니까 저는…」
「사족의 사족이라고 권말 후기가 있거든」
「네? 그럼, 그 마지막 페이지 후에 치탄이 등장해서『케케케, 이걸로 끝일거라 생각했지? 멍청한 놈들』이렇게 말해서, 전부 뒤집어지는…」
「아니,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지만…뭐, 읽어봐」
스튜디오를 가는 도중에 서점에 들려 에리한테 카이조를 사주었다. 여전히 공으로 얻는 주제에, 진열돼 있는 제일 위에 것을 집어들고자 하면 성을 내시고. 언제나와 똑같다.
● ●
최종화의 녹음은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 예정된 시간에 끝났다.
요란했던 최종화의 텐션 그대로, 다같이 쫑파티 회장으로 이동해 파티가 시작된다.
「♪愛のたーめにたたーかう♪」
에리의 노래로 막을 연 뒷풀이는 최고조로 고조되어 간다. 오늘로 모든 것이 끝난다. 10년 이상에 걸쳐 이어진 나와 에리의 이야기도 마침내 최종화인 셈이다. 그것이 쓸쓸하기도 하고, 어딘지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ゆーめが始まるスーパソーング♪」
『Super Love Songs!』이 흐르자 청중은 한층 더 히트업. 세명이 스테이지에서 안무에 맞춰 춤추고 노래한다. 드레이드 마크인 빨간 모자를 쓴 후지모토 감독이 신이 나있다. 특별 게스트인 핑쿠 선생도 신이 나있다. 카츠 씨를 비롯해, 작곡이나 작사가 선생분들도 신이 나있다. 정말로, 정말로 스탭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었다고 새삼 생각한다.
아스미 쨩, 히토미 쨩, 아야노 씨가 제각각 솔로를 노래한다. 열광은 멈추지 않는다. 뒷풀이 회장의 클럽 모니터에는, 전부 핏치 영상이 끝없이 흐른다. 점원은 다들 멋들어진 요즘 젊은이들로, 뭐야 이건 하고 눈이 점이 되어있다. 분명히 핏치는 본적이 없겠지. 좋아. 좋아. 이젠 몇잔짼가 모르게 된 맥주를 들이킨다. 오늘로 끝이다. 드디어 오늘로 끝난다. 다들 떠들어!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七色ーのー、かーぜに吹かれてー♪」
『Legend of Marmaid』다. 역시 라스트는 이 곡이야. 캐스트와 스탭이 다같이 합창이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좋은 작품을 만나 다행이야. 이 일을 에리와 할 수 있어 다행이야. 또 새로운 맥주를 마신다. 곡은 끝이 가까워졌고, 열광의 파티도 엔딩을 맞이한다.
뒷풀이가 끝났다.
● ●
에리와 둘이서 걷고 있다.
「지난번에, 친구랑 미스터 도넛에 갔었어요」
「흐음 아키하바라?」
「아니거든요. 평범한 곳」
「흐음」
끝까지 평상시대로 잡담을 하고 끝이구나 싶었다.
「거기서 있죠, 옆자리 초등학생 아이들 그룹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젠 두번다시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 하나가 굉장히 핏치를 좋아해서, 세이라 땅을 정말 좋아해서, 다른 아이들한테 계속해서 그 작품의 재미를 말하지 뭐에요」
「그랬니」
「…あのね」
「응?」
「기뻤어요. 제가 망설이면서 해서, 잘 해냈는지 자신이 없는 세이라를 그렇게나 좋아해줘서. 아니, 그 아이만이 아니라, 조금이지만 온 팬레터도 무척 기뻤어요. 동경하던 성우분과 일을 할 수 있어 기뻤어요. 초등학생 때 FM시어터에 같이 출연한 나카타 씨와 같은 작품에 나올 수 있어 기뻤어요. 노래도, 노래를 할 수 있어서…」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이녀석은.
「난, 그런 일을 저질러 이젠 안 된다는 거 잘 알아요. 많은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친 것도 알아요. 복귀하고자 해도 불가능 할 거고, 그리고 지금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요.」
그리고 이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알아버린 나도.
「그러니까…、その…」
「HP의 네 방은 폐쇄하지 않을거야」
「네?」
「2、3개월에 한번씩이라도 괜찮으니까 원고를 그려서 가져와. 업로드 해줄게. 내용은 근황이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감상이든 뭐든 상관 없어.」
「네」
「오늘로 일은 전부 끝났지만, 언젠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거든 언제든지 돌아와.」
「네」
「아, 애니코레 드래곤에서 2호 원고 의뢰가 왔다고. 어쩔래?」
「으음..그릴래. 집에서 그려 보내드릴게요.」
「좋아」
이 지구의 작은 극동 섬나라. 그 한구석에, 그리고 예능계의 끝자락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아, 그리고 보면 몇년 후엔가는 게임 만들고 있을 거였지, 우리들」
「그랬었나?」
「그렇다고」
그리고 걸어간다.
● ●
내 방의 한구석에, 무식하게 큰 코르크보드가 벽에 걸려있다. 거기에는 학생시절의 친구부터, 로케지의 스냅사진까지, 수십장의 사진이 무질서하게 붙어있다. 그 사진 사이에 뒤섞여 있는 구석진 곳의 한장, 흑백에, 약간 빛바라기 시작한 한장의 사진.
거기에 그녀석이 있다.
그 사진 안에, 아직 조막만한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의 에리는, 처음으로 찍는 프로필용 사진에 다소 긴장하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실로 근사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