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4 link one

감상/망한글 2013. 3. 5. 03:02


띠지문구


한 통의 유서 메일이 불러온 대 파란!

한 소년의 죽음을 막기 위한

15인의 숨 막히는 24시가 펼쳐진다!!


줄거리


"오늘 나와 만나고 싶다면, 그 토쿠나가 군의 자살을 저지해 봐.

              성공하지 않아도 돼. 노력만 해도 돼.

          그가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다못해

               내일까지만이라도, 늦추려고 해 봐."


우연히 자살 사이트를 발견한 고교생 토쿠나가는 

그곳에서 만난 <17>과 인터넷 동반 자살을 계획한다.

결행 예정 당일, 소매치기 당한 토쿠나가의 휴대전화를 통해 그의 미완성 유서가 발송돼 버리고,

메일을 받은 사람들의 회신과 전달을 통해 자살 계획의 소문은 점점 확산돼 가는데···.


감상


모르긴 몰라도 한 권의 화자가 열다섯명이나 되는 라이트 노벨은 흔치 않을거다. 등장인물이 열다섯인 소설과 서술자가 열다섯인 소설. 인물을 구분짓기 위해서 어느쪽이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할지는 명백하다. 전자의 경우 하나의 일관된 서술자가 있기 때문에 다른 인물로 보이기 위해서 말투 정도만 신경 쓰면 된다. 반면 후자는 열다섯명의 주관, 사고력, 지식량, 어휘력 등을 고려해서 시점 인물에 맞는 수준의 서술이 필요해진다. 화자의 어조가 균일하다면 기껏 시점을 여럿으로 나눈 의미가 없어지니까. 


시점 인물의 구분을 위해서 15×24캐릭터마다 서술 형식을 달리한다. 어떤 인물은 이미 종결된 사건을 회상하고, 또 어떤 인물은 남편에게 말을 건네는 식이다. 처음엔 이렇게나 많은 서술자를 일일이 기억할 자신이 없어 시점 인물이 바뀔 때마다 권두 삽화를 확인해가며 읽었는데, 이내 그러지 않아도 구별이 간 걸 보면 시점 인물 구분짓기에는 성공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시점인물에 따른 서술의 차이는 작품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개연성의 영역이다. 그런데 15×24는 그 개연성의 영역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성장배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열다섯명이 자아내는 군상극임에도 욕망이 없다. 아주 없는 것은 아닌데 좀 부족하다. 


열다섯의 시점인물은 자살희망자와 이를 저지하려 드는 자, 그리고 방관하는 자로 나뉜다. 자살희망자인 토쿠나가 준부터가 자기 욕심이 얼마 없는 별난 인물이다. 의사 아들로 태어나, 사람을 살리는 의사야말로 가장 숭고한 직업이라며 의사를 꿈꾸는 이타적인 성격이다. 자살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도 자살희망자가 모이는 커뮤니티 내에서도 배척당하고 붕 뜬 존재인 <17>와 동반자살 하는데서 의사의 직업윤리 비슷한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짜 죽고 싶어 죽는게 아니라 혼자 죽을 용기가 없는 사람을 위해 같이 죽어주겠다는 거다.


자살을 저지하기 위핸 행동에 나선 사람들도 비슷하다. 태반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자살 예고 메일을 우연히 수신하고서는 자살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선량함에 기초해 움직인다. 방관자 효과를 들먹일 것도 없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보낸 자살 예고 메세지를 믿고, 이를 말리고자 든다는 게 이상하다. 나라면 스팸문자로 치부하면 치부했지, 정말로 생의 끝자락에서 보낸 메세지라고 받아들이진 않을 거 같다.


메세지를 받은 수백명 중, 선량한 열명만이 화자로 뽑혔다고 치더라도 그래도 많은 것 같다. 차라리 도쿠나가 준이 백만장자의 아들이라서 자살 예고를 하고 자취를 감춘 아들을 찾아줍사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었다면 덜 어색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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