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뚜룩치자니 귀찮고 안 하자니 까먹을 것 같아서 부분부분

1.마사코의 캐릭터 형성에 활용된 의외의 캐릭터

히마리, 링고, 마사코 세가지 배역 중 호리에 유이가 선택한 배역은 마사코. 마사코 역에 응시하는 성우들한테 주어진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예의 대사 "서둘러 짓이기지 않으면"을 세가지 패턴 정도로 감정을 바꿔가며 연기하는 것이었다.

이 대사를 본 순간 호리에 유이 뇌리를 스친 게 <가정부는 봤다!>의 성대모사. 마사코의 연기는 이치하라 에츠코의 독특한 어조를 더욱 과장한 것이라고.

사족이지만 펭귄드럼에는 가정부는 봤다의 원작자 마츠모토 세이쵸의 저서가 등장하기도 했다.

2.사네토시 선생님은 쇼마가 되었을지도?

펭귄드럼 코멘터리를 통해서 펭귄드럼은 칸바 역의 키무라 스바루를 주인공으로 낙점하고 진행된 프로젝트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제작이 궤도에 올라간 이후 이쿠하라 쿠니히코는 면식을 쌓은 코이즈미 유타카에게 키무라 (스바루)의 연기 연습을 도와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했다.

'저 정도 경력으로도 도움이 된다면'이라 운을 떼고 흔쾌히 수락했는데, 이 일이 연줄이 됐는지 코이즈미 본인의 표현으로는 '호박이 굴러들어와서 펭귄드럼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합격 여부가 통보되기도 전에 이쿠하라 감독으로부터 직접 '코이즈미 군이 연기해줬으면 하는 배역이 있다'란 말을 들었기 때문에, '엇 설마 (내가 오디션을 본) 쇼마?'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고.

3.핑웨이브는 애드립의 산물

애초에 아무 대사가 없는 장면이었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코이즈미가 "서둘러 짓이겨 버리세요~ 세요~ 세요~"하고 애드립을 쳤다. 이게 이쿠하라 감독의 스위치를 켜버렸는지 "핑웨이브로 해보지 않을래?"란 요청을 했고,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핑웨이브가 완성됐다.

4.호시노 릴리는 모르고 호리에 유이는 알았던 사실

캐릭터 원안을 맡은 호시노 릴리는 칸바와 마사코의 관계를 모른 상태로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런데 마사코를 연기한 호리에 유이는 비교적 빨리 두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린 듯하다. 

평소에는 부친을 お父様으로 부르는 마사코인데 대본에 예외적으로 お父さん이라 적혀 있는 사실을 발견.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쿠하라 감독에게 "여기만 호칭이 다른 건 혹시..."라고 물어봤더니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터라 감을 잡았었다고.

5.마사코vs유리의 대결은 감독 내면의 자아격투?!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비원 성취를 위해, 모모카의 일기장을 차지하고자 마사코와 유리가 직접 대결을 벌이는 17화. 두사람의 가치관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대화에는 실은 이쿠하라 쿠니히코 자신의 창작자로서의 고뇌가 담겨있을지도?

아직 어리구나. 남자 맛도 모르는 계집애니까 진짜와 가짜의 구별도 못하지.

불쾌해. 벼락출세한 연예인은 천박해서.

숫처녀가, 왜 자기 세계를 변혁할 수 없는지 알아? 그 젊음이 세간에 소비되어 짓이겨지는 걸 겁내고 있으니까, 숫처녀인 너는 세계의 절반 밖에 보이지 않지.

유통기한이 지난 당신은 자기 인생을 디스카운트 하는 것 말곤 살아갈 방도가 없어. 싸구려 그라비아 잡지가 부르고 있잖아.

소비되는 걸 두려워 하지 않고 한보 내딛었을 때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믿는 유리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소비되는 것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사코. 이는 시청자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못한채 그저 소비되어 사라지면 어쩌나 번민하면서도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수 없는 창작자 된 입장에서 나온 감독 본인의 목소리는 아니었을까?

이쿠하라 갈수록 소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생각 안 들어? 그치만 그 속도는 우리들의 공감이나 승인의 욕구와 비례해서 그렇게 된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려나? 그러니까, 이 작품의 제목을 3년 넘게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굉장한 거지. 10년은...기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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