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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지고싶지 않다, 이대로 끝나고 싶지 않다.

학생시절부터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리 생각한다. 특히나 독립해서 자력으로 사무소를 시작하고 난 뒤로는 굳게 마음 먹는다.


톱은「날 따라와」이렇게 말해야만 한다.「날 따라오면 괜찮아」라거나「네 인생을 맡겨라」라고 말하고 싶지 않더라도 말해야만 한다. 그게 사람을 부리는 인간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건 밴드에서도 폭주족에서도 예능 프로덕션이란들 마찬가지다. 타인의 인생을 맡는 것이다. 사실은 불안하다. 하지만 내비치지 않는다. 절대로 불안해 하는 모습을 내비치지 않는다.


이보라고, 지지 않겠다니, 뭐에 대해서고 누구에 대해선데? 이대로 안 된다면, 앞으로 어디로 가는건데? 읽으면서 여러가지 마음속으로 딴지를 건 사람도 있겠지만・・・


실은 자잘한 건 무엇하나 생각하지 않았지 뭐야.


EPISODE 1:지고싶지 않아!더는 그 누구에게도 지고싶지 않아!!오늘 정했다!!!


「하루나」

「・・・응?」


오늘은 잡지「Pure×2」의 취재다. 약속시간 십분전에 역 개찰구에 나타난 하루나인데, 묘하게 말수가 적다. 기분 탓인지 눈도 공허해 보인다.


「너말야・・・」

「・・응-」

오늘은 겨울이지만, 화창하니 좋은 날씨다.

심지어, 자세히 살펴보자 뒷머리가 약간 삐쳐 있다.


「전차 안에서 잤어?」

「응」

「있잖아, 어제 전화로도 말했지만 오늘 있는 취재, 인터뷰만 하는 게 아니라 촬영도 있어서, 헤어메이크는 따로 쓰지 않으니까 집에서 하고 오라고・・・」

「응. 기억해.」

그렇게 말하면서 졸린 눈을, 주먹으로 부비적 부비적 비빈다.

「그래서, 머리는・・」

「일어난 상태 그대로야」

「어, 얼굴은・・・」

대답없이 이쪽을 향해 히죽 웃는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어지는 나.。

「일단, 파운데이션 하나는 챙겨 왔어」

하루나가 앞장서서 편집부 사람과의 약속장소를 향해 걷는다. 집행유예 약 백미터.


생각한다. 기억하기론 하루나의 팬사이트에서 누군가 발언했었지. 하루나는 쌩얼일 때 비로서 매력이 산다고. 짙은 화장은 그녀가 지닌 본래의 빛을 망쳐버린다고. 확실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생각하지 못할 것도 없긴 한데・・・


내 눈 앞에서, 삐친 뒷머리가 삐용 삐용 흔들리고 있다.

아니, 역시 아웃이잖아!

                 ●                       ●

정월도 지나고 2004년이 됐다. 올해는 승부의 해다! 아 작년도 참 다사다난한 해였지, 어떤 의미론 승부의 해였어. 아 재작년도 큰일이었다고. 이란 것은・・・


좋아! 올해도 승부의 해다!!


1월 5일. 신년 첫번째 업무는 에리의 노래 레슨부터 스타트. 1시간 정도 일찍 만나서 차라도 마시기로 하자. 주문은 말차오레다. 노슈가 HOT이 맛있다. 겨울은 이만한게 없지.


「정월은 어땠어?」

에리랑은 12월 26일에 TEAM・発砲・B・ZIN의 무대를 보러간 이래 처음 보는거다. 자 그럼 어디, 요즘 여고생의 정월을 보내는 방법을 볼까나


「집에서 원고 그렸어요」

「・・・응?」

「아니, 그러니까 만화 원고 그렸어요」

무심코 시선을 피하고, 창문 밖을 거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차오레를 마신다.


「맛있다」

「갑자기 무슨 소릴 하시는 거에요!심지어 왜 눈은 돌리는데요?여고생이라구요?16살이라구요?딱히 정월은 원고만 한 게 아니라구요. 보자, 그러니까・・・TV도 보고, 그리고 또・・・그러니까 만화도 읽었고, 아! 새해참배 갔어요. 야스쿠니 신사, 야스쿠니 신사!」


말차오레를 들이킨다.

「겨울은 이만한게 없다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생각났다. 12월 26일에 만났을 때「어제 뭐했어?」라고 물었더니, 이녀석「집에서 TV 봤어요」라고 대답했었지 참.    

                   ●                       ●

「좋아, 왔어!」

카메라맨 카와노 씨의 외침이, 정오 무렵의 무사시코스기 거리에 메아리 친다.

「좋아. 다음은 살짝 눈부실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그래그래 태양이 눈에 스며들도록・・좋아, 왔다!」


카와노 씨와는 처음으로 작업을 하는건데, 아무래도 파인더로 보면서, 좋은 표정이 나오거나, 좋은 구도가 정해지면「좋아, 왔다!」라는듯 하다.


「받아, 폴라로이드」

넘겨준 폴라로이드를 체크한다. 어이쿠, 좋네. 상당히 괜찮은 느낌.


「괜찮네요」

「네에, 괜찮네요」


편집부의 시마다 씨와 폴라로이드를 보면서 대화한다. 참고로 약속장소에서 만난 다음, 역앞의 BECKERS에서 가볍게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를 마치자 화장실로 사라진 하루나는 오분후「기다리셨죠」라 말하며 시원시원한 얼굴로 돌아왔다. 척 보기에도 바로 지금, 물 뭍여서 펴놨어요라 말하는 머리에, 번들거리지 않도록 파운데이션으로 볼터치 했을 뿐인, 거의 쌩얼 상태의 하루나.


「야외촬영이고, 바람도 부니까 괜찮아」

카와노 씨는 그렇게 말하곤 웃었지만, 나는 내심 살짝 불안했었다. 하지만・・・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건 그렇고, 왜 코스기에서 로케인가요?」

나도 이럭저럭 업계에 있은진 오래됐지만, 무사시코스기에서 그라비아 로케를 하는 건 처음이다.


「아, 이 근처에 살거든요 제가.」

천연덕스럽게 시마다 씨가 말한다.


「오늘은 자전거 타고 왔어요」

「아, 그러시구나.」

그렇게, 답했지만 실은 나도 여기까지는 스쿠터로 오곤 한다.

역 근처의 월정액 주차장이니, 쓸데없이 좁고 낮은 터널이니, 푸른 콘테이너니, 남의 집 정원 앞이니, 여러가지 시츄에이션에서 사진을 찍고 로케는 무사종료. 지금은 하루나는 콘테이너의 계단에 걸터앉아, 독자 선물용 폴라로이드에 싸인을 끄적이고 있다.


「이 폴라로이드, 응모는 할까요?」

그 옆에서 시마다 씨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말이죠, 나나세 쨩이나, 리호 쨩이나, 치쨩 같으면 이해하는데, 우리는 남자들 호응은 없으니까 말이지. 폴라로이도 응모가 있긴할까~ 이거 독자 반응은 어떠려나~」


「무슨 말씀이세요. 나왔으면 한다는 리퀘스트가, 독자들로부터 잔뜩 와서 부탁드린거에요. 아 맞다 나나세 쨩으로 할 것 같으면・・・」

갑자기 생각난 듯, 시마다 씨는 희미하게 웃는다.


「전에 말이죠, 촬영하면서 계속 [하루나 좋아요. 굉장히 좋으니까 한번 써보라니깐] 이라 말했다구요. 정말로 사이 좋은가 보네요」


맞다, 그러고 보면 러브베리(LOVE BERRY ※패션잡지) 때도, 비슷한 말을 편집부 사람이 했었지. 나나 쨩, 당신 정말 최고야. 미성년자만 아니었음 한잔 쏘고 싶은 기분이라구.


시마다 씨나 카와노 씨와 헤어져, 하루나를 역까지 배웅하고, 역앞에 세워둔 스쿠터의 시동을 건다. 문뜩 헬멧을 안고서 위를 올려본다. 세찬 북풍이 불고 있다. 하늘은 파랗다.


     [이제부터, 어디로 갈건데?]

     [여기가 아닌 장소로. 훨씬 훨씬 멀고 높은 장소로]


자 그럼, 앞으로 우리들은 어떻게 될까. 예능계, 흘러 흘러 대체 어디까지 가게 될까? 혹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치만 저녀석들과 함께 흘러간다면, 어디에 당도하더라도 그건 그것대로 즐거우려나. 이런저런 걸 생각하고 고민도 되지만, 소위 인생은 될대로 되는거다.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스쿠터를 밟은 순간, 내 머리속에 있는 건「그럼,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그것 뿐이었다.


그러니까 자잘한 건 무엇하나 생각하지 않았다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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