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9.html
「여 간만이야」
「어 간만이네」
고등학교 시절 늘 상 어울리던 바보랑 오랜만에 만난다.
이 녀석은 졸업 후 한동안 행방불명이었는데, 몇 년인가 지나 재회했을 무렵에는 초대 타이거마스크 사야마 사토루 씨와 함께 슈토란 격투기를 창설해, 놀랍게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 되어 있었다.
「뭐랄까~ 격투가하면 클레버 하고 스토익 한 녀석이 많은 법인데, 이 녀석은 말이지~ 바보야. 진짜 바보에 색골이야. 하지만 강해. 우리 단체 내에선 나 다음으로 강하다고~」
후락원 홀의 대기실에서 사야마 씨가 그렇게 말하고 호쾌하게 웃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응. 정말로 바보에 색골에 강하단 말이지.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랬다. 하지만 이 녀석의 명랑함에는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이 많아서 쭉 어울렸었지.
「그래서, 너 요즘 뭐해?」
「슈토는 협회에서 부회장을 하면서 후진양성을 하고 있지.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먹고 살 수 없으니까 보험관계로 트러블버스터라고 하던가? 그런 것도 하고 있어.」
「・・다, 다시 말해서 그건 마스터 키튼 같은 거냐?」
「으~음. 살짝 다른 것 같은데. 트러블이 많아서 큰일이야.」
너, 대체 뭘 하고 사는 거야.
EPISODE 9 : 언덕 위의 만월.
U-15시장이란 말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까지 큰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그 나이대의 소녀를 데리고 있는 사무소는, 비즈니스 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다.
「그치만 말이다・・」
「네」
「U-15의 사진집이나 DVD는 내용이 판박이란 말이지. 교복이랑 블루머랑 학교 수영복이 삼종신기고, 기본은 남쪽 섬에서 웃으며 사진촬영. 동시에 비디오도 찍어서 메이킹 영상을 덧붙이면 하나 완성이거든.」
「네에」
점심이 지나, 오늘은 키타노 군을 상대로 오픈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회의.
「출판사나 모델이나 카메라맨이 바뀌어도 내용은 거의 판박이.『이런 걸 만들면 사시는 거죠?』란 꿍꿍이도 훤히 보여. 하지만, 이거는 시시하단 생각 안 들어?」
「그렇네요」
「분명 제작측은『이렇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래도, 말은 그렇게 해도 히트한 작품으로 통하는 것들도, 판매량이 엄청난 건 아니라고. 거기다 U-15팬은 연령층이 높다고. 20대・30대가 중심. 그래서 의외로 눈썰미가 있어서 얕잡아 볼 수가 없지. 제작 측의 생각을 드려다 보고서, 알면서 속아주는 사람도 적지 않아. 그러니까 말야」
「그러니까?」
「한방 먹여주고 싶단 생각 안 들어? 만든 우리들이『이건 끝내줘. 굉장하다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단 생각 안 들어?」
「괜찮네요.」
바보구만.
「수영복도 체조복도 블루머도 일절 없음. 하지만 연출에 효과적이라면 교복은 세이프. 종말이 느껴지는 풍경에 소녀. 거진 미소 없음. 심지어 대부분의 컷이 모노크롬 아니면 세피아 컬러. 확실한 세계관과 스토리가 느껴지는 사진집. 그런 팔릴 것 같지도 않지만 우리들이 사고 싶단 생각이 드는 사진집을 만들어 보지 않을래? '이런 걸 보고 싶었다고요'라고 사진집을 산 고객이 말할 법한 걸 만들어 보지 않을래?」
「괜찮네요!」
정말로 바보구만. 무난하게 귀여운 소녀로 눈웃음 짓는 수영복 사진집을 만들면, 고정적으로 일정한 이익은 기대할 수 있는데도. 하지만 이런 얼빠진 점을 잃어버리면 우리들은 틀림없이 끝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깊은 곳의 부드러운 부분을 한웅큼 파내어 보자고?」
응. 이대로 끝날 수는 없으니까.
● ●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협소한 라이브 하우스는 벌써 만석으로,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카운터에서 키타노 군이 내민 콜라를 단숨에 들이키고 숨을 내쉰다.
오늘은 에리가 멤버로 참가하고 있는 신진 성우들로 이루어진 보컬 유닛 『V.S UNION』의 첫 라이브 날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게스트로 몇 곡 부르는 것뿐이지만, 에리가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다.
첫 게스트에 이어서 V.S는 두 번째로 등장이다. 만원의 손님들의 박수와 성원에 휩싸여 에리와 멤버들이 노래한다. 꽤나 즐겁게 부르고 있네. 공연을 정말로 즐기며 노래하는 에리를 바라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말로 많은 것들을 극복하고서 여기까지 왔다.
작년 11월에 한 번 활동을 쉬고, 그러고서야 자기한테 노래나 성우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가 소중했는지를 깨닫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그리고 돌아왔다. 「아직 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하고 싶은 것도 한가득 있어요.」그리 말하고 스스로 돌아왔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떠올려보았다.
정말로 그저 즐겁게 일을 하던 아역 시절의 에리의 미소. 오늘의 에리는 그 무렵의 미소와 똑같잖아. 이제 괜찮아. 이제 걱정 없어.
앞으로가 험난하겠지만, 반드시 잘 될 거란 확신이 드는 고양감.
큰일 났네. 역시 우리들은 대박 나는 거 아닐까?
● ●
「お久しぶりです」
「あぁ、久しぶりだな」
생각났다.
라이브가 있기 며칠 전에 영화 오디션이 있었고, 거기서 옛날에 내가 거대 연예 프로덕션의 매니저로 일하던 무렵의 후배와 만났다.
「아, 지금은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건네준 명함을 보자, 거대 연예 프로덕션의 명찰로 직함은 이사였다. 무심코 휘파람을 분다.
「제법인데」
「○○나 ●●의 치프 매니저를 하고 있어요. 장난 아니라고요.」
둘 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모셔가는 잘나가는 아역 탤런트다.
「진짜 힘들다고요.」
벤치에 걸터앉은 그 녀석은 작게 한숨을 내쉰다.
「너, 살 빠진 거 아냐?」
전에 만났을 때보다 확실하게 빠진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러고 보면 히로세 씨는 독립해서 사무소를 세웠지요? 소문은 듣고 있어요.」
「뭐 그렇지」
거대 프로덕션에서 발바닥에 땀이 나게 일하며 THE연예계의 본류에 있는 너랑 다르게, 우리들은 연예계의 구석에서 내키는대로 하고 있는 독립우연대(独立愚連隊)다. 신경 쓸 정도도 아니라고.
벤치에 넙죽이 앉은채로, 그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히로세 씨는 변하질 않았네요. 언제나 즐거워 보여서 부러워요.」
비꼬는 건가? 아니, 아니야. 실은 상당히 진심이지?
「무리는 하지 마.」
「괜찮아요. 요새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나쁜 거뿐이에요.」
거대 프로덕션에 있거나 최고 주가를 달리는 아이를 담당하고 있으면, 걸림돌이 상당히 많다.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같은 거대 프로덕션 간의 관계나 방송국이나 제작회사나 광고대리점 등 헤아려도 끝이 없다.
나는 그런 게 영 거북하고, 남의 회사 더부살이도 성격에 맞지 않아 뛰쳐나온 몸이지만, 이 녀석은 수많은 걸림돌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도 노력하고 있겠지.
「이제부터라고요. 겨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으니까요.」
「그러냐. 열심히 해.」
그래도, 무리는 마.
● ●
라이브 뒤풀이도 무사히 끝나고, 멤버와 관계자는 시부야 역에서 해산했다. 방금 전까지 후드득 후드득 내리던 비도, 완전히 그쳤다. 나는 핸드폰이로 몇 건인가 일과 관계된 전화를 한 뒤, 역 근처에 세워둔 스쿠터로 귀가한다.
달리면서 라이브를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세어 나왔다. 잠시 달리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을 때의 일이었다.
「어라?」
에리가 있었다.
인접해 있는 인도를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걷고 있었다.
「아」
그쪽도 나를 발견하곤 멈춰 선다.
「그랬지 참. 너네 집 이 근처였지.」
「네? 네, 맞아요. 오늘은 고생하셨어요. 아! 이거 말인가요? 이건 있죠, 말하자면 수고한 저에게 주는 선물로・・」
허둥지둥 비닐봉지 안의 순정만화를 내민다.
「아니,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あ、はぃ」
「오늘은 수고했어.」
「네」
「이제, 괜찮은 거지」
「네!」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뀐다. 파란색은『출발』이다.
달린다. 절로 웃음이 세어 나온다.
아직 17살이다. 17살에 이만큼 노래하고 성우로도 연기의 폭이 넓은 센스 있는 아이가 달리 누가 있겠어? 그 녀석이 정말로 하고 싶어서 스스로 돌아온 거야. 딱히 잘 팔렸음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마음에 드는 일을 하게 만들어 주겠어. 최고의 무대를 준비해 주겠어. 내가 질까 보냐. 액셀을 밟는다. 비가 개인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한 번 망가져 그만둔 녀석이 그리 쉽게 잘 되겠냐고? 시끄러워. 내가 반드시 기적을 일으켜 주마. 일어나지 않으니까 기적이라고 하는 거예요? 에잇 시끄러워, 시끄러워.
나만 믿고 따라오면 다들 행복해질 거라고! 단순한 예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테이지에 선 에리의 미소를 보고나니,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향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커다란 보름달이 내가 나아갈 길을 비춰주고 있다. 길은 언덕길이 되어, 마치 나는 달을 향해 달리는 것만 같았다. 예감. 반드시 잘 될거야. 나아가라.
나는 달을 향해 달린다.
언덕 위의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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