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12.html


2006년이 머지 않아 끝난다.


황제가 없는 건 8월이었지? 천사가 없는 건 내 기억이 맞다면 12월이었을 거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커다란 폭탄이 머리 위로 느닷없이 떨어져서, 아무도 모르게 모든 것이 게임오버가 되어버리거나, 이 빌어먹을 세계를 남김없이 리셋 시켜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두서없이, 어딘지 펑크 밴드의 노랫말 같은 걸 생각하게 되는 일년의 마무리. 아니, 별로 자포자기 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저, 오늘은 무척이나 추웠기에.

그것뿐이라고. 단지 그것뿐.

밤이 또 온다. 북풍에 등을 굽히고 오늘도 나는 K月의 문을 연다.


하지만, 그러니까, 그래도…젠장맞지만, 그래도, 멋진 이 세계에 오늘도 의미도 없이 건배를 하자. 괜찮아. 아직 웃을 수 있어.


누군가에게 항상 감사를. 나는 어떻게든 살아 있습니다.



        EPISODE 12 : 그래도, 위를 보고서 걷자.


엔도 루카와 SMaRT가 분발하고 있다.

원래는 5월 무대 한정일 생각으로 결성한SMaRT. 다섯명의 멤버 앞글자를 따서 지은 그룹명인데, 지금은 정확하게는 SMT가 되었다. a랑 R이 빠졌기 때문에 말이지.


이유는『그저 의욕이 없어졌으니까. 댄스는 좋아해도 배우기만 하는 걸로 충분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그러니」라고 말하는 거 말고 달리 방법이 없으니 말이지.


그런 여러 일들이 있으면서도, 현재는 4인 편성으로 라이브 같은데 출연하고 있다. 이녀석들로 말할 것 같으면 진짜 서툴고 손이 가는 녀석들이다. 좋은 소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실전에 약하거나, 토크가 서툴거나, 정말 웃음이 나올만치 구제불능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그래도


아이돌라이브의 성지・하라주쿠 루이드에서 라이브 이벤트에 출연했다.


대기실이나 복도벽에, 많은 아티스트의 낚서나 싸인이 있어서 실로 감개무량 하다. 개장전의 시간을, 그런 갖가지 낚서나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포스터를 보면서 어슬렁 어슬렁 걷다가, 문뜩 발이 멈췄다. 어딘가의 밴드 포스터 앞이다. 캐치카피가 쓰여있다.『우리들은 위를 보지 않아. 앞을 보고 나아간다고.』


좋은 말이야. 그래도 말야.

            


        ●                       ●


키타무라 에리가 절호조다.

「야 에리! 저번에 응시한 오디션 결과가 나왔어!」

「오오! 어떻게 됐나요?」

「붙었어. 괜찮은 역할이라구~」

「やったー!」

「이걸로 내년 4월 계획은 레귤러 3편. 일기당천까지 더하면 4편이야.」

「굉장해. 잘나가는 아이돌 같아.」

「그래서 말인데…」

「응」

「저번에 했던 이야기 말인데…」

「응…미안해요」

                   

 ●                       ●


무라카미 하루나의 자연스러운 힘조절은 놀랍다.


「상담이 있어요」

「뭔데?」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요.」

「어떤 식으로?」

「물결 파마를 하고 싶어요」

「뭐?」

「조금 있으면 문화제에서 춤을 추거든요. 그래서, 물결을 넣고 싶어요.」

「하, 하루나 군. 그, 그런 헤어 스타일론…뭐시냐…일이나 오디션에 말이지…」

「으~음. 그건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다니 너…」

「하고 싶은 일을 참으면 스트레스가 쌓일 거예요. 그건 좋지 않죠.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싶어요.」


이런 자연체 탤런트는 허락될까?

「괜찮아요. 한번만 하면 만족할 거니까. 아마, 한달도 안 되서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을까요.?」

「그러냐…」

나는 머리를 벅벅 긁적이면서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                       ●


에리가 우리 사무소를 떠나게 된다.


언젠가는 오리라 생각했었고, 예감은 했었다. 너무나도 긴 시간 함께 해왔으니 말이지. 서로 생각하는 것도, 고민하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된단 말이지. 어릴적부터 재능이 있었다. 


7살에 처음으로 만난 무렵부터 재주 많고 천재 기질이 있는 아이었다. 복잡한 가정사정도 있었다. 12년 이상이나 최선을 다해 나를 따라와 줬다. 다른 탤런트와 다르게 너무 깊게 관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어린아이일 적에는 괜찮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는 조금식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리 사무소의 엔도P가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나치게 부녀 같아요. 사이가 원만할 때는 죽이 맞아서 활기 넘치는데, 시덥잖은 일로 싸울 때면 반항기의 딸이랑 엄격한 아버지로 밖에 보이질 않아. 그건 사무소의 대표와 탤런트로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죠.』라고.


그건 자각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에리가 부모를 떠나고, 내가 자식을 떠냐야할 날이 오리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서로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이이란 것도. 내가 먼저 말하지 못한 것은 내가 자식을 떠나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나란히 서서 함께 꿈을 꾸고 싶었으니까.


「죄송해요. 줄곧 신세를 져왔고, 계속 함께 하고 싶었지만…」

 

결심을 내리기까지, 이 녀석이라면, 꽤나 고민하고 괴로워 했을 게 분명하다. 그걸 아는 만큼, 나는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그러니」라고 말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겠지.


「그래도 난처하네~ 꼭 이럴 때만 스케쥴이 척척 정해진단 말이야.」

「정말, 난처하네요~」

「な~」

웃는다. 우리들은 평상시보다도 조금 더 많이 웃는다.

최종회다.

오래도록, 정말로 오래도록 이어진 에리와의 이야기도 오늘로 끝.


「그럼, 스튜디오에 들어갈까.」

「네」

12월 27일. 마지막까지 평소처럼 웃고, 일을 하고 끝내는 것이 암묵의 약속.


눈물 나는 말도 하지 않는다. 슬픈 엔딩 테마도 흐르지 않는다. 거리는 섣달의 번잡함 속에서.


마지막까지 평소대로 노력하고, 함께 일을 하고, 헤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내일 또 보자」라고 말이 헛나올 정도로.

                    

●                       ●


「그러니까, 명절요리인 쿠리킨톤은 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그렇지?」

「나는 명절을 싫어해서. 왜냐면 순 야채 투성이고 고기가 없잖아.」

「그니깐 토모미는 편식이 너무 심해. 쿠리킨톤은 있지…얘 미사, 듣고 있어?」

「아, 응. 정월은 복주머니지.」


라이브가 끝난 돌아가는 길.

SMaRT 삼인을 태우고서 국도 20호를 달리고 있다.

뒷좌석에서 시덥지 않은 대화가 들려온다. 듣고 싶은 건 아니지만, 멋대로 들려오니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엄마가 있지, 올해는 쿠리킨톤 안 만들지도 모른다고 하셔서…미사 너, 듣고 있어?」

「…んぁ~」

「우와아, 미사 벌써 잠들었잖아.」

 

신기하게도, 뒷좌석에서 시덥잖은 대화를 BGM으로 삼고 달리는 드라이브도 나쁘지 않다.


「앗! 달 예쁘다.」

「정말! 예쁘다! 예뻐!」

「우으으~ 추워어~」


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서, 떠들썩 거리는 목소리가 차안에 울린다.

달은 반달.

이렇게 올려다 보는 달도 나쁘지 않구나.

                    

●                       ●


2007년 정월.


정처없이 차를 몰고 있자니, 역시나 바다에 와버렸다.

차를 세우고 엔진은 켜둔채로 밖으로 나간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차에 기댄다.

카 오디오에서는 4.p.m.이 커버한『SUKIYAKI』가 흐르고 있다.


문뜩, 루이드에서 본 포스터를 떠올린다.


우리들은 위를 보지 않는다. 앞을 보고서 나아간다고. 으음 멋진 말이야. 하지만…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위를 보고 걸어가겠지.


똑바로 앞을 향해 걷는 것이, 가장 좋은 걸음걸이란 것쯤은 알고 있어. 앞을 향하지 않으면 내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밑의 돌부리에 걸려넘어질 위기도 있으니까. 그래도 위를 보는 것은, 그것 말곤 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루카나 SMaRT를 말할 처지가 아니다. 서투른 것은 내가 더하니까. 그래도 위를 보고 걸어가는거야. 위를 보고서, 달이나 별이나 하늘이나 구름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는 길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눈물이 나지 않도록 위를 보고서.


눈을 감는다. 파도소리만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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