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irose-project.com/room_hirose.html



아직도 기억한다.

오렌지색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는 밤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너말이다, 장래에 뭐가 되고 싶어?」

「・・・・・・글쎄」

「괜찮으니까 말해봐. 해보고 싶은 거 없어?」

「・・・・그게」

「웃지 않을테니까 말해보래두」

「・・가능하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녀석이 쑥쓰러운 듯 중얼이자, 새하얀 입김이 눈이 내리는 밤하늘로 떠올랐다.


둘이서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 봤다.

장소는 미국의 작은 시골로, 내가 스무살이고 내 기억에 그녀석은 열여섯이었던가?


우리들은 코트에 양손을 집어넣은 채, 질리지도 않고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봤다. 어린애가 하는 말이다. 실없는 꿈이야기다.


깜깜한 하늘에서 눈은 나직하게 흩날리고, 당연하게도 그 하늘 너머로 무언가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들은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 봤다.


그 날 본 하늘은, 아마 영영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EPISODE 2・마법사에게 소중한 것


이 사이트의 톱페이지와 신인모집 페이지에 우리 회사 중학생 4인방의 모노크로 사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본래는 다른 기획을 위해 찍은 사진의 일부이지만, 마침 다른 기획쪽은 이런저런 사정에 의해 스톱된 바람에・・그나저나, 촬영은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


「저기 저기・・」

하루나가 내 소매를 잡아 당긴다.

「왜그래?」

「배고파」

「그러니. 루카는?」

「응. 살짝 고파졌을지도」

「칸나는?」

「고파 고파!」

「나도 나도!」

「나츠코!넌 지각했으니까 배 고파할 자격 없어!!」

이 나이대의 소녀가 몇명 모이면 소란스럽다. 그것도 점심 무렵에 배가 고파지면, 이보다 요란할 수가 없다.


「보자, 요 앞에 요시노야가 있었지. 점심은 거기서・・」

「에엑~~~~!!」

「싫어 싫어 싫어ーーーー!!」

「바보야. 저기 있는 요시노야는 안테나 숍이라서, 오야코동이 있다고. 계란이 반숙으로 사르르륵 한게 제법 맛있단 말이야!」


불평 늫어놓는 소녀들한테 물어본다.

「루카는 어때?」

「요시노야 같은데 가본 적이 없으니까. 한번 가보고 싶어」

옳지 옳지.


「칸나는?」

「칸나, 고기 짱 좋아!」

옳지 옳지


「나츠코는?」

「에엑~~ 요시노야??」

「넌 지각했으니까 불평할 자격이 없엇!」

나츠코 침묵. 옳지 옳지.


「하루나는?」

「싫어요」

「응?」

「요시노야도 마쓰야도 자주 가니까 오늘은 싫어. 꼭 가야겠다면 스키야 정도면 괜찮을지도. 메뉴도 많고 츄카동도 있으니까・・」

 ・・패스트푸드에 너무 빠삭하다니깐, 서민파 대표・무라카미 하루나.

 어린애가 하는 소리다. 실없는 헛소리는 무시하고 요시노야로・・

 잡아 말리듯 하루나는 재차 소매를 잡아 당긴다.


「히로세 씨, 저기에 데니스가 보여요」

얌마 하루나, 쓸데없는 말, 그것도 다들 들리게・・


「칸나도 역시 데니스가 좋아」

「그치 그치」

「데・니・스♪ 데・니・스♪」

심지어 모두를 선동하지 맛!!!

「히로세 씨, 다들 햄버거나 그라탕이 먹고 싶은 모양이에요.」

하루나, 넌 어쩜 그리도 그릇이 크니?


※그릇(ぐ)이 크다.

90년대 광고의 유행어라는 듯.



 

                   

 ●                       ●


이이다바시에 있는 카도가와 영화. 그녀석은 그곳의 프로듀서가 되어 있었다. 미국의 시골에서 만난 애니메이션・만화 오타쿠 고교생이, 정말로 애니메이션으로 밥먹고 살다니 웃기다니까.


「사토시, 요즘 어때?」

「뭐, 그럭저럭요.「북으로」도 일단 자리 잡았고 다음은・・」


※북으로

토요구치 메구미, 오오타니 이쿠에, 치바 사에코, 히로하시 카이로 구성된 그룹 Four Seasons으로 성우 아이돌 노선을 시도한 게 유명. 현재는 장난 아니게 빡센 라이브 영상만이 남아있다.



「써라」

「네?」

「다음번엔 우리애들 써」

「아니,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는・・」

「얘 써라」

「안녕하세요!키타무라 에리예욧!」

한가하단 이유로, 따라온 에리가 등뒤에서 얼굴을 내민다.


「에리, 이녀석이 전에 말했던 오타쿠 후배 후지타 사토시야. 사토시, 이녀석이 우리 회사의 탤런트로 성우랑 가수 하고있는, 오타쿠 키타무라 에리」


「오타쿠가 아니라니까요!」

실로 이해하기 어렵게도, 에리는 자기를 오타쿠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자긴 남들보다 살짝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좋아할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음에 든 만화는 감상용과 보존용으로 두권 구입하는 시점에서, 이미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일까?


「굉장하네요. 후지타 씨는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거네요」

「아니아니, 그정도까진・・」

아니아니,가 아니지.


그정도이기도 하다고. 사토시, 넌 열심히 했어.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 네가 오에이 영화에 입사했을 적에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환경이 아니었으니까 말이지. 그치만 통상 업무 틈틈히 기획서를 써서, 간신히 모양새를 만든 시점에서 오에이 영화는 카도가와 오에이가 되선, 또 여러 일들이 있었겠지만, 처음으로 프로듀스한 작품이 그럭저럭 화제가 됐고, TV화면에 네 이름이 처음으로 나왔을 댄 솔직히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네가 처음으로 형태를 만든 작품이다. 매주 빼먹지 않고 봤어. 몇번을 봐도 오프닝에 네 이름이 실릴 때마다 정말로 기뻤어.


즐거운듯이, 나는 따라가지 못하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딥한 이야기를 계속 나누는 오타쿠 둘을 보면서, 나는 문뜩 떠올린다.


그 겨울날의 밤 이야기다.


사토시와 헤어진 후, 집에 귀가하는 도중 주유소에 들렸다. 셀프로 가솔린을 넣으면서 좀전가지의 사토시와의 대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야스 씨는 뭐가 되고 싶나요?」

「나?나는・・・」

있잖아, 사토시. 좀전에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말야, 실은 나는・・・


딸깍


쓸데없이 큰 소리를 내면서 가솔린이 만땅이 된다. 심야의 주유소는 달리 손님이 하나도 없다. 급유 호스를 쥔채로 밤하늘을 올려 봤다. 눈은 아직 계속 내리고 있다.


「나는・・・」

나직하게 중얼였다.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새하얀 입김만이 하늘로 떠올라, 바로 사라졌다.


「잠깐 잠깐 야스 씨도 대화에 끼세요」

「맞아요. 히로세 씨도 같이 얘기하자구요」

의식은 즉시 이이다바시의 복합빌딩으로 돌아왔다.

「・・・아니, 오구레 이토의, 그것도 동인시절 이야기 같은 걸 한들, 난 전혀 따라갈 수 없다니깐」

                    

●                       ●

 

엔도 루카에겐 재능이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어느 무렵이었을까. 몇년이나 전인듯한 기분도 들고, 바로 얼마전이었단 기분도 든다.


「루카, 지난번 드라마 오디션은 어땠어?」

「그게 말이지, 슬픈 장면의 대사가 있어서, 울 수 있으면 울어주세요란 말을 들었어」

CM의 오디션을 받으러 향하는 도중, 걸으면서 대화한다.

시각은 황혼이 진 무렵, 가로등이 일제히 빛을 내기 시작한다.


「잘 울었니?」

「울었어」

「・・・・・응?」

「오디션을 진행하던 남자가 무서워서, 울어버렸어.」

「운 게 아니라, 그냥 운거네?」

「응」

이 경우,「잘 운것」과「그냥 운 것」사이에는 검고 깊은 강이 있다.

「・・・그러니」

「오늘 오디션은 몇명 정도 와?」

「글쎄다, 적다고 하던데 20명 정도겠지.」

「합격할 수 있을까?」

「내가 알겠냐」

엔도 루카는 생각한 걸 입밖에 낸다.


「무슨 질문을 할까?」

「나도 몰라」

「음, 음, 그럼・・・」

루카가 최선을 다해 말을 찾는다.


「앞으로, 몇번정도 오디션을 받으면 루카, 합격하게 될까?」

「!」

모른다고 가볍게 흘릴 수 없는 질문이다.

떠올린다.

일전에 들은 루카 어머님의 말씀.


그게 있지, 드물게 루카가 말했어요. 이대로 계속 오디션에 떨어질 뿐이면 어쩌지・・라고. 그래서, 히로세 씨가 노력하면 반드시 어떻게든 될거라 말했다고 해줬지요. 그랬더니 루카가, 그런가. 히로세 씨가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웃엇어요. 그 아이 히로세 씨를, 신뢰하고 있어요. 그 아이 나름대로 어떻게든 하고자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어린애가 하는 말이다. 정말이지 실없는.

우리들을, 부드러운 오렌지 색 가로등의 불빛이 비춘다.


굉장히 센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래나 댄스가 특출난 것도 아니고, 타인을 밀어제치고 앞에 나설 적극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이 벌어지는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가 약하고, 서툴고, 애드립에 약하고, 심지어 울보에, 그저 자랑이라곤 포기할 줄 모르는 것 뿐이다. 몇번이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서툰대로 계속 노력한다. 설령 몇년이 걸릴지라도 말이다. 그 포기를 모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일종의 재능이라고 해도 좋은 건 아닐지 생각한다.


엔도 루카에겐 재능이 있다.

시선을 돌리자 루카가 날 보고 있다. 무언가를 말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니까 말한다.


「좋아!루카. 오늘 오디션도 힘차게 가보자!!」

「우우・・자신은 없지만 힘낼래」

실로 못미더운 대답을 들으면서 제작회사로 가는 길을 걷는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걷고있는 길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고싶다.


                    

●                      ●

 

사토시, 연기나 노래는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거나, 구해주거나 할 수 있어. 죽자고 결심한 사람도 구할수 있을지 몰라. 마법 같은거지. 속임수 같은게 아냐. 아무런 트릭도 장치도 없는 마법이야. 그러니까 말이지, 난 그런 마법을 사용하는 녀석들을 키우고 싶어. 그리고 세상에 내놓고 싶어. 그게 내 꿈이야. 간신히 찾아낸 내 꿈이야. 보고 있어. 지켜 보라고. 그런 내가 키운 마법사를.


이틀후, 사토시로부터 메일이 왔다.

「야스 씨, 에리 쨩이 좀전에 갑자기 놀러와, 우리 회사에 남은 화집이니 만화니 여러가질 뒤져선, 산더미 같은 짐을 안고선 행복하단 듯이 돌아갔어요. 아니, 이틀전에 왔을 때 괜찮으면 남은 책 줄테니까 사양말고 놀러오라고 하긴 했지만・・・」


제작회사로부터 연락이 있다.

「엔도 루카 쨩, 열심히는 했는데 이번에는 아쉽지만 다른 아이를・・・」


에리로부터 메일이 왔다.

「아이참~ 히로세 씨 대어예요. 여러가지 만화니 화집을 얻어왔어요~ 후지타 씨는 제게 있어 스승님이네요, 아니, 키타에리적 신이라 해도 좋아요. 행복해요~」

 

내가 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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