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코이 11화「카오루코와 후지코 무라사키 시키부」
카오루코(후대의 무라사키 시키부)는 겐지모노가타리의 다음 내용을 쓸 것을 재촉 받으면서 자신이 모노가타리를 쓰게 된 원점을 떠올립니다. 가서는 안 되는 길. 가슴에 묻어둔 연심.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소꿉친구 후지코와의 추억.
여성의 지위가 낮은 시대상에도 굴하지 않고 '나는 팔힘으로 너는 학력으로 사내들을 이기자'고 말하던 당찬 소녀. 그저 후지코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시작한 창작활동은 이제는 황후의 총애를 얻는데까지 이르렀지만, 마지못해 결혼한 남편을 따라 지방으로 떠난 후지코의 빈자리를 채워줄 순 없습니다.
후지코에 대한 그리움과 주변의 과도한 기대가 맞물려 슬럼프에 빠진 카오루코는 어느날 같은 황후를 모시는 뇨보로부터 후지코의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후지코가 수도에 돌아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조만간 다시 지방으로 떠난다는 것.
후지코라면 예전 그대로의 강인함을 간직하고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으리라. 그렇게 믿고서 궁을 빠져나와 후지코의 거처를 찾은 카오루코였으나, 후지코는 그런 카오루코를 못본척 외면하고 다시 남편의 부임지로 떠납니다. 시들어버린 자기 모습을 카오루코 만큼은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지막 자존심이었죠.
후지코와의 영원한 이별을 예감한 카오루코는 다시금 자신이 써야할 이야기, 아니 쓰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자로 태어난 까닭에 지아비에게 종속되고 굴종할 수 밖에 없는 모든 여성들에게, 그리고 친구 후지코에게 여인의 강함을 증명하는 이야기. 여자에게 자유가 없는 이 시대에, 언제 부숴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 마음을 위로해주는 굳센 여인들의 모습을 담은 그런 이야기를.
방황을 떨쳐낸 카오루코가 완성한 구절이 원작만화에서는 와카무라사키바라 편이었지만 애니메이션은 이와 달리 아오이노우에 편입니다.
여기에는 자신이 쓴 겐지모노가타리가 후지코와 만나게 될 날(逢ふ日)을 기원하는 카오루코의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