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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맑음 때때로 흐림이다. 당연하게도 좋은 일이 있거니와, 나쁜 일도 있다. 옛날부터 이런저런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질리도록 말한 격언. 낡아빠진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역시 어떤 의미론 진리인 거라고.
나기사가 사무소를 관뒀다. 그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대화를 통해 결정한 일이다. 그러니까 슬프지 않다. 그러나, 쓸쓸하다. 그럴 때는 오랫만에 파칭코에 간다. 무지하게 땄다. 환전했더니 7만8천엔 플러스였다. 쓸쓸한데 기쁘다. 어라?
인생이란 틀림없이.
EPISODE 8 : 그런 법이야 캥거루.
시각은16시25분.
저녁무렵의 터미널역의 혼잡한 인파 속에서, 유달리 조그만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서 쫄래쫄래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개찰구 밖에 서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달려온다.
「안닝하세요. 시간은 아직 괜찮죠?」
「물론이지 아리카. 약속시간 5분전이니까 세이프야.」
히로세 프로젝트는 시간과 예의범절에는 몹시 엄격하다.
「오늘의 오디션은CM이죠?」
「그래 맞아. 서류 심사에서 상당히 걸러냈으니까 30명 남짓 밖에 부르지 않았어. 레벨은 높다고.」
「네, 열심히 할게요.」
넓은 역 안을 걸으면서 얘기한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 가는 거예요?」
「저기서, 또 한명 만나기로 했거든. 아! 있다 있어.」
다른 노선의 개찰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림자가, 이쪽을 돌아보자 동시에 아리카는 경직한다.
「하, 하, 하루나 쨩!?」
마츠모토 아리카는 작년 봄에 무라카미 하루나를 동경해 우리 사무소에 응모한 소녀다.
「말하자면, 정말로 동경해서, 天てれ 같은 것도 계속 봤고, 러브베리도 매월 샀고요…」
나랑 만날 때마다, 얼마나 자기가 하루나를 동경하고 있는지를 호소한다.
「뭐 열심히 하면, 조만간 만나게 될거야」
「우으으,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만나서 말할 수 있는거죠?」
「그래, 언젠가는.」
네이. 언젠가는 오늘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아우, 아우…」
아리카, 가볍게 패닉.
정말은 사전에 귀띔해 두는 편이 나았겠지만, 이 반응을 보고 싶어 비밀로 해뒀다 이 말이지. 기대한 대로 딱딱하니 좋은 반응이야, 아리카 군.
「하루나, 얘가 마츠모토 아리카」
「아아, 얘긴 들었어요. 잘 부탁해요」
「…あ、あの…ヨロシクお願いしマス」
「아리카, 왜그래? 얼굴이 빨개」
「아, 아니거든요」
「아리카, 왼손이랑 왼다리를 동시에 뻗고 있는데?」
「그, 그렇지 않거든요」
진짜 재밌다.
● ●
봄은 만남과 헤어짐의 겨절이란 모양이다.
「…그런 연유로, 모두들」
오늘은 주요 멤버의 새로운 프로필용 사진을 찍으러, 도내 모 공원에 와있다.
「갑잡스럽지만 도모야 군이 가장사정 때문에 스탭을 그만두게 됐어요」
「ええ~그런가요?」
동요하는 아가씨들.
「그리고 이 사람이 오늘부터 패밀리의 일원이 될 키타노 군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키타노 군이 쭈뼛쭈볏 거린다. 무리도 아니다. 이전번에 처음으로 나랑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싶었더니, 오늘 느닷없이 호출돼 이런 상황이니까. 참고로 명함은 아까 막 건네준 참이다. 그가 중얼인「만화랑 똑같아…」이 한마디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자, 자, 잠깐만요」
당황한 에리가 내 팔을 잡아 끈다.
「왜 그래?」
「왜 그래?가 아니에요! 키타노 유링 선생님이잖아요? 무슨 일이에요. 뭘 하고 있는 거에요, 당신은!」
「일전에 만나서, 얘길 나누고, 죽이 맞아서 패밀리에 넣었어.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유능하니까 뭐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잖아. 그리고 몇 년후엔가는 게임 만들 거 아니었어? 우리들.」
「그갸, 확실히 그럴거고, 나도 만나보고 싶었고, 재밌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
「정말이지 남의 인생을 끌어들이네요. 당신은.」
마지막으로 한숨을 쉰다. 에리, 너는 좀 더 맘 편하게 인생을 즐기길 권할게.
「그런, 연유로 여러분. 기합 넣어 사진 찍고나면, 그 다음은 가라오케 대회입니다~」
「イエーーーイ」
인생은 아름답다.
● ●
예상대로 오디션의 레벨은 높았다.
「저, 저기 쟤. □□□의 고정인 모델 ○○쨩이에요. 저쪽의 있는 애는…」
제작회사의 대기실에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면서 불안함을 내비치는 아리카와 대조적으로, 하루나는 변함없이 침착하게 앉아있다.
「어쩌지. 다들 업계 베테랑 뿐이고, 굉장히 귀엽다고요」
「괜찮아, 아리카.」
「あ、はぃ。そうですよね。」
하루나가 말하자 아리카가 자세를 고쳐 앉는다. 참으로 남자답구나, 너는. 이름을 호명하자 다섯명이 한조씩 별실로 이동해 나간다. 아리카는 하루나랑 같은 조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하루나가 곁에 있을 수 있어 기쁜듯 웃는다. 아리카의 늘씬한 등이 문 너머로 사라졌다.
생각한다. 기억컨대 아리카가 우리 사무소에 응모한 건, 작년 4월이다. 하루나를 동경해서, 약간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찾아왔다. 그로부터 1년, 처음엔 조그맣던 목소리도 조금씩 커졌고, 작은 일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치만 오디션은 아직까지 하나도 합격하지 못했다. 물론 어느 정도 레벨이 있는 걸 골라 받게하고 있으니까, 그리 간단히 붙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래저래 20연패 정도려나? 슬슬 합격하지 못하면 본인이 정신적으로 괴로워질 무렵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소 레벨이 높았던 게 아닐까? 뭐, 불러주신 것 만으로 고맙게 여기자. 서류심사를 돌파한 것만으로도 굉장하다고 생각해.
● ●
무사히 사진 촬영도 끝나고, 그대로 가라오케 대회에.
일단은 에리가 자기 싱글곡을 노래해, 분위기를 띄운다. 그나저나, 가라오케에 갔더니 노래방 책자에 자기 탤런트 노래가 실려있는 것도 기쁜 법이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지켜보고 있으면, 참으로 많은 발견을 한다.
하루나의 가성은 변함없이 쭉쭉 뻗어 기분이 좋다. 루카나 미호나 아리카나 케이코는, 수줍어 하며 혼자서는 부르지 않고, 목소리도 작다. 으음, 아깝단 말이지. 좋은 자기 어필의 장소인데 말야. 이런 곳이 아니고선 자기 가성을 들려줄 기회란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노래로 새로운 방향성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는데.
에리의 혼자서SPEED 같은 건 굉장했다구. 에리코와 히로코의 특징을 살려 부르면서, 히로코의 목이 망가질 듯한 하이톤 보이스까지 재현해내니 말이지. 자기가 오늘 멤버 중에서는 최연장자고, 분위기를 띄울 역할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단 걸 잘 알 수 있었다. 히로세 프로젝트(통칭 히로프로) 내에서는 누님의 위치 확정. 하로프로의 다음은 히로프로. 좋아! 역시 우리는 잘나가지 않을까?
덧붙여 키타노 군은 방 끝트머리에서 내가 건넨 스케치북을 쥐고 줄곧 그림 그리기. 돌아갈 무렵에 겨우 완성한 그림을 보고, 다들「오오~」「굉장해, 귀여워~」라 대절찬. 오늘의 멤버를 만화 캐릭터로 만들었단 말이지요. 노래하는 걸 보고 저 번뜩였어요.
「키타노 군. 우리 홈페이지에 네 방을 만들어주지」
「네? 뭡니까?」
「거기서 마음껏 일러스트나 만화를 그려주게. 참고로 이런 캐릭터로,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화를 그려줘.」
「사장님!그건 진짜 나이스 아이디어예요!!」
에리가 힘주어 찬동의 뜻을 표명한다.
「…으음, 네. 열심히 할게요」
오늘은 난처해할 일뿐인 키타노 군. 더욱 더 곤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분발하라고, 키타노 군.
「저 있죠, 키타노 선생님. 아리카의 캐릭턴 말이죠, 체육복 일러스트가 어떨까요? 그리고 옵션으로 머리띠를 해주신다면 키타에리 적으로는 하아하아고, 덧붙여 말하자면 머리띠 색은 노란색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등뒤에서는 에리가 키타노 군에게 왠지 수상쩍은 리퀘스트를 하고 있었다.
● ●
오디션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아리카 오디션은 어땠어?」
「그~게말이죠 하루나 쨩이 보고 있어서 긴장했어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리카는 좋았어요」
「저,정말인가요?」
동경하는 하루나 언니한테 칭찬받고 아리카 대감격. 뭐라 해야할까, 연예계를 목표로 하는 소녀가 주인공인 소녀만화라면, 주인공 캐릭터 확정이겠군. 키타노 군, 그런 만화 그려주지 않을래.
「콘티를 본 느낌이랑 오디션을 받은 느낌이면, 이미지적으로 이번엔 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리카는 상당히 기대해도 될 걸? 대사 읽기도 좋았으니까.」
「하, 하루나 쨩. 고맙습니닷!」
셋이서 얘기하면서 역까지 걷는다. 바람은 아직 살짝 차갑지만, 더는 겨울이 아니다. 봄이다.
4월이 되면 그녀는
며칠후, 아리카가 최종 심사 일곱명에 남았다는 연락이 들어온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 같은 것이다.
● ●
「맛있다. 맛있어. 마스터, 이『매실두부 차조기 무침』진짜 맛있어요!」
「나기 쨩이 먹어주길 바라고 만든 신작이니까요」마스터가 수줍게 웃는다.
「진짜로 맛있네. 이거」
「고맙습니다.」
사무소는 그만뒀지만, 상담할 게 있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나기사와는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K月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닌 모양인데, 이런 점은 실로 우리 회사답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거죠? 나기, 일은 관두지만, 상담 받고 응석부려도 괜찮은 거죠」
「괜찮아. 일을 그만둬도 너는 우리 패밀리니까」
「그렇죠. 패밀리니까요.」
나기사가 굉장히 기쁘다는 듯이 웃는다.
응. 나는 이런 사무소를 만들고 싶었어. 쓸쓸하지만 기쁘다.
● ●
상태가 나빴던 엔진이 드디어 한계가 온 모양이다.
파칭코 가게에서 귀가하는 길. 갑자기 SLOW DOWN해서 도로 위에 멈추고만 스쿠터는, 아무리 킥을 해도 재기동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으니까 지나가다 본 바이크점까지 끌고 간다.
「아아~ 이건 안 되겠네. 엔진이 맛이 가버려서, 이쪽 저쪽에 부하가 가서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편이 빨라.」
점장으로 짐작되는 아저씨가 말한다. 애시당초 너덜너덜 했던 스쿠터를 중고로 산지 2년. 매일, 그것도 상당히 장기러를 달려왔으니 말이지. 잘도 버텼다 해야할지도.
「이 가게에는…」
「싸고 막 얻은 중고 스쿠터라면 마침 한 대가 있다네」
점장이 히죽 웃는다. 의외일 만치, 새하얀 이빨이 드러났다.
가게 안에는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젊은 점원들이, 스쿠터를 꾸욱 꾸욱 광내고 있다.
「점장!이검까?」
「저거인데 말이지. 전 주인이 애지중지 탔던지라 상태도 좋고, 싸기도 하니 이득이라고」
「…얼마 정돈지 견적을 내주시겠어요?」
점장이 주머니에서 전자 계산기를 꺼내, 계산을 시작한다.
「보자, 본체 가격에 등록 사무소 수수료, 정비 비용에 배터리 새것과 교환한다 치고, 손해보험을 2년간이라 치고, 플러스 소비세를 더하면…」
점장이 전자 계산기를 나한테 내민다.
「도합, 7만8천엔입니다.」
무심코 웃고 말앗다.
「……그거, 오늘이라면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다고요」
「내일 저녁까지는 탈 수 있도록 해두겠습니다.」
점장이 이를 환히 드러내고 웃는다.
분명 인생이란, 그런 법이야 캥거루.
● ●
며칠후, 아리카CM출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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