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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07:43.62ID:gVb9Xpc80
「오늘, 새 프로듀서가 온다나봐」 

마코토 쨩이 그리 말한 순간, 나는 놀라움 보다도, 기대 보다도, 먼저 두려움을 느꼈다.


「그, 그 사람 설마……」 

머뭇머뭇 입을 열자, 마코토 쨩은 쓴웃음을 짓는다.


「남자,일 걸」 

아아, 역시나. 

어쩐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괘,괜찮다니깐!틀림없이 상냥한 사람일거야」 

애매하게 끄덕이며 답한다.

마코토 쨩의 위로도 벌써 몇번째일까. 

전에도, 그 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똑같은 말을 건네주었고, 똑같은 결과로 끝났다.


아직도 나한테는 프로듀서가 없다.


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08:26.76ID:gVb9Xpc80
「내 탓이니까」 

「그렇지 않다니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 

「전부……전부, 내가 약한 탓이니까」 

언제까지고 변하지 못하는, 내 탓이니까.


마코토 쨩은 그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상냥함이고, 그 상냥함에 응석을 부리고 마는 나는……나는―― 




■ ■ ■ ■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새로 온 프로듀서는 안경을 쓴 호청년.


그야말로 사회 초년생다운 느낌으로, 활기차게 자기소개를 마쳤다.


하지만, 때때로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말을 더듬곤 해서.


긴장을 해 실패를 하는 점이, 어쩐지 나 같구나,란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례한 생각이었다.




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09:30.23ID:gVb9Xpc80
나한테 있어 다행이었던 점은, 그가 강압적이지 않고, 온화한 분위기였단 것.

그렇다곤 해도 그는 예외는 아니었다. 내게는 어떤 남성이건, 공포의 대상에 불과하니까.

「그럼, 자네가 담당할 아이돌을 소개하도록 하지」 

사장님이 그리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해졌다.


나는 무심코 곁에 있는 마코토 쨩 등에 숨고말았다.

「자 유키호. 앞으로 나와야지?」 

그,그치만……。 

「프로듀서가 난처해 하잖아?」 

고개를 들자 프로듀서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고.


아무래도 내 남성공포증에 대해서,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0:09.13ID:gVb9Xpc80
「하기와라 씨, 괜찮아. 천천히라도 괜찮으니까.」 

우으……하,하지만

「자기 페이스로. 난 계속 기다려줄게.」 

「…………」 

그렇게 말한 프로듀서의 눈은, 참으로 진지해서.


나는 얼떨결에 그 의지가 어린 눈을 주시하게 되었고.


깨닫고 보니, 빨려들어가듯 천천히, 천천히 그 곁으로 걷고 있었다.


「하, 하기와라 유키호예요……」 

그것이 내가 내딛은 첫걸음.


프로듀서와 함께 나아갈 길의, 시작하는 첫걸음이었다. 




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0:56.61ID:gVb9Xpc80
■ ■ ■ ■ 




「프로듀서 씨, 드세요?」 

프로듀서한테 코토리 시가 일본차가 든 찻잔을 건넨다.


웃는 얼굴로 그걸 받아들인 그를, 나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나한테가 아니라, 유키호 쨩한테, 해야죠」


말하지 않기로 약속해놓구선,  단번에 코토리 씨는 약속을 깨버렸다.


급당실에서 허둥지둥거리는 나를 향해, 프로듀서는 고개를 돌린다.

「하기와라 씨, 매번 고마워」 

히익! 절로 몸이 경직되어, 안으로 숨는다.


프로듀서는 그저 감사의 말을 말한 것 뿐인데, 그게 속절없이 무서웠다.


이유 같은 건 없다. 그저 내가, 남자가 질색일 뿐.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프로듀서 덕분에 최근엔 서서히 스케쥴도 늘고 있고, 이런 나한테 친근하게 다가와주는 그는 틀림없이, 좋은 사람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무서웠다. 남자가, 프로듀서가, 무서웠다.



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1:32.12ID:gVb9Xpc80
「죄, 죄송해요……!」 

아하하, 하고 쓴웃음이 들려온다. 

「왜 사과를 해?」 

죄, 죄송해요」 

「이것봐, 또 하네」 

「하우……죄송해요」 

「아하하. 하기와라 씨, 재밌네 참」


그후로 차를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응, 맛있어」


내가, 나같은 게 탄 차를 그런 식으로 말해주어서. 

「매번 고마워」


나같은 아이한테 미소를 지어주어서.

「……っ」 

어째선지, 얼굴이 뜨거워졌다.




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2:33.20ID:gVb9Xpc80
■ ■ ■ ■ 




황새걸음으로 세걸음 되는 거리를 두고, 프로듀서와 마주한다.


노력하면, 이 정도까지는 다가서는 게 가능하다.


차는 아직, 코토리 씨한테 부탁해 건네주고 있지만.

「그럼, 오늘 스케줄을 확인할게」 

「네, 네에」 


수첩을 여는 그를 따라서 나도 내 수첩을 꺼내든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CM촬영의 미팅이 있는 날이었을 거다.


얼마 전의 나였다면, CM촬영 같은 건 구름 위의 거기서 또 위에 있을법한 느낌이었는데, 설마 손이 닿게 되다니.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것도 나 같은 걸 이끌어주는 그 덕분이다.

「음, 그래. 지방 펫샵의 CM이야.」 

과연, 펫샵인가요. 

…………펫……샵……!? 

저어,저기저기, 그거 혹시―― 

「응, 동물과 교감하는 장면 촬영이겠지」 

덜썩, 메마른 소리가 났다.


내 손바닥에서 수첩이 미끄러져 떨어진 소리다.


최선을 다해서, 남자한테는 세걸음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는 나지만……。 

「ㄱ,개만큼은 무리예요ぅ!」 




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3:30.29ID:gVb9Xpc80
아연해하는 프로듀서였지만, 머뭇거리면서도 곧바로 입을 열었다.

「개가, 거북해?」 

「네, 네에……」 

「그렇구나」


그럼 어쩔수 없지, 하고 그는 수첩에 펜을 움직인다.


이번엔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저, 저기」 

「응? 아아, 걱정하지마. 어떻게든 촬영의 구성을 바꿔주십사, 교섭을 할테니까」 

「그, 그런 뜻이 아니라!」 

부정의 말을 강하게 내뱉었지만, 그다음부턴 언제나처럼 작은 목소리가 되어버린다.

「화내지 않나요\……?」 

「어째서?」 

「제가 한심한 탓에……많은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게 됐으니까」


마지막에는 나도 들리지 않을만큼 소근소근 거리는 목소리가 되고 말았다.




1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4:33.53ID:gVb9Xpc80
그런 나한테 난처하단 듯, 하지만 어딘지 기뻐 보이는 얼굴로 프로듀서는 미소짓는다.

「마음은 이해하니까」 

「……마음?」 

「나도 개가 거북하거든」 

이 나이가 되고서도 그러니 부끄러운 일이지, 하고 뺨을 긁적이는 프로듀서.


멍하니 입을 벌린 나를 보고서, 말을 이었다.


「어릴적에 물려서 말이지. 그 후로 트라우마가 되었거든」 

「…………」 

「그러니까 개가 거북한 하기와라 씨의 마음은 이해해」


하기와라 씨랑 마찬가지야, 그의 다정한 목소리에 나는 강하게 부정한다.


아니에요. 나랑 프로듀서는 같지 않아요.


프로듀서는 무척, 무척이나 대단해요.


한심한 나랑은, 달라요.


프로듀서는, 이 일을 힘껏 돌아다니며, 고개 숙여가며 따와주셨고.


개 짖는 소리로 가득한 펫샵에, 무섭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다잡으면서 시찰을 가주셨고.


나 같은 아일 위해서, 분발해 주셨고




1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5:47.56ID:gVb9Xpc80

그런데 나는, 그의 노력에 응하려 들지 않는다.


나를 포기하지 않는 그에게, 보답을 해주지 못했다.


한심해서 눈물이 흐른다.


결국 나는 나인 채.


빈약하고 땅딸보에, 언제나 겁많은, 나인 채. 


하기와라 유키호는 그런 인간이고, 틀림없이 앞으로도 이대로일 테지.


――싫어. 그런 건 싫어.


나는 지금껏 응석만 부려왔어.


남자가 질색이고, 개가 질색이고, 겁많은 나한테.


다정한 말을 걸어주는, 765프로의 모두에게.


변하기 위해서 아이돌을 시작해서, 변하지 않은 채로 있다.


그런 모순에 응석을 부려왔다.



1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6:54.23ID:gVb9Xpc80


그렇지만, 그것도 관두자.


지금까지의 나와는, 이제는 안녕.


하다못해, 하다못해.

「하기와라 씨, 괜찮으니까」 

그러니까――웃어?


그렇게 말하고 나를 이끌어준 그에게, 하다못헤 보답하고 싶었다.

「저、이 일、할게요」 

「괜찮겠어?개랑, 가까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지켜봐주세요.


곁에 있어주세요.


당신이 비추는 길을, 같이 걸어주세요.


그 길은 지금은 아직 눈부시지만, 언젠가, 반드시.


당당히 걸어나갈 수 있게끔,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그 때까지, 언제까지나―― 

「저를 프로듀스, 해주세요」 

「물론이지, 둘이서 조금 더 강해지자」


아직 나와 프로듀서의 사이는 황새걸음으로 세걸음 떨어져있지만.


진심은 틀림없이, 전해졌을 것이다.




1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7:38.69ID:gVb9Xpc80
■ ■ ■ ■ 




고생하셨어요ー!


스탭이 그런 목소리를 낸 것과 동시에 나는 달려갔다. 

「프로듀서ー! 저, 저……っ」 

고양된 감정을 억누르려고도 하지 않고, 그의 곁으로.

「그래!잘 했어, 하기와라 씨!」 

「……っ」 


더는, 참을 수 없다. 나는 프로듀서한테 기대어, 눈물과 함께 오열했다.


「괜찮아?역시 무서웠어?」 

「그게 아니에요」



무서워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그저――기뻤다. 

「……그랬니」


프로듀서가 내 눈가에 무언가를 살짝 가져다 댄다.


눈물을 닦아주는 손놀림이 다정해서, 따뜻해서.


가슴 가득 퍼지는 감정에 맡긴 채로, 복받쳐 울고 말았다. 




1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18:56.53ID:gVb9Xpc80
「특훈한 보람이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이오리 쨩한테는 아주 많이 신세를 졌다. 

「덕분에 좋은CM이 될거야」 


개를 극복해낸 것은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얻은 것이 있다.


거북한 것에 맞서는 용기.


등을 돌리고 달아나지 않을 용기.


아직 초라하지만, 나한테는 충분히 커다랗고 더할나위 없는 것처럼 생각됐다.


그것도, 프로듀서가 있어주었기 때문에.


같은 길을 함께 걸어주었으니까. 

「고생했어, 하기와라 씨」 

「……네엣!」


분명, 눈은 새빨갛고 흉한 얼굴이겠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중 최고의 미소를 보인 기분이 들었다.




1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21:16.90ID:gVb9Xpc80
――그러고 보니


「저, 저어, 프로듀서」 

「응? 왜 그래?」 

「저, 저저저, 제가 지금……프로듀서랑 딱 달라붙어 있어요!」


일순 얼빵한 표정을 지은 그였지만,  퍼뜩 정신을 차리고 호들갑을 떤다.

「미, 미안해!당장 떨어질게!」 

「그,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라니……아」


아무래도 프로듀서도 깨달은 모양이다.


내가, 남자가 질색인 내가――프로듀서와 닿아 있는 사실을.


무섭지 않다. 몸도 떨리지 않는다.


어디 그 뿐이랴, 좀 더, 조금 더―― 




1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21:46.72ID:gVb9Xpc80
「해냈구나, 하기와라 씨!」


프로듀서와 닿고 싶었다.


프로듀서의 곁에 있고 싶었다.


어쩐지 몸이 따끈따근 거리고, 두근두근 거리고,  애간장이 타서.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헤헤」


무척, 행복했다.


그와 기쁨을 나누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우리들은 뻘쭘한 표정의 스탭이 말을 걸기까지, 그대로 서로 기대고 있었다.



1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25:53.37ID:gVb9Xpc80
■ ■ ■ ■ 




그로부터의 나는, CM이 호평이었는지, 날로 늘어나는 스케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진 생각도 못할 빼곡한 스케줄을 보면은, 엉겁결에 얼굴이 방긋거린다.


그것도 전부, 프로듀서가 있어주었으니까.


아침에 만나면, 안녕.


실패했을 때는, 웃어.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해.


오디션을 받을 때는, 지지마.


프로듀서의 말 하나 하나가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내 등을 밀면서 한걸음을 내딛게 해주었다.


지금은 내게는, 프로듀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1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27:32.02ID:gVb9Xpc80
그러던 어느 날.

「안녕, 하기와라 씨」


나는 밖에서 프로듀서와 만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나도 싱글벙글 인사로 화답한다.

「죄송해요. 기다리셨죠?」 

「아냐. 지금 온 참이거든」


어느 틈엔가, 만화에서만 보았던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거리감이 줄어든, 우리들.


꽤 오랜 기간, 함께 활동했으니까, 당연한 일이려나. 막 이러고.


약간, 건방진 소리려나?

「모처럼의 휴일이구나」 

「네. 일로 바빴으니까요」 

「하기와라 씨나 모두의 덕택이야. 사무소도 그 덕에, 활기가 생겼고」


최근,  사무소에 아이돌이나 스탭이 늘기 시작했다.


사무소도 이전을 해서, 765프로는 한층 더 활기가 생겼지만.


그 전의 좁고 낡아빠진 사무소가, 아주 약간, 그립기도.




19: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32:47.85ID:gVb9Xpc80
「그런데 말야」 

「뭔가요?」 

「모처럼의 휴일에, 나같은 거랑 지내도 괜찮겠어?」


그런 말을 하는 프로듀서한테, 조금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눈물 어린 고개를 숙이고, 슬픈듯한 표정을, '짓는다'.

「저랑 함께론……싫으신가요?」 

「우,울지마!그런게 아니니까――아니 근데, 하기와라 씨? 설마하니 연기한거야?」


아, 벌써 들켰어. 자신 있었는데. 

「정말이지, 심장에 안 좋아……」 

「후훗, 최근 연기에는 살짝 자신이 생겼거든요」


그래도 단번에 들켜버렸지만 

「그건 그렇지. 그야 난 네 프로듀서니까」


하기와라 씨는 언제나 보고 있으니까, 웃는 얼굴로 그런 말을 들으니 나는.

「……っ」 

얼굴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게 된다.




20: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33:40.22ID:gVb9Xpc80


요즘 들어, 이런 일이 늘었다.


프로듀서가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영문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괘, 괜찮겠지? 콩닥콩닥 거리는 거, 들리지 않겠지?


혹시 들킨다면, 이미 들켰다면―― 

「그럼, 갈까」 

아무래도 그 걱정은 기우였던 모양이다.


앞서 가는 그의 뒤를 쫓아간다.


오늘은 프로듀서와 외출.


마코토 쨩한테 그 사실을 알리자, 데, 데이트라고, 호들갑이었지만.


단순히 외출하는 것 뿐인데, 마코토 쨩은 주책이라니까. 

……데, 데이트가 아닌거지? 데이트 아닌거지!? 

うぅ……어쩐지 긴장되기 시작했어.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프로듀서는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21: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50:57.12ID:gVb9Xpc80
■ ■ ■ ■ 




영화를 보고, 옷을 고르고,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며……


프로듀서와 지내는 휴일은 실로 유의미했고.


프로듀서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가슴에 흘러 넘치는 이 마음은, 역시나―― 

「하기와라 씨」


저녁놀이 비추는 공원에서, 프로듀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중요한 얘기가 있어.」


중요한 이야기? 대체 뭘까?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실은, 다른 아이돌을 프로듀스 하게 됐어」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이 온다. 




22: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51:32.82ID:gVb9Xpc80

프로듀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믿고싶지 않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어떤 사람도, 내 프로듀스를 금세 포기했어요.


그치만, 당신만큼은 내 곁에 있어주었고.


웅클이고 있는 내 등을 떠밀어 주었고.


나는 시작하는 첫걸음을 내딛은 거예요.


싫어. 프로듀서가 없어지는 건 싫어.


왜냐면 나는 프로듀서가―― 

「알겠어요」


긍정.


내 입에서는, 그런 말이 나왔다.



23: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54:53.44ID:gVb9Xpc80
「저는, 괜찮으니까요」


아냐.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혼자는 싫어――하지만.


프로듀서한테 이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강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혼자서 걷는 길이라도 무섭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고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었다.


가슴 가득한 감사와, 잔뜩 있는 추억.


말로는 부족한 마음이 거기에 있었다.


사실은 응석부리고 싶지만, 프로듀서가 믿어준, 나 자신을 믿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다시 한번 말한다.

「정말로……고마웠습니다.」 




24: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55:44.80ID:gVb9Xpc80

……………………어라? 

이, 이상하네. 어째서일까요.


참 이상해.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울 생각은, 없었는데.


프로듀서는 항상 웃으라 말해주었으니까, 웃는 얼굴로 있고 싶었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뿐이랴, 그 사실을 깨닫게 되자.


더는 스스로를, 막을 수 없었다. 

「역시……역시 싫어요!」


주변에 내 울음섞인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25: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56:25.12ID:gVb9Xpc80
「프로듀서가 없으면 싫어요……같이가 아니면 싫어요」 

당신이 없으면 나는 한심한 그대로.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단순한 착각.


프로듀서를 보내주고자 결심해도, 마지막까지 매달리고 응석부리게 된다.


결국 나는 나인 채로.


빈약하고 땅딸보에, 언제나 겁많은, 나인 채.


하기와라 유키호는 그런 인간이고, 틀림없이 앞으로도 이대로일 테지.


그래도 나는, 당신과 함께라면 강해질 수 있어요.


그래도 나는,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걸어갈 수 있어요.


당신과 함께라면, 함께라면……。 




26: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57:10.09ID:gVb9Xpc80

「왜냐면 저는 프로듀서가――」 

「하기와라 씨!」


프로듀서가 내 목소릴 가로막는다.


어딘지 당황하고 있는 그의 표정을 보고서, 나는 각오를 다졌다.

「나는 앞으로도 하기와라 씨의 프로듀스를 계속할건데?」 

「……………………헤?」 

넋이 빠져, 제대로 그의 말을 알아듣질 못한다.


천천히, 천천히 정리해서, 이해하고. 

「~~~~~~っ!」 


열탕에 빠진 듯 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담당 아이돌이 늘어난단 사실을 전하고 싶었던 거였는데……」


라는 것은 프로듀서는 앞으로도 내 프로듀서고, 나는 혼자서 착각을 해 폭주했을 뿐이고……。


아으……부끄러워부끄러워부끄러워!


구멍 파고 묻혀……아참, 오늘은 삽을 두고 왔구나……。 




27: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7(日) 23:59:35.07ID:gVb9Xpc80
「ううぅ……」 

「아~, 미안해?내가 오해를 하게 만든 것 같네」 

「프로듀서가 헷갈리게 말을 한 게 문제예요!」


그렇게 말하자 프로듀서는 얼버무리듯, 아하하, 웃었다.


아이참, 웃지마세요! 

잘못했어 잘못햇어.


그런 대화를 주고받자니, 그는 대뜸 중얼였다. 

「그래도, 기뻤어」


뭐가……말인가요? 

「하기와라 씨가, 나를, 소중히 생각해줘서」 

「――っ!」 


그러고보면, 제법 대담한 말을 했던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중간에 끊겼다곤 해도, 터무니 없는 말을 꺼내려고……。 




28:VIPにかわりましてNIPPERがお送りします:2013/04/08(月) 00:05:17.84ID:sQQnnKmZ0
「이,잊어주세요!」 

「아하하. 싫어.」 

「왠가요!」 

「그야 나도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에에 !? 그, 그건, 혹시……!? 

「응, 하기와라 씨를 앞으로도 옆에서 프로듀스 하고 싶거든」 

「아, 아아. 그쪽……이었나요」


어쩐지 아쉬운듯한, 안심이 된 듯한.


아냐, 이제 생각하는 건 관두자.


지금은, 프로듀서가 변함없이 곁에 있어준다는 걸 안것만으로 충분해.


이 마음을 전하는 건 다음 기회에.


나한테 자신이 생길 때까지, 줄곧 가슴에 묻어두자.


분명 그건, 내가 톱아이돌이라 불리우는 존재가 되었을 때.


언젠가, 그 때까지―― 

「함께 길을 걸어주세요!」


그 길은, 길고 험난하겠지만.


프로듀서와 둘이서라면, 어디까지고 걸어나갈 수 있다.

「응, 그래. 함께 걷자! 하기와라 씨」


다음 한걸음은, 이름을 불러주게 만들자.


프로듀서와 웃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おわり 

AND

좀비 스테이트 오브 아메리카


불과 몇년전까지 사다코랑 카야코는 누가 더 셀까 몽상하던 내가(우리들이), 어느틈엔가 좀비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제로 년대 이후, 세계규모로 확대진행 중인 좀비 아웃브레이크. 예를 들어 이토 요시카즈의 말에 따르면 좀비 영화팬의 바이블 <좀비영화 대사전>에 수록된 1932년부터 2002년까지의 작품이 약 350편이었던 것에 비해서, 그 후 02년부터 10년까지 십년 남짓한 사이에 개봉된 작품은 300편을 웃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좀비가 전세계로 증식했다곤 하나, 톰 카슨 등의 미국의 수많은 비평가나 팬이 말했듯이 좀비가 미국이 세계에 자랑할 메이드 인 USA의 괴물이란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프랑켄슈타인도 흡혈귀도 늑대인간도 전부 유럽에서 탄생한 캐릭터. 아무리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흡혈귀와 늑대인간 간의 삼각관계로 전세계 소녀를 가슴 뛰게 만들고 <뱀파이어 헌터  링컨>으로 건국의 그늘에서 암약한 흡혈귀 이야기로 미국사를 새로 써본들, 어차피 빌려온 의장인 것이다.


반면 좀비는, 이 또한 익히 알려져 있듯이, 원래는 미국에서 서인도 제도로 연행당한 흑인노예들의 신앙인 부두교의 뱀모양 신Zombi가 기원인 존재인데, 지비키 유이치는 최초의 좀비 영화인 <화이트 좀비>가 제작된 1932년이, 수많은 흑인노동자가 아이티에서 미국 남부로 유입되어, 면화농장 등지에서 노동에 종사한 시기였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좀비는 실로 흑인문화의 끝모를 파워에 대한 미국인의 불안이 형상화된 것이며 '아이티가 19세기에 가장 먼저 독립을 달성한 흑인국가란 사실도, 그 형상화와 관계가 없지는 않다.' 즉 미국이 낳고, 미국인이 더없이 아끼는 좀비란, 그 기원부터가 이미 인종의 메타포가 강렬하가 각인된 존재였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모던 좀비의 조상인 조지 A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흑인차별을 고발하는 작품이었던 것도 어떤 의미에선 필연이라 할 수 있다. 하루밤의 사투를 헤쳐나와 살아남은 흑인청년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붓는 백인 무리. 본작이 D.W.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 안에서 남북전쟁 당시 농성 중인 백인과 주위를 포위한 흑인의 구도를 그대로 뒤짚은 비판적인 재해석이란 시노자키 마코토의 지적 또한, 좀비가 얼마나 미국적인 상상력 안에서 탄생했는지를 말해준다.


제로년대 이후의 좀비붐의 발생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가령 그게 02년의 영국 영화 <28일후>나 <바이오 해저드>나 <하우스 오브 더 데드> 같은 일본산 게임이 발단이고 미국발 현상이 아니라고 한들 (당시 미국은 J호러 붐이었다.), 좀비는 순식간에 제로년대의 미국 아이콘이 된다.


80년대, 90년대의 미국을 상징하는 괴물하면 뱀파이어였고, 생피를 빨아 죽음에 몰아넣는 흡혈귀는 에이즈 패닉을 나타내는 형상이었는데, 그것이 제로 년대 이후 좀비로 이동한 계기는 역시나 911에 있을 테지.


지비키는 로메로가 확립한 모던 좀비의 특성과 매력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디까지나 물체로서의 사체 그 자체로, 영 같은 관념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리적 반응으로 움직이고, 생자의 살을 먹을 뿐이지, 거기에 생전의 인격도, 사후의 영적인 원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것은 <물체>로서의 움직이는 사체 뿐이다. 우리가 좀비에 강하게 매료되는 이유는, 개인의 내면적인 감정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 이 <물체>로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을까. 하지만 좀비는 무기적이긴 해도 기계는 아니라, 피와 내장으로 이루어진 육체 그 자체다.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 육체가, 추하게 무너지면서 한결같이 습격해오는 공포, 그 압도적인 무의미함에 특이성이 있다.


911을 체험한 미국인에게 가장 가열한 이미지를 남긴 것은, 세계무역 센터를 꿰둟는 항공기도 무너지는 타워도 아니라, 무엇보다 타워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의 무리였다. (예를들어 당시, 낙하한 사람들을 목격했는가 여부는, 생존자의 PTSD 예측인자 중 하나였다) 그 이미지는 이윽고, 낙하하는 여성의 나체조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에릭 피슬의 <떨어지는 여인>을 비롯해, 미술이나 문학이나 영화의 갖가지 장르에 흡수되었다. 


특히 타워 북동(北棟)에서 뛰어내린 남자를 찍은 통칭 <폴링 맨>의 사진은 돈 드릴로의 <떨어지는 남자>나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의 미국 문학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이 사진의 남성처럼 생과 사 사이에 매달린 인간, 물리적인 중량이 있는 고기덩이로서의 인간을 생생히 불러 일으킨 것이 911이었다.


좀비가 지닌 <물체>로서의 존재감, 압도적인 무의미함은, 그러한 사람들의 자기인식과 완전히 호응을 한 것이다. 거기서 집단이면 무섭지만 개체로는 둔중하고 무력한 존재로서의 좀비 이미지가, 인간을 습격하는 적이라기보단 오히려 서서히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져 간다.


실제로 <시체들의 밤> <시체들의 새벽> <시체들의 날> 3부작 이래 로메로가 20년 만에 발표한 05년작 <랜드 오브 데드>는 그야말로 포스트 911영화였는데 여기서는 세계무역 센터 빌딩을 방불케 하는 타워를 고유하는 부유층, 게토에 사는 빈민층, 그 바깥에 좀비란 도식 속에서, 좀비는 오히려 학살당하고, 손도 발도 못쓰고 죽임 당하는 가련한 사람들이며, 마지막에 리더격인 흑인 좀비 <빅 대디>가 통솔하는 좀비 무리가 살 거처를 찾아 어디론가 떠나는 등에서는 이상할만치 애수가 어려 동정을 불러 일으킨다.


11년의 월가 시위 또한 <물체>로서의 육체에 의한 항의였듯이, <좀비 헤즈>나 <좀비 처형인>, 소설로는 <나의 좀비라이프> 같은 일인칭 좀비 시점이나 좀비 시점의 작품이 증가한 것은 사회현상과 싱크로 하고 있다.


사람들이 둔중한 몸을 가누는 정통파 좀비에 스스로를 겹쳐보기 시작한 한편, 제로 년대의 좀비붐 공로자는 역시나 전자와 대극이라 할만한 <달리는 좀비>이다. 이는 폭주하고 가속화 하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거나, 좀비가 점점 인간에 가까워지는 이상은, 좀비란들 달리기 마련이란 의미 부여도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달리는 좀비>를 새로운 표현수단으로 삼아 양산되는 좀비영화가 현실의 갖가지 사상(事象)을 리메이크/패러디/매시업 해나가는 과정에서 <911> 또한 미국 바깥에서 응답하여 좀비영화 안에 흡수된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캠코더 일인칭 시점 (POV)에 의한 긴박감이 흘러 넘치는 스피디한 영상으로 흥행을 거둔 스페인 발 모큐멘터리 영화 <REC>은 어쩌다 동시다발 테러 당일에 소방대원을 밀착취재한 노데 형제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9·11 N·Y 동시다발 테러 충격의 진실>의 영향을 받았다.


세계무역 센터 빌딩 내부에 갇힌 희생자들의 모습은 낡은 5층 아파트 내부에 갇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도망치는 등장인물로 탈바꿈 하여, 스페인의 좀비 영화 속에 그려진 것이다.


<워킹 데드>란 이름의 신화


그리고 좀비는 마침내 미국 TV시리즈로 진출했다. 10년 10월에 방송을 시작한 <워킹 데드>는 로버트 커크만의 동명 인기만화 시리즈를 프랭크 다라본트가 제작 총지휘(다라본트 본인이 원작을 서점에서 발견해 영상화를 추진했다고 하는데, 제 1시즌 이후에는 강판됐다.), 로메로 영화로 낯익은 그레고리 니코테로가 특수분장을 맡은 호화포진으로 스타트. 유료 케이블 채널 AMC에서 제 1시즌 전 6화가 공개되자, 미국 케이블 TV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획득. 이후에도 스스로 시청률 기록을 거듭해서 갱신해가며, 12년 10월 14일 방송된 3시즌 1화는 미국에서 1천만명이 시청. TV판의 스토리를 베이스로 게임으로도 만들어져 현재까지 탄탄한 인기를 자랑한다.


<달리지 않는 좀비>나 <기껏 건진 목숨을 인간끼리 싸우며 헛되게 날린다> 같은 로메로 영화의 전통을 계승해, 좀비에 포위된 묵시록적인 세계 속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서, 어떤 의미로는 매순간이 생사를 넘나드는 <ER> 같은 의료 드라마와도 통하는 휴먼 드라마이다.


12년 2월 현재 방영된 TV판 3시즌 8화까지와, 코믹스 일본어 번역판 전 3권 8장까지의 내용을 기초로 양자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멀과 대릴 형재의 존재를 비롯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스토리의 중점과 룰설정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만화판의 스토리 중점은 좀비를 프레임으로 삼아 생사, 인간의 존재, 윤리, 법 같은 다양한 경계를 되묻는 점에 있다. 애틀란타 교외에 있는 시골마을에서 보안관 대리를 하고 있던 릭 그라임스가 그룹 내의 리더적 입장이 되어 십수명의 생존자를 이끄는 에픽 사가적인 요소가 만화판에서는 눈에 띈다. 보안관 대리란 릭의 직업 설정이나, 근무중에 총격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릭이 병원에서 눈을 뜸=생사의 경계를 방황하는 모험이 암시되었 듯, 그는 법이나 생사의 경계의 파수꾼 입장을 떠안고 있으며, 도중에 일행이 다다른 형무소 또한, 법을 탈피한 인간을 격리하는 장소가 좀비의 습격을 막는 이상적인 쉘터가 된다는 경계의 반전을 나타내어 효과적인 무대로 기능한다.


만화판은 이같은 요소에 생존을 위한 살인의 옳고 그름이나, 카니발리즘 같은 일선을 넘은 대처 등의 현재 TV판에서는 묘사되지 않은 모럴 해저드 문제를 과격하게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인간의 적대자에게 습격을 받은 릭이 상대의 얼굴을 물어뜯은 다음, 한페이지를 통째로 사용해 얼굴을 업시켜 말하는 <워킹 데드는 바로 우리들이다! (We ARE the Walking Dead!)>대사가 웅변하듯, 스토리가 진행함에 따라 생존자와 좀비를 나누는 경계가 차츰 희미해지고, 그것이 독자에게 그런 경계를 강하게 재고하게 만든다.


한편 TV판의 독자적인 요소 중에서 이채로운 색을 띄는 게, 1시즌 최종화의 종착지 CDC(질병대책 센터)와 그와 관련된 약속, <좀비에게 물리지 않아도 인간은 죽으면 어김없이 좀비로 되살아난다>는 좀비물의 법칙 속에서도 상당히 참신한 룰이다. 즉, 만화판이 생자와 좀비를 언젠가 무효화 시키는 대립항으로 그렸다고 한다면, TV판은 그 양자를 연속성을 가진 것으로 포착한 부분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살아있는 사람 전원이 <잠재적인 좀비 예비군>이란 이 설정은, 기독교가 설파하는 사자의 부활에 대한 악취미적인 패러디이며, 좀비 애호가가 흔히 입에 담는 <예수 그리스도=좀비> 설의 희화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같은 사실을 입증하듯이, 2시즌 1화에는 일행이 남부 침례교 교회에 들르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예배석에는 좀비들이 숙연히 앉아있고, 예단 중앙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등신대에 가까운 예수상이 있는데, 그 예수의 피부는 부자연스러울 만치 시퍼렇고, 전경의 좀비들 사이에 완전히 섞여 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중략)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요한복음)


이리하여 마지막 날에 되살아난 사자들 무리는 산자를 습격하고, 릭은 모세처럼 민초를 이끌고 황야를 방황한다. 만화판에선 희박한 종교적 요소가 TV판에 가미된 점에는, TV판이 의도하는 것이, 21세기의 미국에 새로운 신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는 아닐까 짐작된다.


그걸 뒷받침 하는 한가지 점이 본작에 진하게 배어있는 서부극 요소이다. 보안관 모자를 쓴 보안관 제복 차림의 릭이 가솔린이 바닥난 차를 머리고 말을 타고서, 황량한 무인의 고속도로를 홀로 애틀란타 시가를 향해 나아가는 서두의 장면은 그것을 단적으로 선언한다. 로메로도 최신작 <서바이벌 오브 더 데드>를 <빅 컨츄리>와 의도적으로 비슷하게 제작한 사실을 밝히고 있는데, 제로 년대 미국의 좀비영화에서 엿보이는 서부극에의 회귀 또한, 미국사와 대중문화의 원점에 회귀하여, 쌍방의 역사를 새로 전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인 것이다.


좀비영화의 가장 큰 난관은 총을 다루지 못하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고, 총쯤은 다뤄야 위급할 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통감시키는데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금 총을 마구 쏴갈기는 좀비 영화는 전미 총기 협회의 수하가 아니라, 서부극의 전통을 이어받아 미국의 국가 신화를 현대적으로 자아내고자 하는 장르인 것이다.


카무플라주 오브 더 데드


<워킹 데드>에 등장하는 흑인 여전사 미숀이 일본도를 사용하는데에는 총기 사회 미국의 불안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엘리자베스 메칼리스터의 말에 따르면 좀비 영화에는 이 미숀 같은 흑인 영웅이 등장한다는 법칙이 있다고 한다. 전술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벤 <시체들의 새벽>에서는 피터 <시체들의 날>에서는 존 <랜드 오브 더 데드>의 빅 대디 역시 좀비 측의 구세주라고 할만하고, <좀비 헤즈>의 토마스나 만화판 <워킹데드>의 타이리즈 등 로메로 좀비를 계승한 작품에도 마찬가지로 흑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이같은 특성은 전술한대로 좀비의 형상에 내재한 인종의 메타포와도 관련이 있을 테지. 리처드 다이어는 이 이유를 정치적인 올바름이 아니라, 여기서 등장하는 좀비들이 백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 가령 좀비 영화에 있어서 흑인 영웅의 존재가 좀비가 되고자 하는 백인들의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면, 거기에는 대체 어떤 의미가 감춰져 있는 것일까.


이를 좀비 영화의 생존법 중 하나인 <카무플라주>, 즉 좀비인 척 한다는 전략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좀비인척>은 좀비 코미디 영화의 걸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 속에서 좀비 무리를 돌파하기 위해 채택한 방안으로 유명한데 <워킹 데드>에서는 그것이 유효한 전술로 거듭 쓰이고 있다. 좀비한테 포위당한 릭과 글렌이 좀비를 도려내 체액이나 장기를 온뭄에 두르고 탈출하는 장면은 TV판에선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해 그려졌고, 그 그로테스크함으로 인해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는 시퀀스가 되었다.


미숀이 두명의 좀비를 거느리고 여행을 한 것도 카무플라주를 위한 것이었고, 만화판에서는 이상향적인 게이티드 커뮤니티, 울즈베리에 도착한 일행이 할로윈을 축하하는 사람들을 보고서 현실감을 상실하는 대목에서 가장이란 행위를 넌지시 언급하고 있다.


인간들이 좀비인 척 하는 이 의장(疑裝) 전략은 19세기 미국에서 건국이래 처음 보급된 국민적 오락 민스트럴 쇼를 연상시킨다. 백인들이 그을린 코르크로 얼굴을 검게 물들이고, 흑인을 익살스럽게 모사한 이 퍼포먼스는 오와타 노시유키의 정리에 따르면, 흑인차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출신도 문화도 다른 이민족으로 구성된 노동자 계급인 백인들에게 균질적인 허구의 백인성을 부여해, 통일적인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렇다면, 개체가 아닌 매스, 카테고리이며, 애시당초 인종, 그것도 흑인의 은유가 내재하는 좀비를 의장한다는 행위가, 이 민스트럴 쇼의 리메이크란 견해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


좀비 또한 잿빛깔로 문들어진 메이크업으로 신체적 차이로 환원되어야 했을 인종의 개념을 괄호에 넣어 <살아있는 시체>란 상상의 공동체적 동일성을 부여한다. 단 민스트럴 쇼와 마찬가지로, 여기서의 좀비 의장이 허구의 백인성을 빚어내는 장치라고 여기는 건 너무 단락적인 생각이다. 


로메로는 "나는 언제나 <내부의 괴물>의 아이디어가 취향이었어. 좀비는 바로 우리들이란 생각이 드는데. 좀비는 블루 컬러의 괴물인거야"라고 말하고 있는데, 좀비를 카무플라주 한다는 것은, 인종이나 계급을 둘러싼 매트릭스를 빠져나와 <육체노동자 계급의 살아있는 시체>란 이중 삼중으로 픽셔널한 통일적 주체를 가짜로 꾸며내는 일이며, 모든 인종의 기호를 아나키즘에 빠트리는 시도는 아닐까.


좀비의 의장에 사용되는 시퍼런 메이크업이나 빨간 장기는 흑인이나 백인 같은 특정 인종으로는 회수될 수 없는 공동체란 사실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좀비의 의장을 생각해보면, 미국 문화 속에서 좀비를 일약 유명하게 만든 게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였단 점도 우연의 산물로는 생각하기 힘든 구석이 있는데, 심지어 일반인들이 좀비 문장으로 거리를 걷는 <좀비 워크>가 미국에서 시작해 전세계로 확산되는 사태는 감회가 깊은 일이 아닐까 한다.


좀비 워크는 그야말로, 좀비의 의장으로 맺어진 공동체에 의한, 봉오도리나 다름없는 축제이며 정치적인 데모이기도 하다. 그것은 좀비 영화 속과 마찬가지로,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절실한, 지금의 세계를 살아서 헤쳐나가기 위한 생존전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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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법vs일본 AV메이커


요 몇년새, 대만VS일본 AV메이커 간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대만하면, 일본 어덜트 비디오 최다 소비지. 심지어 대만을 경유해, 중국 본토나 동남 아시아로 유통된다고 한다. 케이블 방송의 성인방송도 방영하고 있으며 유료시청 사이트도 있는 등, 단순한 해적판 소비뿐만 아니라, 그 나름대로 산업의 모양을 갖추고 있는 모양인데, 문제는 일본 메이커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


왜냐하면 대만에서는 어덜트 비디오는 저작물이 아니다.


21일 일본 메이커가 패소한 재판이 있었기에 「대만의 AV와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 간단히 요약해보고자 한다.


일본기업의 패소


어덜트 비디오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일본 AV메이커가 愛爾達科技 등의 대만 기업에 소송을 걸었지만 불기소처분


일본의 AV를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로 제공한 일로, 愛爾達科技 등 11개의 회사는 일본 메이커에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했다. 출연자나 제작 스탭이 힘을 합쳐 만들고, 감독의 의도와 출연자의 오리지널리티가 반영되어 있는 AV에는 저작권이 있다고 일본 AV메이커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21일, 대만 지방 검찰청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 일본 메이커 작품에는 남녀가 다양한 체위로 성교, 구강 성교를 나누며, 심지어 일부 부위만을 확대해 촬영한 컷도 있다. 검찰은 이런 종류의 관객의 성욕을 불러 일으키는 걸 추구한 작품은 포르노이며, 저작권법 및 최고법원의 판결이 정의하는 저작, 즉 「문학, 예술, 과학 등의 창작」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저작권법은 개인이나 법인의 지혜나 저작을 보호하는 목적만이 아니라,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의 제한을 받아야만 한다. AV는 저작권법이 정의하는 저작물이 아니며, 또한 저작권법이 보호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愛爾達科技 등 11개의 회사의 죄상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인정한다.


또한  愛爾達科技 등의 사이트에는 미성년의 열람을 경고, 금지하는 메세지가 있는 사실이 수사를 통해 명백해졌다. 따라서 외설 영상 유포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일본 메이커는 고소후에 피고(11개사) 중 두 회사에 소송을 취하했다. 따라서, 전체의 불기소가 결정됐다.


대만 저작권법과 최고재판소 판례


상기 기사의 내용대로, 최대 쟁점은 대만의 저작권법이다.


대만 저작권법 제3조


본 법률로 사용하는 용어는 이하의 것을 정의한다.

1:저작:문학,과학,예술, 또는 기타 학술범위의 창작물에 속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뿐이라면 「전부 다 예술이지~」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할 법 하지만, 1999년에 「저작권법 제3조 제1항에 저작이란, 문학, 과학, 예술, 또는 기타 학술범위의 저작물에 속하는 것을 말하며, AV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최고재판소 판례가 나온 게 뼈아프다.


참고로 대만의 저작권법은 애초에 「문학의 저작, 미술의 제작, 악보 대본, 녹음 테이프, 사진, 영화」등 상당히 구체적인 규정이었는데, 1985년의 개정으로 상술한 문언으로 개정. 보다 추상적인 표현이 되어 범위가 확대된 것처럼 보였으나, 에로에는 저작권이 미치지 않은 석연치 않은 상황이다.


AV에 저작권은 없으나, AV를 팔아 돈을 버는 건 OK


민초의 생활과 도덕에까지 빈틈없이 말참견을 한다는 점에서는, 현재의 중국 본토도 마찬가지다. 다만 겉으로 내세운 명분으로는 에로금지인 본토와 달리, 대만에서는 유로 다운로드나 성인 방송 등 에로 산업화가 차츰차츰 인정받고 있다. 그런 까닭에 「AV에는 저작권은 없으나, AV를 팔아 돈을 버는 건 OK」란 이상한 상태가 생겨났다. 일본의 AV를 불법 복사해 당당히 사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 메이커도 저작권법과 최고재판소 판례에 직접 싸움을 걸어본들 좀처럼 이길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서 「외설물 유포」선에서 승부를 걸었지만 「미성년의 열람을 금지하고 있으니까 세이프」라고 일축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것에는 저작권이 없잖아, 란 검찰의 주장을 보면, 에로 관련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저작권을 빠져나가지 않을까 불안해진다.


실은 대만 사법VS일본 AV메이커의 싸움은 2010년 무렵에는 보도가 있다. NNA.ASIA.에 의한 대만 경제부 지혜재산국은 AV컨텐츠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견해를 내비췄으나 「판단을 내리는 건 사법」이라며 포기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상 저작권법을 개정해주는 것 말곤 해결책이 없을까. 차라리 센카쿠를 둘러싼 일본 대만 협상의 교환조건으로 「저작이란 문학, 과학, 예술 또는 기타 학술범위의 창작, 덤으로 에로에 속하는 것을 가리킨다」로 개정을 요구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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