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본들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고 오퍼를 거절했다.(長濱)

──오늘은 「악의 꽃」의 애니메이션화란 희소식을 기념해 원작자와 감독 두분을 모셨는데요, 우선 오시미 씨, 애니메이션 제작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으셨을 때는 기분이 어땠나요?


押見修造 예상도 못했던 일이라 깜짝 놀랐어요. 이 만화는 등장인물은 내내 고민만 하고, 움직임도 없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품으로는 적합한가 부적합한가 따지면, 좌우지간 부적합 하거든요.(笑)


長濱博史 이해합니다. 실은 저, 감독 제의를 한번 거절했었어요. 「이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본들, 원작팬도 오시미 선생님 본인도, 그 누구도 반기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할거라면 실사 드라마 쪽이 낫지 않겠어요」라고 말했죠.


押見 그러셨군요.


長濱 네에. 왜냐면 「악의 꽃」은 읽는 사람의 퍼스널한 부분에 호소하는 작품이잖아요. 개개인의 사정으로 공감을 하거나,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머리칼이 윤기로 반들거리는, 예쁜 애니메이션 그림으로 보여준들 「만화로 읽는 편이 낫다」는 말로 끝날 거란 말이지요.


──그럼 어째서, 받아들이신 건가요.


長濱 다시 오퍼를 주셨을 때, 그 때 딱 하나 가능성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서요. 그건 방금 말한 「실사라면」이란 말과 결부되는 이야기인데요, 로토스코프를 쓰면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그걸 제안해봤습니다.

실사 터치라면, 이건 재밌지 않을까 직감했다(押見)

──로토스코프가, 익숙치 않은 독자도 많을거라 생각하므로 설명해주시겠어요.


長濱 간단하게 말하면 실사 트레이스죠. 우선 실제 인간이 연기를 한 걸 촬영하고, 그걸 1컷 1컷 트레이스 해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기법입니다. 당연하지만 인물의 조형이나 움직임이, 무척이나 실사같이 그려지죠. TV애니메이션으로 하는 건 드문 방식이고, 번거롭기도 해서, 제작회사가 OK 싸인을 내려줄지 어떨지 알 수 없었지만, 그거라면 원작과는 또 별개로, 시청자가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싶었죠.


押見 저는 로토스코프로 찍는단 말을 듣고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스캐너 다클리」나, 옛날 작품 중의 「백설공주」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렇다고 말해야하나 그정도 밖에는 지식이 없었어요.


長濱 「밖에」가 아니에요. 보통은 거기까지만 아는 법이니까.


押見 제 그림이 애니메이션 그림이 되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실사 터치의 그림이 된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던 까닭에, 그건 재밌겠구나 직감했습니다. 다만, 이거 (로토스코프) 힘들지 않나요?


長濱 물량과의 싸움이 가장 힘든 부분이죠. 좌우지간 필요한 컷의 매수가 방대해서. 심지어 보통 애니메이션이라면 스케쥴이 절박해지면, 캐릭터의 움직임을 생략해서 컷을 줄일 수가 있어요. 하지만 로토스코프는 이미 실사 촬영을 끝냈으니까 움직임을 멈추는 게 불가능 하고, 너무나도 실사 같으니까 중간을 생략하면 부자연스러워진단 말이죠. 그래서, 그냥 열심히 그리는 수 밖엔 없죠.(笑)


──애시당초 실사가 없어서는 실사 내지는 실사같은 그림이 매치할 거란 판단은, 어떻게 내리게 되었나요.


長濱 이건 저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선생은 아마도 「악의 꽃」을 그리면서, 뭔가 다른 것을 보시며, 그걸 만화란 형태로 변환해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들이 그걸 단순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그다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요.

어떤 원작을 나는 머리속으로 보고서, 그걸 만화로 만드는 감각(押見)


押見 이 얘기는 전에도 했는데요 감독님이 「본 것을 만화로 정착시키는 거 맞죠」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어떻게 알았을까, 그 말대로야, 하고 놀란 것과 동시에 굉장히 납득이 갔어요.


長濱 역시 그렇군요.


押見 「악의 꽃」은, 저한테는 조물주의 감각이 없단 말이죠. 이미 원작 같은 게 제 머리속에 있어요. 그걸 머리속으로 보고온 다음, 본 걸 만화로 그리는 감각……이거 이해되나요?(笑)


──오시미 씨의 창작이 아니라, 이미 누군가가 만든 작품이라고 해야할까 기억으로 오시미 씨 머리속에 있있고……


長濱 그걸 선생은 만화로, 저희들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겁니다.


押見 그 감각을 이해해주시니까, 궁합이 딱이다 싶죠. 그 밖에도 감독님과는 작품의 핵심 부분을 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몇번인가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押見 처음 뵈었을 때 「이 작품이 하고 싶은 건 요컨대 『태양을 훔친 남자[각주:1] 맞죠?」란 말을 들었어요. 저로서는 그것만으로 감독님이 「악의 꽃」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시리라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청자한테 상흔을 남기고 싶다」고 말씀하신 것도 완전 동의하고요. 그런 신념적인 부분을 이해해주신다면, 더는 할 말이 없죠.


長濱 으아 원작자 분께 이런 말까지 듣고, 고맙습니다.


사에키가 데이트 하는 날에 신고 있던 양말에 달려있는 대롱대롱은 무슨 색인가(長濱)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신뢰관계,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공범관계를 쌓아올렸단 인상이네요.


長濱 그걸 위해, 좌우지간 선생과는 많은 말을 주고 받고 있으니까요. 카스가는 이 때 어떤 심경이었나, 같은 것부터, 이 장면은 이 장면과 얼마나 시간의 텀이 있는가나, 체육복 주머니의 색까지.


押見 그런 대화를 나누다 깨닫게 되는 것도 많이 있었습니다. 원고로 그리지 않은 부분까지 언어화 되니까요. 참고로 사에키의 체육복 주머니는 핑크색 꽃무늬. 물어보시니 어렴풋하게 떠올랐어요. 저도 그림으로 그리는 이상은, 머리속으로 정해두는 게 있는 법이구나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이런 의미를 가진 전개였구나, 같이 제 만화를 재발견 하는 일이 많아서 말이죠.


長濱 좌우지간 꼼꼼하게 물었습니다. 사에키가 데이트 하는 날에 신고 있던 양말에 달려있는 대롱대롱은 무슨 색인가 같은 걸. 선생 머리속의 원풍경(原風景), 좀전에 원작 같은 거라고 말씀하신 영상을 재현하기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押見 제가 나고 자란 지방이 무대라서, 제 사춘기를 밑바탕으로 삼은 얘기거든요, 중학생 무렵의 감각이 재현되어 있는가가, 명암을 가르리라 짐작하고 있었죠. 완성된 걸 봤더니 완벽하지 뭡니까.


長濱 정말로 선생님 지방에서 촬영했으니까요. 선생의 실가까지 갔거든요.(笑)


押見 그렇게까지 해주시다니 기쁩니다. 현장의 스탭도 굉장한 열정이던데요.


長濱 그야 「악의 꽃」이란 작품이 사람을 부르고 있는 겁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섰더니 부탁한 적도 없는 건 마이크가 설치 돼 있고(長濱)


押見 아니 뭐, 저도 부름 받은 측의 인간입니다. 좀 전에 말한 머리속에 있는 원작에. 더 솔직하게 말하면 그 「원작 같은 것」은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라기 보단, 일종의 연면(連綿)한 흐름 속에 있다고 해야하나……음, 제 말이 이해되시나요(笑)。


──(笑)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押見 좀전에 언급된 「태양을 훔친 남자」나, 만화 중에선 아다치 테츠 씨의 「さくらの唄」같은, 그런 가슴을 후벼파는 작품의 계보가 있잖아요. 그것들은 어느 한가지 정신이랄까,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작품의 모양을 띄고 현실에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말석에 제 「악의 꽃」도 넣어주신다면 좋겠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궁리를 하셨으리 짐작되는데요, 몇가지쯤 구체적으로 들려주시겠어요?


長濱 결과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은, 번번히 주류의 수법과는 반대를 취한다고 해야할지, 엇박자를 치는 결과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반적인 셀화가 아니라 로토스코프로 만든 바람에 갖가지 것들이 규정되었단 느낌이네요. 우선 실사를 찍어야만 했고, 그렇게 된 이상 작품의 무대에서 실제 로케를 하고.


押見 그거 굉장했어요. 건 마이크. 성우 분들이 마주보고 연기를 하고.


──건 마이크?


長濱 텔레비젼의 로케 같은데서 사용하는, 길다란 막대에 달려있는 마이크. 일반적인 어프레코는 개개인한테 마이크가 놓여있고, 나란히 서서 마이크를 향해 녹음하는 법이거든요. 근데 이번, 음향 담당인 나카 씨와 나쿠라 씨한테 「로토스코프로, 현지 로케를……」이란 정보를 전하고서 스튜디오에 들어왔더니 건 마이크가 놓여져 있었어요. 「대여해왔어요!」 막 이러고(笑)。


押見 그거, 감독님의 지시가 아니었던 건가요?


長濱 아니에요. 음향 담당분이 「그런 기법이라면 이 기재로 어떨까」하고 독단적으로 준비해주셨어요. 건 마이크면 넓은 범위의 목소리를 잡아낼 수 있어서, 성우분들이 진짜로 대화를 나누듯 바라보고서 녹음할 수 있죠. 그랬더니 연기도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달랐어요, 로토스코프에 필적하는 것이 되지 않았을지. 곡도 소위 애니메이션의 타이업 같은 게 아니게 되었구요. 이렇듯 촬영이건 녹음이건 하나 하나가 주류와는 다른 짓을 해서, 꼭 오더 메이드 같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걸러내게 될거에요(長濱)


──제 1화 방영까지 캐릭터 비쥬얼을 공개하지 않는 방침이라 들었는데요, 어떤 애니메이션이 될지, 정말로 상상도 안 가네요.


押見 참고로 저, 로토스코프 테스트의 실험대가 됐는데요, 제 몸짓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이 되는 거에, 무척 놀랐습니다. 살아있는 인간의 버릇이 노골적으로 나오거든요.


長濱 배우분께 처음으로 보여줬을 때의 반응이 제일 재밌어요. 실사를 촬영한 다음 「애니메이션이 되면 이렇게 됩니다」하고 보여주면, 다들 똑같이 「와, 완전 판박이잖아요!」하고 놀랍니다. 그렇게 놀랄만큼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악의 꽃」에는 필요했어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니라, 인간이 비춰지길 원했으니까요.


──사전 정보 없이 이번 분기 애니메이션 1화를 체크해야지 하고 본 사람은 충격을 받겠네요


長濱 오프닝 음악부터 1화의 스토리 구성까지 「이게 뭐야」란 말이 나오도록 만들었으니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걸러내게 될 거에요. 「기분 나쁘니까 더 안 봐」「이런 거 진짜 싫어」 이렇게 나오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래도 되는 건가요(笑)。


長濱 괜찮아요. 그래서, 가령 Blu-ray나 DVD가 나왔을 때 「그 때 그 기분 나쁜 녀석인가」하고 다시 봤더니 재밌었다거나, 서점에서 원작 단행본을 보고서 「뭐야 애니메이션이랑은 딴판이잖아」하고 손에 쥐어주신다거나, 그런 접점을 본 사람들이 가져주신다면, 저희들로서는 성공입니다.


押見 감독이 말씀하신, 상흔을 남긴다는 건 바로 이걸 말하는 거죠.


長濱 한순간이라도 좋으니까 「으음?」하길 바랍니다. 그「으음?」을 위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押見 일전에 고교생쯤 되는 소녀로부터 「중학생 무렵에 읽고, 영문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고등학생이 되고 다시 읽어보니 무척 재밌었어요」란 팬레터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長濱 바로 그겁니다. 「이해가 안 돼」라도 「기분 나빠」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박히길 원합니다. 그냥 스쳐가는 게 제일 슬프니까요.

확실히 시청자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충격적인 완성돕니다.(押見)


──그런 나가하마 씨가 원작을 읽고서 느낀 매력은, 어떤 것이었나요.


長濱 인간의 마음의 바뀌기 쉬움이 제대로 표현된 점. 이야기를 만드는 입장에서,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특히나, 캐릭터를 하나의 색으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법이거든요. 「이녀석은 이걸 용납하지 못하는 녀석」「이녀석은 애인을 잃은 트라우마를 가진 녀석」 그렇게 알기 쉽게 기호화 해두지 않으면 이야기를 진행하기 힘든 건, 분명히, 있죠.


押見 애니메이션은 여럿이서 만드니까, 스탭 간에 공유하기 쉽다는 이유도 있지요.


長濱 하지만 실제 인간은 어떤가요. 트라우마가 있어도 잊을 수 있고, 기질도 덮어쓰기 되어가죠. 그렇게 점점 변화하는 게 인간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악의 꽃」은 캐릭터를 기호화 하지 않고, 인간이 그려져 있습니다.


押見 고마워요. 하지만 한편으론, 그 인간의 본질 같은 부분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 것도 사실이죠. WEB의 게시판 같은 걸 보면은 「사에키 씨가 얀데레가 됐다」「캐릭터가 붕괴됐어」같은 소릴 하는데요, 그녀는 처음부터 그런 부분도 전부 내포하고 있었고, 기본적으로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그녀가 연애를 관철한 결과 ,그런 변화를 하게 된 겁니다.


──슬슬 마칠 시간이네요. 첫방송을 앞두고 설레는 팬이 많을 텐데요, 마지막으로 그런 분들께 메세지를 보내주세요.


押見 「악의 꽃」을 남이야기가 아니라 느껴주는 사람에게는, 틀림없이 재밌는 애니메이션이라 보증합니다. 한편으로 「나카무라 씨 하아하아」같은, 캐릭터 모에 감각으로 읽어주시는 분은, 배신당하게 되지 않을까요.


長濱 솔직히 말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다르니까, 모두가 반드시 재밌다고 여길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1화를 보고 「또 보고싶다」고 생각한 사람은, 그런 분들께는 마지막까지 반드시 배신하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押見 정말, 충격적인 완성도니까요. 「나도 이렇게 그릴 걸 그랬어」하고 분해지는 장면이 잔뜩 있어요. 카스가와 나카무라가 교실에서 날뛰는 에피소드는 굉장해요. 만화보다 대단해서, 저는 볼 때마다 울게 되요.


長濱 그 에피소드는 저 스스로도, 괜찮게 완성됐다고 생각해요. 배우분들도, 원작에 나오는 표정을 짓고 계셔서, 완전히 몰입했었지요.


押見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저는 「악의 꽃」은 독자를 죽일 각오로 그리고 있어요. 뭐 애니메이션도 확실히 죽이려고 달려드는 감각이네요. 참살입니다, 시청자 전원(笑)。


長濱 하하하,「상흔을 남긴다」는 수준이 아니라, 참살.


押見 나란 놈 미지근한 걸 그리지 않았구나, 하고 절감했습니다.

  1. 1979년 제작된 일본영화. 구제불능 교사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플루토늄을 훔쳐내어, 자작 원폭으로 정부에 유치한 요구를 제시한다. 목적 없는 사내가, 피폭으로 인해 몸을 망쳐가면서 폭주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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