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 히로유키x바 히로노리『비비드 드』한 현장 사건첩.


운명의「엉덩이 기획서」에 이끌린 동료.

먼저 요시노 씨와 토바 씨의 만남을 말씀해주세요. 토바 씨를 경유해서 요시노 씨한테 기획이 전달됐다고 들었습니다만.

요시노: 그랬죠. 애시당초, 토바 씨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제 기억이 맞다면「흑집사」 제 1기 시나리오 회의를 했을 무렵이라고 생각해요.

토바: 알게된 후로는 정기적으로 술자리를 가지면서, 언젠가 오리지널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거나, 당시 방영중이었던『스트라이크 위치즈』가 진짜 괜찮지 않냐, 그런 얘기를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요시노: 그 후, 아마「마크로스F」로 쩔쩔매고 있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하는데요, 예의「엉덩이 기획서」입니다. (웃음) 당시 타카무라 씨와 면식은 없었지만, 소녀를 귀엽게 그리는 일에, 범상치 않은 정열을 쏟는 분이라고 소문은 들었죠. 기획서를 본 순간, 정말로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감동했습니다. 실제로 뵙게 된 것은「스트라이크」의 1기와 2기 사이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토바: 키치죠지에 있는 야키니쿠 가게였지요. 저를 포함해 셋이서 만났습니다. 그 때는 타카무라 씨와 요시노 씨가 첫대면이었으니까「스트라이크」를 화제삼아 분위기를 띄워 친교를 깊게한 기억이 있습니다.

요시노: 그러고 보면  그 때 타카무라 씨가 들려주신 에피소드 중에서, 무척이나 인상 깊은 게 있어요.「스트라이크」1기 라스트에서 인간형 네우로이가 나타났던지라, 저는「2기는 네우로이와 인류의, 퍼스트 컨택트 같은 이야기가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지요. 그랬더니,「그런 전개를 하면 스토리를 질질 끌게되는 나머지 소녀를 그릴 시간이 없어지니까, 그건 2기 1화에서 죽습니다」라지 뭡니까.

깜짝 놀랐지만, 동시에 그 발상과 떳떳함에 감탄했지요. 그 아이가 더욱 인간에 가까워져서, 스트라이크 팀에 들어가서······이런 스토리를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타카무라 씨는 진부한 스토리보다도, 캐릭터를 귀엽게 그리는 걸 우선한다고 단언한 겁니다. 정말로 흔들림이 없는 가치관의 소유자였단 말이지요. 이번에는 특히 타카무라 씨의 그 부분을 소중히 하고자 합니다.

타마쿠라 감독의 작가성이 중심축!
그걸 지탱하는 팀은?

그런「흔들림 없는」타카무라 씨와, 요시노 씨가 공동으로 시리즈 구성으로써 크레디트 되어 있는데요,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요시노: 애초에 타카무라 씨의 기획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니까, 베이스는 타카무라 씨한테 맡기고 있습니다. 저는 스토리 라인이 빈약한 상황 같을 때「뭔가를 더해보죠」라고 제안하고, 살을 붙이는 역할이죠. 제가 지금껏 관여했던 작업의 경험에서, 제안할 수 있는 걸 던지고 나면, 마음에 든 아이디어를 타카무라 씨가 캐치해서, 그걸 다시 한번 저한테 되던지는······일의 반복이지요. 타카무라 씨에게 있어 저는, 캐치볼을 위한 벽이라고 할까요.

토바: 타카무라 씨는 혼자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보다, 여럿이 토론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맨처음에는 기획을 굳히거나, 스토리의 큰 틀을 정하는 작업을 셋이서 했습니다. 작가 한명과 편집자 두명이란 느낌일까요.

「뭘 하고 싶나요?」「이런 건 어떨까요?」이렇게, 둘이서 타카무라 씨한테서 수요를 끌어냈습니다.「비비드 레드」는, 그런 식으로 타카무라 씨가 만들고 싶은 걸 받쳐주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다들 그 기획서를 보고서, 그걸「좋다」고 생각한 사람들 뿐이니까, 전원이 타카무라 씨를 믿고 따라가는 스탠스죠.

요시노: 그렇네요. 타카무라 씨는, 자기 안에 명확한 가치기준을 갖고 계신 것과 동시에, 정말로 봐주는 사람의 시선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 야구로 예를 들자면, 저는 때때로, 변화구를 던지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스트라이크로 보여도, 실은 코앞에서 휘는 공」같은 걸 던지려 들면「요시노 씨, 이건 볼입니다」고 타카무라 씨가 제지합니다. (웃음)

저로서는, 스트라이크라고 착각하고 스윙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싶지만, 타카무라 씨께는 통용하지 않는 거죠. 이 작품에서는 똑바로 정면을 겨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토바: 타카무라 씨는 스트라이크 판정이 가차없죠! 그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기가 흔들리지 않으니까, 팀에도 자연스럽게 엄격해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작업을 하는 것에 감사를 하면서도, 그렇다고 쓸데 없이 눈치 보거나, 타협을 하지 않죠. 그리고, 그가 납득하지 못하는 한, 아무리 사소한 요소라도 작품에 받아들이는 법이 없어요.

요시노: 『비비드 레드』는 순도 높은 타카무라 작품이 되겠지요. 제는 이제껏 이런저런 제작현장을 경험했습니다만, 감독님이 이 정도로 전 주도권을 쥐고 있는 스타일은 처음이었습니다. 단, 오해가 없도록 단언하고 싶은 것은, 타카무라 씨의 주도라고 말은 해도, 우리들이 전부 수용하고 있는 건 아니란 점입니다.

서로 밀어붙이면서 만들고 있으니까, 작품이 성장하고 작품으로 이상적인 모양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나온 아이디어의 양과, 쌓아올린 토론 시간이, 최종적으로 작품의 퀄리티로 이어지는 거지요.

시리즈 구성은 타카무라 감독님과 요시노 씨인데요, 각화의 시나리오는 몇인 체제인가요?

요시노: 저를 포함해 셋이서 쓰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선 이름을 공표할 수 없지만, 모두들 타카무라 월드에 이끌려 모인 사람들입니다.

토바: 타카무라 씨는 다른 크리에이터는 흉내낼 수 없는 자질을 지닌 사람이니까,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요시노: 단, 그 나름대로 수라장을 경험해온 터프한 사람이 아니고선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좀전에 얘기했듯, 일에 있어서는 타협을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과연,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용사 집필진이 참가한 것이군요. 분담은 이미 정해졌나요?

요시노: 일단, 4화까지는 순서대로 씁니다. 그 다음에는 캐릭터 별로 분담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이 작품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비밀입니다.(웃음) 다만, 중요 설정에 관계된 에피소드나 스토리를 진행하는 에피소드는 시리즈 구성이 담당하고, 그 외의 자유롭고 신나는 이야기는 각화 담당자가 맡는다,는 경향은 바뀌기 어려우므로, 시리즈 구성은 꽝만 뽑는 기분도 듭니다.(웃음)

토바: 그건 감독님도 마찬가지라구요? 메인 스토리에서 동 떨어진「맛있는 콘티」는 번번히 다른 사람한테 넘기게 될 운명입니다.(웃음)

이야기의 전체상은 대체적으로 결정났나요?

토바: 전체 스토리의 마무리까진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도중 에피소드에 관해서는, 캐릭터가 멋대로 움직이는 와중에 만들어 가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시노: 지금은 아직 캐릭터 만들기로 한창인데다가, 큰 틀을 제외한 각화에 대해서는 표면에 나온 캐릭터 나름으로 생각하게 되겠죠.

타협 없는 엄격한 현장!
시나리오 회의는 지구력 레이스!

지난 달에 타카무라 감독의 말씀으로는,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도 캐릭터가 최우선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 중에서, 캐릭터를 위해 스토리를 바꾼 적은 있나요?

요시노: 네, 있습니다. 다만『비비드 레드』는 기본적으로 1화 완결 스타일로, 전체상에 관해서는 이미 큰 틀이 정해져 있으므로, 바꾸고자 해도 각화 레벨에서 조정이 발생하는 정도. 앞으로도 스토리의 축을 크게 변경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타카무라 감독님의 수정 오더는 어떤 식으로 나오나요?

요시노: 우선「뭔가 좀 아닌데」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이거, 귀엽지 않죠?」란 한마디가 나오고. 그 필살 대사가 나오면, 시나리오 회의석이 움찔하고 얼어붙습니다. (웃음)

토바: 그 한마디가, 회의를 질질 끌게 되는 걸 의미하는 싸인이니까 말이죠. (웃음) 플롯이 바뀌는 일은 없어도, 살붙이기의 단계에서 타카무라 씨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면 그 시나리오는 고쳐 씁니다. 기본적으로는, 라이터가 쓰고, 회의에서 검토하고, NG부분을 고치는 작업의 반복입니다.

어떤 점에 체크가 들어가나요?

요시노: 캐릭터의 행동 뿐만이 아니라, 대사 한마디 한마디까지 꼼꼼하게 따집니다. 수정 방식도 감독님 마다 타입이 있지요. 자기 요망만 전하고 수정은 라이터한테 맡기고, 그걸 후일 태검토 하는 타입과, 대안을 회의석에서 검토하고, 스스로 대안을 준비해오는 타입. 타카무라 씨는 완성된 시나리오를 위한 검토나 수정을 위안 대안을 위해서 밑준비를 미리 해놓고서 회의장에 갖고 오니까, 최소한 시나리오 회의 전날까지는 시나리오를 제출하지 않으면 스케쥴이 맞지 않습니다.

토바: 꼬박 하루동안 시나리오를 빼곡히 읽고나서, 회의에서는 먼저 그게「통」인지「불통」인지의 판단이 내려집니다. 만약 불통이면, 어떻게 할지를 다같이 생각하거나, 혹은, 타카무라 씨가 가져온 안을 검토하곤 합니다. 그 작업의 반복이니까 한번의 회의가 8시간이나 걸리는 일도 흔합니다. 

제 기억에, 과거 최고기록은 13시간이나 걸렸던 일도 있었을 터! 언제나 저녁 5시에 시작해서, 끝나면 어김없이 막차가 없어지니까「최소한 막차로 퇴근하지요」란 말이 나와서, 오후 3시에 시작하면, 그 날은 회의를 마친 것이, 오전 4시였다는 결말이죠. 확실히 전차는 탈 수 있었지만, 막차가 아니라 첫차였단 말이죠. (웃음)

요시노: 토바 씨가 도중에 식료를 조달해 주셔서, 그걸 먹으면서 속행했습니다. 밖에 먹으러 나갈 일은 없으므로, 정말로 통조림 상태죠. 우리들 세명 외의 시나리오 라이터진과 제작 사이드도 여려명 참가하고 있어서, 12명 정도는 있었을 텐데요, 다들 줄곧 회의실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그건 상당히 가혹하네요. 몇화의 일화였나요?

요시노: 3~4화 언저리였습니다. 서반은 스토리와 동시에 캐릭터 메이킹도 겸하고 있었으므로, 아무리 해도 검토사항이 늘어나서 오래 끌게 되지요. 타카무라 씨 안에서도, 처음부터 모든 캐릭터 요소가 확실히 굳어져 있는 건 아니라, 당신이 그린 그림이나, 모두가 고민한 시나리오 회의 내용을 피드백 해서, 그것들의 상승효과로 캐릭터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래서, 네이밍 하나로 회의가 3~4시간은 걸리는 일도 빈번. 타카무라 씨는 막히는 일을 뒤로 넘기지 않고서, 그 자리에서 확실히 정하려 드는 타입이라서, 결과적으로 장시간이 되고 맙니다. 지금은 캐릭터도 굳어졌고, 앞으로는 그렇게 많이 고생하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해요.

토바: 타카무라 씨는 요새는 태도를 바꿔서, 막차를 생각하지 않게 됐죠. 이불을 가져오거나, 첫차를 타거나(웃음)

요시노: 저도 요새는 자전거로 출근 중입니다.(웃음)

토바: 다들 돌아가지 못하는 걸 전체로 삼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편의점이나 패스트 푸드 같은 시설이 충실해서, 통조림 당해도 어떻게든 되는 건 좋습니다만······

요시노: 직장 근처에 가게가 충실하지 않은 편이 나을지도 몰라. 다들 기를 쓰고 돌아가려 들테니까! (웃음)

이제까지 가장 고생한 점을 꼽자면 역시 그 13시간 회의였을까요?

요시노: 확실히 13시간 회의는 특필할 만한 에피소드긴 하지만, 고생담으로 들자면, 역시「타카무라 씨란 인간을 파악하기까지」라고 생각해요. 무엇을 재밌다고 느끼고, 무엇이 안 되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데 협력하면 좋을지. 그것이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가장 힘든 점입니다.

원작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으면「얼마만큼 이해하고 논의할지」란 간격을 알 수 있어 편한데요, 오리지널 작품이 첫대면이라, 거리를 재는 것과 동시에 제작도 진행하게 되자니 처음에는 고생했습니다. 서로 알게되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만.
 
과연. 반대로 즐거웠던 에피소드는?

요시노: 키치죠지에서 먹은 야키니쿠가, 맛있었지 참······(웃음) 농담은 이쯤하고, 역시 작품을 만드는 와중에는 힘든 일 뿐이어서, 즐거운 일 같은 건 좀처럼 없어요.(웃음) 그게 좋은 추억이 되는 건 끝나고 나서죠.

필름이 미완성이고, 봐주는 사람의 반응조차 모르는 현시점에선, 저는 그저 두려울 따름이죠.「이건 정말로 재미가 있을까」란 의심과「틀림없이 재밌을 거야」라 믿고자 드는 마음이 최종적으로 보답을 받는다면 무척 행복한 일이죠.

『비비드 레드』의 매력
소녀들의 "유대"

『비비드 레드』의 가장 큰 매력은「소녀들의 귀여움」이죠. 그런데, 그것 말고 요소를 구태여 들자면, 어떤 점일까요?

요시노: 소녀들 사이의 관계일까요. 스토리는 스트레이트 하게 소녀들의 우정을 그려나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토바: 소년 만화틱한 소녀들의 우정──유대이려나? 타카무라 씨도 그 점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그 부분을 제법 의식하면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지요.

요시노: 예를 들어「스트라이크」의 경우엔, 네우로이 섬멸의 임무로 모인 소녀들이니까, 시각이 다들 똑같아요. 그에 반해「비비드 레드」는 훨씬 느긋한 일상에서 스타트 하죠.「왜 그녀들은 함께 있는 건가」란 이유가 필요하고,  개인적인 흥미나 취향이란 인간성도 존재합니다. 그 부분을 똑바로 구축하는 것이 작품의 토대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소녀들의 인간관계를 쌓아올리는 그런 에피소드도 넣을 예정인가요?

요시노: 한정된 분량 안에서, 꼼꼼하게 그리는 건 어렵지만,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네요.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아카네는 타고난 천진난만함과 명랑함을 지닌 소녀. 그것이 친구가 안고 있는 마음의 조그만 상처를, 치유해주는 존재가 되리라 생각해요. 스토리 면으론「친구란 뭘까?」란 유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비비드 레드」에 바치는, 마음가짐을 부탁드립니다.

요시노: 좌우지간 재밌는 걸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절찬 전력투구중입니다! 무척 평범한 말이지만, 지금은「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밖에 할 말이 없네요. 다들 웃으면서 뒷풀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토바: 하지만, 그게 시청자 여러분께, 가장 성실한 태도가 아닐까요. 우리들은 성실하게 작품을 만들고, 봐주는 사람들이 기뻐할 결과를 목표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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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이 머지 않아 끝난다.


황제가 없는 건 8월이었지? 천사가 없는 건 내 기억이 맞다면 12월이었을 거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커다란 폭탄이 머리 위로 느닷없이 떨어져서, 아무도 모르게 모든 것이 게임오버가 되어버리거나, 이 빌어먹을 세계를 남김없이 리셋 시켜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두서없이, 어딘지 펑크 밴드의 노랫말 같은 걸 생각하게 되는 일년의 마무리. 아니, 별로 자포자기 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저, 오늘은 무척이나 추웠기에.

그것뿐이라고. 단지 그것뿐.

밤이 또 온다. 북풍에 등을 굽히고 오늘도 나는 K月의 문을 연다.


하지만, 그러니까, 그래도…젠장맞지만, 그래도, 멋진 이 세계에 오늘도 의미도 없이 건배를 하자. 괜찮아. 아직 웃을 수 있어.


누군가에게 항상 감사를. 나는 어떻게든 살아 있습니다.



        EPISODE 12 : 그래도, 위를 보고서 걷자.


엔도 루카와 SMaRT가 분발하고 있다.

원래는 5월 무대 한정일 생각으로 결성한SMaRT. 다섯명의 멤버 앞글자를 따서 지은 그룹명인데, 지금은 정확하게는 SMT가 되었다. a랑 R이 빠졌기 때문에 말이지.


이유는『그저 의욕이 없어졌으니까. 댄스는 좋아해도 배우기만 하는 걸로 충분해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그러니」라고 말하는 거 말고 달리 방법이 없으니 말이지.


그런 여러 일들이 있으면서도, 현재는 4인 편성으로 라이브 같은데 출연하고 있다. 이녀석들로 말할 것 같으면 진짜 서툴고 손이 가는 녀석들이다. 좋은 소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실전에 약하거나, 토크가 서툴거나, 정말 웃음이 나올만치 구제불능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그래도


아이돌라이브의 성지・하라주쿠 루이드에서 라이브 이벤트에 출연했다.


대기실이나 복도벽에, 많은 아티스트의 낚서나 싸인이 있어서 실로 감개무량 하다. 개장전의 시간을, 그런 갖가지 낚서나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포스터를 보면서 어슬렁 어슬렁 걷다가, 문뜩 발이 멈췄다. 어딘가의 밴드 포스터 앞이다. 캐치카피가 쓰여있다.『우리들은 위를 보지 않아. 앞을 보고 나아간다고.』


좋은 말이야. 그래도 말야.

            


        ●                       ●


키타무라 에리가 절호조다.

「야 에리! 저번에 응시한 오디션 결과가 나왔어!」

「오오! 어떻게 됐나요?」

「붙었어. 괜찮은 역할이라구~」

「やったー!」

「이걸로 내년 4월 계획은 레귤러 3편. 일기당천까지 더하면 4편이야.」

「굉장해. 잘나가는 아이돌 같아.」

「그래서 말인데…」

「응」

「저번에 했던 이야기 말인데…」

「응…미안해요」

                   

 ●                       ●


무라카미 하루나의 자연스러운 힘조절은 놀랍다.


「상담이 있어요」

「뭔데?」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 싶어요.」

「어떤 식으로?」

「물결 파마를 하고 싶어요」

「뭐?」

「조금 있으면 문화제에서 춤을 추거든요. 그래서, 물결을 넣고 싶어요.」

「하, 하루나 군. 그, 그런 헤어 스타일론…뭐시냐…일이나 오디션에 말이지…」

「으~음. 그건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다니 너…」

「하고 싶은 일을 참으면 스트레스가 쌓일 거예요. 그건 좋지 않죠.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싶어요.」


이런 자연체 탤런트는 허락될까?

「괜찮아요. 한번만 하면 만족할 거니까. 아마, 한달도 안 되서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을까요.?」

「그러냐…」

나는 머리를 벅벅 긁적이면서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                       ●


에리가 우리 사무소를 떠나게 된다.


언젠가는 오리라 생각했었고, 예감은 했었다. 너무나도 긴 시간 함께 해왔으니 말이지. 서로 생각하는 것도, 고민하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된단 말이지. 어릴적부터 재능이 있었다. 


7살에 처음으로 만난 무렵부터 재주 많고 천재 기질이 있는 아이었다. 복잡한 가정사정도 있었다. 12년 이상이나 최선을 다해 나를 따라와 줬다. 다른 탤런트와 다르게 너무 깊게 관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어린아이일 적에는 괜찮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나서는 조금식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리 사무소의 엔도P가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나치게 부녀 같아요. 사이가 원만할 때는 죽이 맞아서 활기 넘치는데, 시덥잖은 일로 싸울 때면 반항기의 딸이랑 엄격한 아버지로 밖에 보이질 않아. 그건 사무소의 대표와 탤런트로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죠.』라고.


그건 자각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에리가 부모를 떠나고, 내가 자식을 떠냐야할 날이 오리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서로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이이란 것도. 내가 먼저 말하지 못한 것은 내가 자식을 떠나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나란히 서서 함께 꿈을 꾸고 싶었으니까.


「죄송해요. 줄곧 신세를 져왔고, 계속 함께 하고 싶었지만…」

 

결심을 내리기까지, 이 녀석이라면, 꽤나 고민하고 괴로워 했을 게 분명하다. 그걸 아는 만큼, 나는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그러니」라고 말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겠지.


「그래도 난처하네~ 꼭 이럴 때만 스케쥴이 척척 정해진단 말이야.」

「정말, 난처하네요~」

「な~」

웃는다. 우리들은 평상시보다도 조금 더 많이 웃는다.

최종회다.

오래도록, 정말로 오래도록 이어진 에리와의 이야기도 오늘로 끝.


「그럼, 스튜디오에 들어갈까.」

「네」

12월 27일. 마지막까지 평소처럼 웃고, 일을 하고 끝내는 것이 암묵의 약속.


눈물 나는 말도 하지 않는다. 슬픈 엔딩 테마도 흐르지 않는다. 거리는 섣달의 번잡함 속에서.


마지막까지 평소대로 노력하고, 함께 일을 하고, 헤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내일 또 보자」라고 말이 헛나올 정도로.

                    

●                       ●


「그러니까, 명절요리인 쿠리킨톤은 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그렇지?」

「나는 명절을 싫어해서. 왜냐면 순 야채 투성이고 고기가 없잖아.」

「그니깐 토모미는 편식이 너무 심해. 쿠리킨톤은 있지…얘 미사, 듣고 있어?」

「아, 응. 정월은 복주머니지.」


라이브가 끝난 돌아가는 길.

SMaRT 삼인을 태우고서 국도 20호를 달리고 있다.

뒷좌석에서 시덥지 않은 대화가 들려온다. 듣고 싶은 건 아니지만, 멋대로 들려오니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엄마가 있지, 올해는 쿠리킨톤 안 만들지도 모른다고 하셔서…미사 너, 듣고 있어?」

「…んぁ~」

「우와아, 미사 벌써 잠들었잖아.」

 

신기하게도, 뒷좌석에서 시덥잖은 대화를 BGM으로 삼고 달리는 드라이브도 나쁘지 않다.


「앗! 달 예쁘다.」

「정말! 예쁘다! 예뻐!」

「우으으~ 추워어~」


창을 열고 하늘을 보면서, 떠들썩 거리는 목소리가 차안에 울린다.

달은 반달.

이렇게 올려다 보는 달도 나쁘지 않구나.

                    

●                       ●


2007년 정월.


정처없이 차를 몰고 있자니, 역시나 바다에 와버렸다.

차를 세우고 엔진은 켜둔채로 밖으로 나간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차에 기댄다.

카 오디오에서는 4.p.m.이 커버한『SUKIYAKI』가 흐르고 있다.


문뜩, 루이드에서 본 포스터를 떠올린다.


우리들은 위를 보지 않는다. 앞을 보고서 나아간다고. 으음 멋진 말이야. 하지만…나는 아마도, 앞으로도 위를 보고 걸어가겠지.


똑바로 앞을 향해 걷는 것이, 가장 좋은 걸음걸이란 것쯤은 알고 있어. 앞을 향하지 않으면 내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발밑의 돌부리에 걸려넘어질 위기도 있으니까. 그래도 위를 보는 것은, 그것 말곤 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루카나 SMaRT를 말할 처지가 아니다. 서투른 것은 내가 더하니까. 그래도 위를 보고 걸어가는거야. 위를 보고서, 달이나 별이나 하늘이나 구름을 바라보면서, 나아가는 길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눈물이 나지 않도록 위를 보고서.


눈을 감는다. 파도소리만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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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열심히 살고있냐.』

수화기 맞은 편에서 그리운 목소리.

내가 아직 이 세계에 갓 들어왔을 무렵, 매일같이 들었던 목소리. 꾸지름을 들었던 목소리.


『뭐 너니까. 변함없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겠지만.』

선배도 변한게 없잖아요. 빡쎄게 일하고 있단 소문은 듣고 있습니다.

저도 말이죠, 선배한테 매일 혼나던 그 무렵같은 애송이는 아니라고요?


선배랑 함께 매니져로 일하던 거대 연예 프로덕션은, 선배가 그만두고 1년후에 저도 관뒀습니다. 그러고나서 몇 갠가의 사무소를 도우며,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들이 연마되어, 지금은 나름대로 폼을 내며 자기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 변함없는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 만으로, 나는 무심코

눈물이 날 것 같은 걸까요



        EPISODE 11 : 나는 나대로 꿈을 꾼다.


『잘 들어 하루나. 내일 있을 오디션은 보청기CM이야.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고성능 보청기를 끼고서 보내는 쾌적한 생활을 손녀 시점에서 그리는 거야.』


『응』

수화기 맞은편에서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의욕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목소리.


『지금부터 콘티를 FAX로 보낼테니까, 그걸 보고 헤어스타일이나 복장은 스스로 상상해서 만들어야해.』


『응』

『이해했지? 포인트는 호감도니까 말이지. 이상적인 손녀니까 말야.』

『응. 알았어.』

이 시점에서 불안은 있었다.

다음날, 만나기로 한 터미널 역에 나타난 하루나를 보고 맥이 빠졌다.


「너, 너말이다…」

「응?」

아하하, 하루나는 근사한 갈색 머리라 이거야. 어째선지 지금까지 봤던 것 중 제일 밝게 염색을 했지 뭐야. 심지어 노란 브릿지까지 하시고. 틀림없이 스폰서가 바라는 CM호감도는 제로다.


「그 머리 말야…」

「저번 달에, 검게 염색했는데 점점 탈색되지 뭐예요.」

「노, 노란 브릿지까지 했는데…」

「어, 해버렸어.」

 글렀다.

                    

●                       ●


 K月의 카운터가 나를 치유해준다.


「어서오세요.」

마스터가 언제나의 미소로 반겨준다.


「아, 그럼 칭타오 부탁해요. 그리고…」

「오늘은 말고기 육회가 괜찮아요. 로스랑 코후네랑 후타에고, 그리고 혀랑 심장.」

「그거 전부 말고기?」

「본 적 없으시죠? 그것도 냉동이 아니라 생이니까 맛있어요. 조금씩 담아볼까요?」

「응」


알바생인 유우키가 맥주를 가지고 온다. 칭타오는 뒷맛이 깔끔해서 맛있다. 참고로 메뉴에 실려있진 않지만, 내가 억지를 부려 구비시켜 놓고 있다. 이런 억지가 통하는 가게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살기 좋은 정도는 크게 바뀐다.


「야 유우키. 너 하코네 소바 먹냐?」

「뭐 이따금식 먹슴다.」

하코바 소바란 오다큐선에 폭넓게 분포되어 있는 서서먹는 소바가게다.


「하코네 소바에는『箱根そば』랑『箱根そば本陣』랑『生そば箱根』이 있다는 걸 알고있냐?」

「모르는뎁쇼」


「본진은 신주쿠 역에서만. 하지만 여긴 약간 비싸고 그다지 맛도 별로야. 남은 것 중 거의 대부분이『箱根そば』나『生そば箱根』거든. 무슨 이유에선지 혼아츠기에는 맥주도 놓여있는『箱根茶屋』란 게 있지만 말야.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맛을 비교해가며 먹어봐.『生そば箱根』쪽이 훨씬 맛있으니까.」

「정말임까?」

「진짜 진짜. 이 부근이라면 요미우리 랜드 역앞에 있는『生そば箱根』가 추천이야. 면을 갓 삶은 타이밍에 맞추면 최고. 맛이 완전 다르다니깐.」

「알겠어요. 노력해볼게요.」

시시한 이야기를 하면서 술이라도 마시면, 조금쯤은 내일도 힘을 내자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들지 않더라도 억지로 그렇게 마음 먹고자 한다. 그리 생각하지 않으면 해나갈 수 없다. 내가 몸에 익힌 생활의 지혜인 셈이지.


마시고 있으려니 메일이 왔다.

내용은 라이브 공지. 발신자는 옛날부터 알고 있는 소녀.

초등학생 무렵에 일로 보살피던 아이다. 언제나 진지하고 최선을 다해서, 내가 그 사무소에서 일하지 않게 된 후에도 가끔씩 편지를 보내왔다. 그 후 그녀는 초・중학생 퍼포먼스 그룹의 일원으로 데뷔하게 됐는데, TBS의 정오 드라마 주제곡 등을 불렀는데, 그 때쯤에는 편지 대신 메일로 바뀌었다. 지금의 그녀는 또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고, 도내 라이브 하우스에서 활동하는 록큰롤 소녀다. 안지 10년 이상. 변함없이 메일은 온다.


가끔은 얼굴 보러 가줘야겠지.

                   

 ●                       ●


「아 치쨩이다. 치쨩!」

오디션 회장에 들어가자마자 하루나가 소리 높혀 들썩인다.

이전에 방송에서 같이 연기하던 아이를 발견한 모양이다.


「이, 이봐요 히로세 씨」

이번 오디션을 주관하는 회사의 담당자가 뛰어온다.


「안 되죠. 타고난 머리카락이 살짝 밤색이지만 모델 활동을 하고 있어서 지금은 흑발이라고 하셨잖아요.」

확실히 내가 마지막에 만났던 지난달까지는 흑발이었다고.


「좌우지간! 심사원이 걸고 넘어지면 합격하면 곧장 검은색으로 염색하겠다고 대답하세요!」

주변을 둘러본다. 틀림없이 불려온 아이는 다들 흑발이다.

그리고 심사원이 그런 질문을 할 것도 없이, 이번에는 떨어지겠구나 확신한다.

어느샌가 내 옆에 와있던 하루나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자리를 뜬 담당자의 등을 보면서, 하루나는 킥킥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깔보지 말라구. 우리를.」

아니, 정확히 말하면 깔보고 있는 건 너 혼자거든…


「간만에 만났는데 역시 치쨩은 귀여워」

「뭐 그렇지」

「이 CM도 치쨩이 붙으면 좋을텐데」

아니, 네가 붙지 못하면 우리 사무소에는 1엔도 들어오지 않는단 말야.


「그럼, 내 차례 오기 전까지 치쨩이랑 얘기하고 올게」

무라카미 하루나는 어디서건 언제까지고 무라카미 하루나다.

내 생각에 무라카미 하루나란 생물은, 굉장히 맘 편하겠지.

하지만 옆에서, 뒷수습을 하는 건 살짝 큰 일이다.

아무튼,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까 끝나면 하루나를 집까지 배웅해주자.

치쨩과 즐겁게 얘기하는 하루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                       ●


나는 나대로 꿈을 꾼다. 덤으로 고민은 끊이질 않는다.


「요즘,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 밤이 많은데, 좋은 숙면 방법 없을까?」

주말 라멘 홍보대사와 라멘을 먹다가 문뜩 질문해 봤다.


「그럼 안 자면 되지.」

라멘에 탁상에 놓인 마늘을 뿌리며, 녀석은 극히 시원스럽게 답한다.


「그런거야?」

「잠이 안 오면 깨어 있음 그만이야. 반드시 머잖아 졸려오거든.」

「뭐 그렇지.」


그 말대로다. 인간 반드시 졸리게 된다. 하룻밤 정도 철야하면 다음날은 잠이 오겠지. 진리다.인생의 다양한 문제야, 어렵게 보여도 실은 모두가 간단할지도 모른다.


「그럼, 고민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 남한테 상담하거나 푸념하는 건 싫거든.」

「난 고민하면, 언제나 머리속에 사카모토 료마 선생이 나타나.」

철학자 같은 눈을 하고서 녀석은 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신다.


「사카모토 선생말야?」

「음.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지.『그쪽은 그딴 걸로 고민하는 겐가. 작아, 작아, 작다네.』라고 말이야. 요즘도 그런 말만 계속 듣고 있어.」

「뭣때문에 고민했는데?」

「라멘을 국물까지 다 마시고 싶은데, 요즘은 칼로리나 염분이 맘에 걸렸거든.」 말그대로 작다.


「너도 머리속의 누군가한테 물어보는 게 좋을거야.」

「고마워. 참고가 됐어.」

진짜 참고가 됐다. 뭐든 물어보고 볼 일이야.

그나저나 역시 라멘은 돈코츠 소유에 돼지고기 비계 가득한 게 최고야.

                   

 ●                       ●


드라이브 중이다.

벌써 시각은 심야에 1을 더한 정도의 시간.

하루나를 집까지 바래다준 다음, 정신 차리고 나니 자택과는 반대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다.


카 스테레오에서는 죠 카커의 쉰 가성이 울려퍼진다. 이런 밤에는 실로 안성맞춤이다. 그가 노래하는『You Are So Beautiful』을 좋아한다. 여러 아티스트가 이 곡을 커버하고 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고와서 마음을 울리지 못한다.『당신은 너무나도 아름다워』라 아름답게 부르면, 무슨 세련된 미남 미녀의 연애 드라마 같아서, 듣고 있으면 침을 뱉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가 부르는 이 곡은 전혀 다른 맛이 있다.『나에겐 네가 너무도 아름다워』알콜 중독의 한심한 아저씨가, 절대로 자신은 손이 닿지 않을 사람을 그리워하듯, 쉰 목소리로 쥐어짜듯 노래하는 이 곡이 좋다. 정말 좋다.


초록불에서 멈추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연기가 깜깜한 하늘에 하늘하늘 떠오른다.



선배, 저 사실은 힘들어요.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해본다.


나 나름대로 노력하고 노력해서 여기까지 와서, 겨우 여기까지 왔지만, 잃어버린 것도 많은 모양이예요. 앞이 보이질 않아 무섭습니다.


살짝 약한 소리를 해봤지만, 머리속에 선배는 나와주지 않았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으니까, 도로의 안내표식을 보면서 적당하게 진행방향을 결정한다. 목적지는 바다 쪽. 내일은 녹음도 미팅도 급한 사무작업도 없는 걸 머리 한구석으로 확인. 어쩐지 이대로 어딘가로 실종되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일단 생각만 해둔다. 심햐의 도로는 달리 달리는 차도 얼마되지 않아서 기분이 좋다. 커브를 돈다.그대로 가드레일을 뚫고 공중 다이브를 해서 별이 되어도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이것도 생각만 해두자.


나 하나 사라져도 세상은 변하지 않고, 지구도 빙글빙글 계속 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를 의지하는 아이들이 있는 동안은 실종도 다이브도 별이 되는 것도 보류하자. 그 쯤은 폼을 잡아야지.


●                       ●


밤이 밝을 무렵, 바다가 근사한 항구 도시에 도착했다. 마을의 명물인듯한 건어물이 걸려있었고, 건어물 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곳에 앉아 있다.


정오가 지날 때까지 그 마을의 제방에서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으려니 휴대전화가 울렸다.


하루나, 오디션 깔끔하게 낙선.

뭐, 그런 법이지.

하루나한테 낙선을 알리는 메일을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오늘, 머리를 검게 염색했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소리 내어 나는 웃는다.

                  

  ●                       ●


머리속으로 누군가와 상담을 해보고자 생각했다.


내 머리속에는, 안타깝게도 선배도 사카모토 료마 선생도 나와주지 않았다. 대신 어째선지, 농구공을 손에 쥔 백발의 뚱뚱한 남자가 나타나 나한테 이렇게 한마디를 했다.

「포기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 거야.」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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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10.html


뽑히면 좋겠다, 고는 생각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오디션을 받기 전에 설정자료를 본 순간 이 세계관이나 테이스트는 그 녀석의 캐릭터나 목소리랑 매치하는 게 아닐까 남들 모르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설마 진짜로 뽑힐 줄은 생각도 못했다.


10월부터 방송하는 새 프로그램의 레귤러, 그것도 주연. 제작은 프로덕션 IG. 기획협력은 오시이 마모루. 음악은 『라스트 사무라이』나『라이온킹』『레인맨』의 한스 짐머에 『스피드2』나『브라더 베어』『나쁜 녀석들』의 마크 맨시나. 그리고 방송은 에니메이션 업계의 황금시간 대, MBS・TBS의 토요일 18시.『건담SEED DESTINY』의 후속 방송. 소니 그룹이 전면 백업.


키타무라 에리 1년 만에 받은 오디션에서 느닷없이 대형 일감을 겟.

이거 너무 잘 풀렸는데.

그야 최고의 환경에서 일을 하게 해주고 싶다고는 했었지. 하지만 이건 너무 잘 풀렸다니까. 그래도 뭐…

우리들이라면 이 정도야 당연히…앗, 미안합니다, 미안





        EPISODE 10 :시대를 때리기에는 자신의 맨손이 좋다.



「こんちゃー」

바빴기 때문에 오랜만에 K月에 얼굴을 비춘다.

「에세이 갱신 아직인가요? 기대하고 있는데에」


그렇게 말한 시호가 기본 안주를 가져다줬다. 시호는 K月의 로래 담당 아가씨로, 본업은 여대생. 스토커적인 팬이 몇 명이나 있고 Dr.노구치를 경애하는 후쿠시마 현 사람으로, 여담이지만 같이 가라오케를 가면 어김없이『라무의 러브송』을 불러주는 근사한 아가씨다.


「지금 무지 바쁘다고. 조만간에.」

「술만 마시지 마시고 제대로 일을 하셔야죠오.」


아가씨, 사실 나는 자네들이 모르는 곳에서 매일매일, 상당히 힘쓰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귀찮으니까 말은 않는다.


「마스터 오늘의 추천 메뉴는?」

「오늘은요 여름 야채 냉제 토마토소스 조림이랑 통삼겹 사이쿄즈케…」

「그럼 그거」

언제나의 밤이 시작된다.

                   

●                       ●

「그런데 에리 이름은 어쩔까?」

「네? 무슨 말씀이세요?」

너무 더워서 카페에서 몸을 식히며 실없는 대화.


「큰 역할도 따냈고, 여기는 심기일전 새로운 예명을 지어 다시 태어나는 것도 방법이라고.」

「싫네요.」

에리는 말이 끝나자마자 즉각 부정.

「나는 키타에리니까요」

「응?」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최악의 시기에, 그럼에도 키타에리를 응원해준 사람들이나 지탱해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키타에리는 재기동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이름을 바꾸면 나는 키타에리가 아니가 되는 거잖아요.」

「응」

「그렇죠? 그러니까 나는 쭈욱 키타에리로 갈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에리는 빨대로 아이스티를 쪽쪽 빨아들인다.


사실은 있지

「알겠어.」


큰 배역을 따내면 당연히 지명도도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넷에 이런저런 내용을 적는 녀석도 생겨 날거고 작년에 한번 그만두었던 일에 대해서도 있지도 않은 말을 하는 녀석도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에리를 알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그렇게 뒤섞인 정보로 에리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 부담을 고려하고 이름을 바꾸는 건 매니지먼트로 따지면 타당한 판단이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니 그런 거, 우리들답지 않으니까 말이지ー」

위를 향해 걷자고.


「맞아요. 제가 한번 망가졌던 건 사실인 걸요. 그러니까 감출수도 없고, 없었던 일로 하고 싶지도 않아요. 제 일기도 히로세 씨의 에세이도 전부 그대로 남겨두는 거예요. 그걸 양쪽 다 똑바로 봐주신다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걸 보고나서도 군소리를 하는 녀석하곤 절대 친구가 되지 못할 거야」

「그래요.」

우리들은 더 이상, 절대 아래는 보지 않을 거라고.

                   

●                       ●

「こんちゃー」

이번 주 두 번째다만 K月에 얼굴을 드민다.

「에세이 갱신은 아직인가요? 저도 출연시켜 주세요오」


그렇게 말하고 아야코가 기본안주를 가져다줬다. 아야코는 지나치게 애교 있고 기운찬, 본업은 신인 여배우로, 역시 아주 약간 팬이 붙어있는, 실가에 살고 있는 토박이 아가씨로, 여담이지만 남자를 보는 눈이 없는 사랑스러운 바보 아가씨다.


「지금 무지 바쁘다고, 뭐 조만간에」

「그러고 보면 하루나 쨩은 요즘 어때요? 고등학교 입학하고서도 연예계 활동은 계속하고 있죠?」

「너, 빠삭하구나.」

「빠짐없이 에세이 읽고 있으니까요」

아야코가 가슴을 편다.


「하루나는 말이다 학교가 연예계 활동은 괜찮지만 학교를 쉬면 안 되거든. 그래서 토요일만 활동할 수 있어서 일이나 오디션 제의가 와도 스케줄이 맞지 않아 거절하는 게 태반이야. 고정으로 하고 있는 러브베리 이외에는 좀처럼 일을 하기 힘들어.」

「흐음 그런가요.」

「여름방학에 영화나 드라마를 하게 해주고 싶지만, 뭐든 좋은 건 아니니까. 뭔가 좋은 기획이 있다면 말이지.ー」

「그건 그렇고 이번에 저 연극 주연을 하는데요, 보러 오세요.」

「시간이 있다면 말이지」

「티켓 사주세요~」

언제나의 밤이 밝아간다.

                   

●                       ●

우리 엔도 프로듀서의 소개로『noise factory』란 그룹과 알게 되어, 같이 일하기로 했다. 도쿄・타테가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초・중생 소녀로 구성된 댄스 퍼포먼스 그룹이다. 


본체에는 수십명이 재적하고 있고, 클래스 마다 매주 엄격한 레슨을 실시하고 있다. 거기의 톱팀이 편성을 바꿔가면서 이런저런 이벤트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댄스도 있고 노래도 있고 때로는 뮤지컬 풍 무대도 있는, 버라이어티 풍부한 스테이지는 거칠기는 하지만 꽤 흥미롭다.


특히 마음을 끈 것은 레슨 당시 멤버들의 표정. 유달리 눈에 띄는 미소녀는 없고, 정말 다들 평범한 아이들이지만 어딘가 호감이 간단 말이지.


「괜찮죠?」

「응. 괜찮네요.」

일단 친구인 카메라맨에게 레슨을 보여준다.

「이런, 멋진 표정을 살리는 사진을 찍어줬음 하는데요.」

「알겠습니다.」


프로필 촬영만이 아니라, 디지털 사진집도 동시에 촬영하기로 했다. 8월 후반의 이벤트를 대비해 레슨 풍경이나 공원에서 뛰노는 야외 촬영, 이벤트 현장 백 스테이지에서부터 공연을 하기까지를 다룬 사진집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사진집은 팔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처음 레슨을 본 순간 (오!) 감탄한 이 아이들의 표정을 담아내어 남겨두고 싶었으니까 제작하기로 정했다. 물론 경비는 겨우 겨우 아껴가며 만든 거지만.


우리 회사도 조금씩 멤버가 늘기 시작했구나. 어쩐지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                       ●


결국, 이름은 바꾸지 않고 키타무라 에리인 채로 MBS애니메이션 페스에 참가. 1만 6천명을 앞에 두고 최초 공개와 현장 내레이션의 스테이지는 무사히 끝마쳤다.


돌아가는 도중, 라이트 업 된 오사카 성을 배경으로 후지사키 감독이 몸을 돌려 우리들한테 말했다.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진심이 담긴 눈이었다.


스탭은 다들 그대로 뒤풀이를 한다고 했지만, 우리들은 에리가 곤죽이 되기도 했고, 시간도 늦었기 때문에 호텔에 돌아가기로 했다.


「겨우 끝났네~ 안심이야」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에리가 한숨 놓은 듯 말한다.


「좋은 스탭과 만났구나. 좋은 현장이 될 것 같아.」

「응. 그야 오디션 당시부터 분위기가 좋아서, 그렇게 긴장하지 않고 할 수 있었어요. 취재 때문에 IG에 가서 처음 감독님과 얘기 했을 때도 얘기도 많이 들려주시고, 내 말에도 귀 기울여주셨고」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말야…」

「응」

「감독님이 나한테『홈페이지의 에세이 읽고 있어요』라고 말해주시지 뭐야.」

「응. 나한테도『홈페이지의 일기 보고 있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도, 작년의 그 일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단 말이지.」

「아…」

띵. 경쾌한 소리와 함게 엘리베이터가 10층에 도달한다.


「감독님만 그런 게 아냐. 애니플렉스의 미나미 씨도, 프로덕션IG의 오오마츠 씨도, 다들 그 일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거야. 보통은『이제 괜찮은 거죠?』라거나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라고 물어보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데도 아무것도 묻질 않는다 이 말이지.」

「응」


「내 에세이를 읽고, 너의 일기를 읽고, 그리고 실제로 너랑 만나 얘기하고, 그걸로 '이 아이는 걱정 없다'고 생각해주신 걸꺼야. 그러니까 묻지 않는 거지.」

「응」


「그러니까, 정말로 좋은 스탭과 만났다고 생각해.」

「응. 만나서 다행이야.」

「뭐, 너무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힘내자. 그럼 내일은 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10시에 보자고.」

「응」


에리가 나를 향해 오른 손을 내밀고 있다.

「뭐야?」

「악수예요. 악수.」


본인도 겸연쩍은 모양이지만, 이런 건 나도 겸연쩍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악수한다.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치지 않을 거니까요.」

「그래」


그 후, 나는 오사카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호텔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를 몇 갠가 비우고 숙면.


다음 날은 신간선을 타기 전에 만화나 잡지를 찾아 오사카의 지하상가를 오랫동안 기웃거리고, 양손 가득 짐을 안고서 지상에 나왔더니 비가 쏟아지고, 신간선 안에서 에리가 갑자기 코피를 터트리고 그랬지만, 뭐 그건 또 나중의 이야기.

                   

●                       ●


그리고 어느 날, 사무소의 전화가 울린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영화감독 나카노 료타라고 합니다. 실은 지금 단편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모쪼록 무라카미 하루나 씨와…」


또 재밌는 만남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변화구를 던지는 방법 쯤은 알고 있어.

그런데 말야, 나, 직구 밖에 던지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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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9.html


「여 간만이야」

「어 간만이네」

고등학교 시절 늘 상 어울리던 바보랑 오랜만에 만난다.


이 녀석은 졸업 후 한동안 행방불명이었는데, 몇 년인가 지나 재회했을 무렵에는 초대 타이거마스크 사야마 사토루 씨와 함께 슈토란 격투기를 창설해, 놀랍게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 되어 있었다.


「뭐랄까~ 격투가하면 클레버 하고 스토익 한 녀석이 많은 법인데, 이 녀석은 말이지~ 바보야. 진짜 바보에 색골이야. 하지만 강해. 우리 단체 내에선 나 다음으로 강하다고~」


후락원 홀의 대기실에서 사야마 씨가 그렇게 말하고 호쾌하게 웃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응. 정말로 바보에 색골에 강하단 말이지.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랬다. 하지만 이 녀석의 명랑함에는 정말 많이 도움을 받았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죽이 많아서 쭉 어울렸었지.


「그래서, 너 요즘 뭐해?」

「슈토는 협회에서 부회장을 하면서 후진양성을 하고 있지. 그렇지만, 그것만으론 먹고 살 수 없으니까 보험관계로 트러블버스터라고 하던가? 그런 것도 하고 있어.」


「・・다, 다시 말해서 그건 마스터 키튼 같은 거냐?」

「으~음. 살짝 다른 것 같은데. 트러블이 많아서 큰일이야.」

너, 대체 뭘 하고 사는 거야.




        EPISODE 9 : 언덕 위의 만월.

U-15시장이란 말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까지 큰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그 나이대의 소녀를 데리고 있는 사무소는, 비즈니스 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다.


「그치만 말이다・・」

「네」


「U-15의 사진집이나 DVD는 내용이 판박이란 말이지. 교복이랑 블루머랑 학교 수영복이 삼종신기고, 기본은 남쪽 섬에서 웃으며 사진촬영. 동시에 비디오도 찍어서 메이킹 영상을 덧붙이면 하나 완성이거든.」

「네에」


점심이 지나, 오늘은 키타노 군을 상대로 오픈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회의.

「출판사나 모델이나 카메라맨이 바뀌어도 내용은 거의 판박이.『이런 걸 만들면 사시는 거죠?』란 꿍꿍이도 훤히 보여. 하지만, 이거는 시시하단 생각 안 들어?」

「그렇네요」


「분명 제작측은『이렇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래도, 말은 그렇게 해도 히트한 작품으로 통하는 것들도, 판매량이 엄청난 건 아니라고. 거기다 U-15팬은 연령층이 높다고. 20대・30대가 중심. 그래서 의외로 눈썰미가 있어서 얕잡아 볼 수가 없지. 제작 측의 생각을 드려다 보고서, 알면서 속아주는 사람도 적지 않아. 그러니까 말야」


「그러니까?」

「한방 먹여주고 싶단 생각 안 들어? 만든 우리들이『이건 끝내줘. 굉장하다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단 생각 안 들어?」

「괜찮네요.」

바보구만.


「수영복도 체조복도 블루머도 일절 없음. 하지만 연출에 효과적이라면 교복은 세이프. 종말이 느껴지는 풍경에 소녀. 거진 미소 없음. 심지어 대부분의 컷이 모노크롬 아니면 세피아 컬러. 확실한 세계관과 스토리가 느껴지는 사진집. 그런 팔릴 것 같지도 않지만 우리들이 사고 싶단 생각이 드는 사진집을 만들어 보지 않을래? '이런 걸 보고 싶었다고요'라고 사진집을 산 고객이 말할 법한 걸 만들어 보지 않을래?」


「괜찮네요!」


정말로 바보구만. 무난하게 귀여운 소녀로 눈웃음 짓는 수영복 사진집을 만들면, 고정적으로 일정한 이익은 기대할 수 있는데도. 하지만 이런 얼빠진 점을 잃어버리면 우리들은 틀림없이 끝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깊은 곳의 부드러운 부분을 한웅큼 파내어 보자고?」

응. 이대로 끝날 수는 없으니까.

                   

●                       ●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협소한 라이브 하우스는 벌써 만석으로,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카운터에서 키타노 군이 내민 콜라를 단숨에 들이키고 숨을 내쉰다.


오늘은 에리가 멤버로 참가하고 있는 신진 성우들로 이루어진 보컬 유닛 『V.S UNION』의 첫 라이브 날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게스트로 몇 곡 부르는 것뿐이지만, 에리가 사람 앞에서 노래하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다.


첫 게스트에 이어서 V.S는 두 번째로 등장이다. 만원의 손님들의 박수와 성원에 휩싸여 에리와 멤버들이 노래한다. 꽤나 즐겁게 부르고 있네. 공연을 정말로 즐기며 노래하는 에리를 바라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말로 많은 것들을 극복하고서 여기까지 왔다.


작년 11월에 한 번 활동을 쉬고, 그러고서야 자기한테 노래나 성우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가 소중했는지를 깨닫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그리고 돌아왔다. 「아직 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하고 싶은 것도 한가득 있어요.」그리 말하고 스스로 돌아왔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떠올려보았다.


정말로 그저 즐겁게 일을 하던 아역 시절의 에리의 미소. 오늘의 에리는 그 무렵의 미소와 똑같잖아. 이제 괜찮아. 이제 걱정 없어.

앞으로가 험난하겠지만, 반드시 잘 될 거란 확신이 드는 고양감.

큰일 났네. 역시 우리들은 대박 나는 거 아닐까?

                  

  ●                       ●


「お久しぶりです」

「あぁ、久しぶりだな」

생각났다.


라이브가 있기 며칠 전에 영화 오디션이 있었고, 거기서 옛날에 내가 거대 연예 프로덕션의 매니저로 일하던 무렵의 후배와 만났다.

「아, 지금은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건네준 명함을 보자, 거대 연예 프로덕션의 명찰로 직함은 이사였다. 무심코 휘파람을 분다.

「제법인데」

「○○나 ●●의 치프 매니저를 하고 있어요. 장난 아니라고요.」

둘 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모셔가는 잘나가는 아역 탤런트다.

「진짜 힘들다고요.」

벤치에 걸터앉은 그 녀석은 작게 한숨을 내쉰다.

「너, 살 빠진 거 아냐?」

전에 만났을 때보다 확실하게 빠진 것 같았다.

「괜찮아요. 그러고 보면 히로세 씨는 독립해서 사무소를 세웠지요? 소문은 듣고 있어요.」

「뭐 그렇지」


거대 프로덕션에서 발바닥에 땀이 나게 일하며 THE연예계의 본류에 있는 너랑 다르게, 우리들은 연예계의 구석에서 내키는대로 하고 있는 독립우연대(独立愚連隊)다. 신경 쓸 정도도 아니라고.


벤치에 넙죽이 앉은채로, 그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히로세 씨는 변하질 않았네요. 언제나 즐거워 보여서 부러워요.」

비꼬는 건가? 아니, 아니야. 실은 상당히 진심이지?

「무리는 하지 마.」

「괜찮아요. 요새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나쁜 거뿐이에요.」


거대 프로덕션에 있거나 최고 주가를 달리는 아이를 담당하고 있으면, 걸림돌이 상당히 많다.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같은 거대 프로덕션 간의 관계나 방송국이나 제작회사나 광고대리점 등 헤아려도 끝이 없다. 


나는 그런 게 영 거북하고, 남의 회사 더부살이도 성격에 맞지 않아 뛰쳐나온 몸이지만, 이 녀석은 수많은 걸림돌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도 노력하고 있겠지.


「이제부터라고요. 겨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으니까요.」

「그러냐. 열심히 해.」

그래도, 무리는 마.

                   

●                       ●


라이브 뒤풀이도 무사히 끝나고, 멤버와 관계자는 시부야 역에서 해산했다. 방금 전까지 후드득 후드득 내리던 비도, 완전히 그쳤다. 나는 핸드폰이로 몇 건인가 일과 관계된 전화를 한 뒤, 역 근처에 세워둔 스쿠터로 귀가한다.


달리면서 라이브를 떠올리자, 절로 웃음이 세어 나왔다. 잠시 달리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을 때의 일이었다.


「어라?」

에리가 있었다.

인접해 있는 인도를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걷고 있었다.


「아」

그쪽도 나를 발견하곤 멈춰 선다.

「그랬지 참. 너네 집 이 근처였지.」


「네? 네, 맞아요. 오늘은 고생하셨어요. 아! 이거 말인가요? 이건 있죠, 말하자면 수고한 저에게 주는 선물로・・」 

허둥지둥 비닐봉지 안의 순정만화를 내민다.

「아니,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あ、はぃ」

「오늘은 수고했어.」

「네」

「이제, 괜찮은 거지」

「네!」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뀐다. 파란색은『출발』이다.

달린다. 절로 웃음이 세어 나온다.


아직 17살이다. 17살에 이만큼 노래하고 성우로도 연기의 폭이 넓은 센스 있는 아이가 달리 누가 있겠어? 그 녀석이 정말로 하고 싶어서 스스로 돌아온 거야. 딱히 잘 팔렸음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마음에 드는 일을 하게 만들어 주겠어. 최고의 무대를 준비해 주겠어. 내가 질까 보냐. 액셀을 밟는다. 비가 개인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한 번 망가져 그만둔 녀석이 그리 쉽게 잘 되겠냐고? 시끄러워. 내가 반드시 기적을 일으켜 주마. 일어나지 않으니까 기적이라고 하는 거예요? 에잇 시끄러워, 시끄러워. 


나만 믿고 따라오면 다들 행복해질 거라고! 단순한 예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테이지에 선 에리의 미소를 보고나니, 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향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커다란 보름달이 내가 나아갈 길을 비춰주고 있다. 길은 언덕길이 되어, 마치 나는 달을 향해 달리는 것만 같았다. 예감. 반드시 잘 될거야. 나아가라. 


나는 달을 향해 달린다.


언덕 위의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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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8.html



인생은 맑음 때때로 흐림이다. 당연하게도 좋은 일이 있거니와, 나쁜 일도 있다. 옛날부터 이런저런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질리도록 말한 격언. 낡아빠진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역시 어떤 의미론 진리인 거라고.


나기사가 사무소를 관뒀다. 그건 나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대화를 통해 결정한 일이다. 그러니까 슬프지 않다. 그러나, 쓸쓸하다. 그럴 때는 오랫만에 파칭코에 간다. 무지하게 땄다. 환전했더니 7만8천엔 플러스였다. 쓸쓸한데 기쁘다. 어라?


인생이란 틀림없이.



        EPISODE 8 : 그런 법이야 캥거루.

 

시각은16시25분.

저녁무렵의 터미널역의 혼잡한 인파 속에서, 유달리 조그만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서 쫄래쫄래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개찰구 밖에 서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달려온다.


「안닝하세요. 시간은 아직 괜찮죠?」

「물론이지 아리카. 약속시간 5분전이니까 세이프야.」

히로세 프로젝트는 시간과 예의범절에는 몹시 엄격하다.


「오늘의 오디션은CM이죠?」

「그래 맞아. 서류 심사에서 상당히 걸러냈으니까 30명 남짓 밖에 부르지 않았어. 레벨은 높다고.」

「네, 열심히 할게요.」

넓은 역 안을 걸으면서 얘기한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 가는 거예요?」

「저기서, 또 한명 만나기로 했거든. 아! 있다 있어.」

다른 노선의 개찰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림자가, 이쪽을 돌아보자 동시에 아리카는 경직한다.


「하, 하, 하루나 쨩!?」

마츠모토 아리카는 작년 봄에 무라카미 하루나를 동경해 우리 사무소에 응모한 소녀다.


「말하자면, 정말로 동경해서, 天てれ 같은 것도 계속 봤고, 러브베리도 매월 샀고요…」

나랑 만날 때마다, 얼마나 자기가 하루나를 동경하고 있는지를 호소한다.


「뭐 열심히 하면, 조만간 만나게 될거야」

「우으으,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할게요!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만나서 말할 수 있는거죠?」

「그래, 언젠가는.」

네이. 언젠가는 오늘 느닷없이 찾아왔습니다.

「아우, 아우…」

아리카, 가볍게 패닉.

정말은 사전에 귀띔해 두는 편이 나았겠지만, 이 반응을 보고 싶어 비밀로 해뒀다 이 말이지. 기대한 대로 딱딱하니 좋은 반응이야, 아리카 군.


「하루나, 얘가 마츠모토 아리카」

「아아, 얘긴 들었어요. 잘 부탁해요」

「…あ、あの…ヨロシクお願いしマス」

「아리카, 왜그래? 얼굴이 빨개」

「아, 아니거든요」

「아리카, 왼손이랑 왼다리를 동시에 뻗고 있는데?」

「그, 그렇지 않거든요」


진짜 재밌다.

                    

●                       ●


봄은 만남과 헤어짐의 겨절이란 모양이다.

「…그런 연유로, 모두들」

오늘은 주요 멤버의 새로운 프로필용 사진을 찍으러, 도내 모 공원에 와있다.


「갑잡스럽지만 도모야 군이 가장사정 때문에 스탭을 그만두게 됐어요

「ええ~그런가요?」

동요하는 아가씨들.

「그리고 이 사람이 오늘부터 패밀리의 일원이 될 키타노 군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키타노 군이 쭈뼛쭈볏 거린다. 무리도 아니다. 이전번에 처음으로 나랑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싶었더니, 오늘 느닷없이 호출돼 이런 상황이니까. 참고로 명함은 아까 막 건네준 참이다. 그가 중얼인「만화랑 똑같아…」이 한마디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자, 자, 잠깐만요」

당황한 에리가 내 팔을 잡아 끈다.

「왜 그래?」

「왜 그래?가 아니에요! 키타노 유링 선생님이잖아요? 무슨 일이에요. 뭘 하고 있는 거에요, 당신은!」

「일전에 만나서, 얘길 나누고, 죽이 맞아서 패밀리에 넣었어.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유능하니까 뭐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잖아. 그리고 몇 년후엔가는 게임 만들 거 아니었어? 우리들.

「그갸, 확실히 그럴거고, 나도 만나보고 싶었고, 재밌을 것 같지만…」

「그렇지만?」

「정말이지 남의 인생을 끌어들이네요. 당신은.」

마지막으로 한숨을 쉰다. 에리, 너는 좀 더 맘 편하게 인생을 즐기길 권할게.

「그런, 연유로 여러분. 기합 넣어 사진 찍고나면, 그 다음은 가라오케 대회입니다~」

「イエーーーイ」

인생은 아름답다.

                   

 ●                       ●


예상대로 오디션의 레벨은 높았다.

「저, 저기 쟤. □□□의 고정인 모델 ○○쨩이에요. 저쪽의 있는 애는…」

제작회사의 대기실에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면서 불안함을 내비치는 아리카와 대조적으로, 하루나는 변함없이 침착하게 앉아있다.


「어쩌지. 다들 업계 베테랑 뿐이고, 굉장히 귀엽다고요」

「괜찮아, 아리카.」

「あ、はぃ。そうですよね。」

하루나가 말하자 아리카가 자세를 고쳐 앉는다. 참으로 남자답구나, 너는. 이름을 호명하자 다섯명이 한조씩 별실로 이동해 나간다. 아리카는 하루나랑 같은 조였다. 이런 상황임에도 하루나가 곁에 있을 수 있어 기쁜듯 웃는다. 아리카의 늘씬한 등이 문 너머로 사라졌다.


생각한다. 기억컨대 아리카가 우리 사무소에 응모한 건, 작년 4월이다. 하루나를 동경해서, 약간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찾아왔다. 그로부터 1년, 처음엔 조그맣던 목소리도 조금씩 커졌고, 작은 일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그치만 오디션은 아직까지 하나도 합격하지 못했다. 물론 어느 정도 레벨이 있는 걸 골라 받게하고 있으니까, 그리 간단히 붙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래저래 20연패 정도려나? 슬슬 합격하지 못하면 본인이 정신적으로 괴로워질 무렵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소 레벨이 높았던 게 아닐까? 뭐, 불러주신 것 만으로 고맙게 여기자. 서류심사를 돌파한 것만으로도 굉장하다고 생각해.


                   

 ●                       ●


무사히 사진 촬영도 끝나고, 그대로 가라오케 대회에.


일단은 에리가 자기 싱글곡을 노래해, 분위기를 띄운다. 그나저나, 가라오케에 갔더니 노래방 책자에 자기 탤런트 노래가 실려있는 것도 기쁜 법이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지켜보고 있으면, 참으로 많은 발견을 한다. 


하루나의 가성은 변함없이 쭉쭉 뻗어 기분이 좋다. 루카나 미호나 아리카나 케이코는, 수줍어 하며 혼자서는 부르지 않고, 목소리도 작다. 으음, 아깝단 말이지. 좋은 자기 어필의 장소인데 말야. 이런 곳이 아니고선 자기 가성을 들려줄 기회란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노래로 새로운 방향성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는데. 


에리의 혼자서SPEED 같은 건 굉장했다구. 에리코와 히로코의 특징을 살려 부르면서, 히로코의 목이 망가질 듯한 하이톤 보이스까지 재현해내니 말이지. 자기가 오늘 멤버 중에서는 최연장자고, 분위기를 띄울 역할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단 걸 잘 알 수 있었다. 히로세 프로젝트(통칭 히로프로) 내에서는 누님의 위치 확정. 하로프로의 다음은 히로프로. 좋아! 역시 우리는 잘나가지 않을까?


덧붙여 키타노 군은 방 끝트머리에서 내가 건넨 스케치북을 쥐고 줄곧 그림 그리기. 돌아갈 무렵에 겨우 완성한 그림을 보고, 다들「오오~」「굉장해, 귀여워~」라 대절찬. 오늘의 멤버를 만화 캐릭터로 만들었단 말이지요. 노래하는 걸 보고 저 번뜩였어요.


「키타노 군. 우리 홈페이지에 네 방을 만들어주지」

「네? 뭡니까?」

「거기서 마음껏 일러스트나 만화를 그려주게. 참고로 이런 캐릭터로, 우리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화를 그려줘.」

「사장님!그건 진짜 나이스 아이디어예요!!」

에리가 힘주어 찬동의 뜻을 표명한다.


「…으음, 네. 열심히 할게요」

오늘은 난처해할 일뿐인 키타노 군. 더욱 더 곤혹스런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분발하라고, 키타노 군.


「저 있죠, 키타노 선생님. 아리카의 캐릭턴 말이죠, 체육복 일러스트가 어떨까요? 그리고 옵션으로 머리띠를 해주신다면 키타에리 적으로는 하아하아고, 덧붙여 말하자면 머리띠 색은 노란색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등뒤에서는 에리가 키타노 군에게 왠지 수상쩍은 리퀘스트를 하고 있었다.

                    

●                       ●


오디션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아리카 오디션은 어땠어?」

「그~게말이죠 하루나 쨩이 보고 있어서 긴장했어요.」

「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리카는 좋았어요」

「저,정말인가요?」

동경하는 하루나 언니한테 칭찬받고 아리카 대감격. 뭐라 해야할까, 연예계를 목표로 하는 소녀가 주인공인 소녀만화라면, 주인공 캐릭터 확정이겠군. 키타노 군, 그런 만화 그려주지 않을래.


「콘티를 본 느낌이랑 오디션을 받은 느낌이면, 이미지적으로 이번엔 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리카는 상당히 기대해도 될 걸? 대사 읽기도 좋았으니까.」

「하, 하루나 쨩. 고맙습니닷!」

 

셋이서 얘기하면서 역까지 걷는다. 바람은 아직 살짝 차갑지만, 더는 겨울이 아니다. 봄이다.


4월이 되면 그녀는

며칠후, 아리카가 최종 심사 일곱명에 남았다는 연락이 들어온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적 같은 것이다.


                    

●                       ●


「맛있다. 맛있어. 마스터, 이『매실두부 차조기 무침』진짜 맛있어요!」

「나기 쨩이 먹어주길 바라고 만든 신작이니까요」마스터가 수줍게 웃는다.


「진짜로 맛있네. 이거」

「고맙습니다.」

사무소는 그만뒀지만, 상담할 게 있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나기사와는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K月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그다지 흔한 일이 아닌 모양인데, 이런 점은 실로 우리 회사답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거죠? 나기, 일은 관두지만, 상담 받고 응석부려도 괜찮은 거죠」

「괜찮아. 일을 그만둬도 너는 우리 패밀리니까」

「그렇죠. 패밀리니까요.」

나기사가 굉장히 기쁘다는 듯이 웃는다.

응. 나는 이런 사무소를 만들고 싶었어. 쓸쓸하지만 기쁘다.


                   

 ●                       ●


상태가 나빴던 엔진이 드디어 한계가 온 모양이다.

파칭코 가게에서 귀가하는 길. 갑자기 SLOW DOWN해서 도로 위에 멈추고만 스쿠터는, 아무리 킥을 해도 재기동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으니까 지나가다 본 바이크점까지 끌고 간다.


「아아~ 이건 안 되겠네. 엔진이 맛이 가버려서, 이쪽 저쪽에 부하가 가서 수리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편이 빨라.」


점장으로 짐작되는 아저씨가 말한다. 애시당초 너덜너덜 했던 스쿠터를 중고로 산지 2년. 매일, 그것도 상당히 장기러를 달려왔으니 말이지. 잘도 버텼다 해야할지도.


「이 가게에는…」

「싸고 막 얻은 중고 스쿠터라면 마침 한 대가 있다네」

점장이 히죽 웃는다. 의외일 만치, 새하얀 이빨이 드러났다.

가게 안에는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젊은 점원들이, 스쿠터를 꾸욱 꾸욱 광내고 있다.


「점장!이검까?」

「저거인데 말이지. 전 주인이 애지중지 탔던지라 상태도 좋고, 싸기도 하니 이득이라고」

「…얼마 정돈지 견적을 내주시겠어요?」

점장이 주머니에서 전자 계산기를 꺼내, 계산을 시작한다.


「보자, 본체 가격에 등록 사무소 수수료, 정비 비용에 배터리 새것과 교환한다 치고, 손해보험을 2년간이라 치고, 플러스 소비세를 더하면…」

점장이 전자 계산기를 나한테 내민다.


「도합, 7만8천엔입니다.」

 무심코 웃고 말앗다.

「……그거, 오늘이라면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다고요」

「내일 저녁까지는 탈 수 있도록 해두겠습니다.」

점장이 이를 환히 드러내고 웃는다.

분명 인생이란, 그런 법이야 캥거루.




                  

  ●                       ●


며칠후, 아리카CM출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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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7.html


「넌 여전하구나」

테이블 맞은 편에서,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그런가?」

「그래」

그리고 티컵을 양손으로 감싸듯 쥐고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뭐 그렇지. 여전히, 살짝 파란만장한 일상생활을 보내며, 울고 웃고 달리고 넘어지고 고민하면서, 시간이 생기면 바다를 보러 간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다에 가버리는 것과,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은 옛날부터 변함이 없다. 그야말로「여전하구나」라고 우연히 재회한 고등학생 무렵 좋아했던 소녀한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더는 소녀라곤 말못할 연령이지만, 그 때와 똑같은 목소리와 똑같은 미소로 나를 보며 웃는다. 아무래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양이다. 어라? 그러고 보면 난 어째서 무슨 일이 있을라치면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이 생겼더라? 맞다, 그 일도 있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 갖다 붙인 구실.…아, 그래 맞아. 기억났다.


응.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이었다.



        EPISODE 7 : 유리로 된 유원지


『귀하는 허기를 느끼고 있는지요?』



별것 아닌 문자로 호출을 받고서, 또 다시 주말 라멘 홍보대사와 라멘을 먹으러 간다. 이녀석은 예능계 주민인 주제에,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쉬고 싶어한단 말이지. 


그것도, 모처럼의 휴일임에도 이녀석의 경우엔 【라멘을 먹고 있거나. 낚시를 하고 있거나. 노부나가의 야망을 하고 있거나】행동패턴은 대략 이 세가지다. 그러니까 출세를 못하는 거야, 자네는.


뭐,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지만. 그렇게 오늘만 해도 맛있는 라멘을 수소문해 요코하마 방면으로 차를 타고 간다. 정말이지, 저녁노을의 태양이 눈에 스며든다.


「그래서, 요즘은 어때?」

 물어보니까 솔직하게 답한다.


「아ー 일은 그냥저냥. 루카가 리쿠르트 용 비디오를 찍기로 결정나서, 다음주에 사이판에 가.」

「오~, 축하해. 캐스팅은 어디?」

「CPP의 야마우치 씨」

「야마우치 씨인가, 나도 CM2편 정도 나갔어」

「『출연 시킨 게』아니라『출연한』거냐」

「응, 나갔어.」

이녀석은 캐릭터를 살려서 종종 cm에 출연하고 있다. 소속 모델들은 아우성이지만, 사무소적으론 페이가 들어오니까 오케이란 듯 싶다. 참고로 닮은 유명인은 김정일 장군님이다.

「그밖에는?」

물어보니까 다시 솔직하게 답한다.


「하루나가 관둘지도 모르겠어」

「진짜로? 왜?」

「고등학교 입학하면 부활동이 해보고 싶어서, 기왕 할거라면 운동부 계열이 좋아서, 그렇게 되면 모델 일이 있다고해서 쉴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으음」

 라멘 홍보대사가 아주 무겁게 끄덕인다.

「이 이상, 솔직한 이유는 없지.」


무라카미 하루나는 신기한 소녀다.

하루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한마디로 욕심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일처리는 확실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3학년 때 처음으로 NHK에 데려갔더니「이 아이 재밌다」며『 さわやか3組』의 주역으로 느닷없이 데뷔가 결정나고, 「맨날 보고 있으니까 출연해보고 싶을지도」란 이유로 『天才てれびくん』의 오디션을 받더니 800명을 훌쩍 제치고 고정출연을 따내고,「한번 정돈 나가보고 싶을지도?」라고 말하길래『러브베리』의 편집부에 데려갔더니「이 애 괜찮네」라며 레귤러 모델로 발탁되고, 「만나고 싶으니까 와줘」란 말을 듣고 나루미야에 얼굴을 비췄더니『ANGEL BLU E』의 모델로 발탁됐다.


드라마나 영화나 CM도 다 그랬다. 본인은「그냥 흐름에 몸을 맡겼더니, 어느샌가 여기까지 와 있었어」란 모양이다. 아무튼지 굉장한 존재감과 센스. 그건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천재인 것이다. 나도 업계 생활이 길지만, 이런 아이는 여지껏 만나본 적이 없다. 언젠가 터무니없는 일을 해줄 것만 같아서, 굉장한 곳으로 나를 이끌어줄 것 같아서 두근두근 거린다. 하지만, 그런 아이이기 때문에야 말로, 이대로 언젠가 관둘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하루나가 지금까지 관두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관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그정도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말로 신기한 소녀라 이 말이지.


「이런! 실수했다」

멍하니 조수석에 앉아 흘러가는 경치를 보고 있으려니, 운전석에서 소리가 났다.


「왜그래?」

「길을 착각했어. 한바퀴 빙 돌아서 아까랑 같은 곳에 와버렸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다,인 거냐?」

「미안, 미안. 지도로 확인했으니까 이제 괜찮아.」

「별로 개의치 않는데」

경치를 보면서 답한다.

어차피 내 인생이란 돌아가는 길의 연속이거든.

                    


                       ●


「はい。ドーンドーンドーン」

녹음실 부스에서 거한 히로 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오늘은 루카・아리카・미호 세 아가씨를 데리고 유선방송의 녹화를 하러 왔다. 퍼스널리티는 야스다이 서커스.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전에는「개그맨이랑 같이 일하는 건 처음이니까 기대된다~」고들, 들떠 있던 아이들이었으나, 막상 본무대에 들어서자 긴장을 해 엉망진창이다. 그렇게 도와달란 눈으로 날 봐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고, 아가씨들. 


자기소개부터 말이 계속 꼬이는 루카, 메일 주소를 틀리는 아리카, 긴장해서 대사가 붕 뜬 미호. 내 머리속에서『멍텅구리 삼인조』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나저나, 야스다이 서커스는 반칙일 정도로 캐릭터가 강렬하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도, 간신히 녹음은 종료. 상냥한 스탭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진짜 재밌었지~」

「그치만 살짝 말이 꼬여버렸어」

「응. 버벅버벅 한심두심~」

그렇게나 한심함 100%인 녹음을 하고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낙담한 기색도 없이, 활기차게 역까지의 긴 언덕길을 걷는 세소녀. 그 근심없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뭐 상관없으려나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원래는 녹음을 잘 못한 다음에는 반성회를 해야 하는데.


「히로세 씨, 오늘은 굉장히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또 부탁드려요」

뭐, 됐어.


타고난 천재인 하루나나 에리랑 비교하면, 너무나도 평범한 범재 120%인 이녀석들이다. 틀림없이, 걸어가는 앞으로의 길은 험난한 언덕길의 연속임이 분명하겠지. 그치만 이녀석들이라면, 의외로 즐겁게 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곤 해도, 이녀석들을 한사람 몫 하게 만드는데는 앞으로 대체 얼마나 걸리게 될까?

                   

 ●                       ●


 K月. 내가 보내는 언제나의 밤.


오늘도 일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가게의 카운터에서 마시고 있었다.


「마스터, 오늘은 뭔가요?」

「글쎄요, 추천할 만한 건 복어회. 흰살 생선이지만 맡이 진해서 괜찮습니다. 그거 말곤 삶아서 가볍게 밑간을 친 무를 일본풍 버터 소스로 구운다음, 유채꽃이나 땅두릅 등의 봄철 야채를 곁드린 것이…」

「그럼, 둘 다」


안경이 어울리는 마스터는 화식 출신. 그치만 요일한정으로 내는 오늘의 추천 요리는 창작요리도 많고, 매일 와도 질리지 않는다. 기본은 화식이나 오므라이스 같은 것도 제법 맛있다. 그러고 보면 나기사는 눈앞에서 오믈릿을 잘라준데 감동해 호들갑을 떨고, 먹고난 다음은 먹은대로「맛있어, 진짜 맛있어. 오므라이스 전문점보다 맛있어. 마스터 천재」라고 호들갑이었지.


「히로세 씨, 저 또 곡을 만들었슴다」

알바생인 한심두심 대장 유타가 주문한 안주를 들고 온다.


「어떤 노래야?」

「한마디로 실연곡임다. 애인한테 차여서 얼마든지 곡을 만들 수 있을 듯한 기세임다」쓴웃음.


「야, U타. 옆마을에 유원지가 있었던 거 알아?」


                   

 ●                       ●


한밤중의 유원지에 둘이서 몰래 잠입한다. 그러자고 말을 꺼낸 건 나. 당연하지만 그녀는 불안한 어조로 묻는다.


「괜찮을까?」

「괜찮고 말고. 재밌을 거 같잖아?」

「…えーと, 응. 재밌을 거 같아」

학교의 교실에서 방과후, 책상을 붙여놓고 은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우리들만의 비밀 대작전이다.


그녀의 집은 엄격하니까 말이지. 부모님이 주무시길 기다렸다가 창문으로 빠져나오는 거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텅빈 유원지의 주차장 구석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둘이서 펜스를 넘는다. 녹이 슨 낡은 펜스를 뛰어 넘은 순간, 전신이 흥분으로 떨려왔다.


달린다.

「뭐 탈까?」

「으음~ 처음은 회전목마지!」

둘이서 신나서 넒은 유원지를 뛰어다닌다. 당연히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움직일리 없는 회전목마나 커피컵에 탄다. 멀리서 회중 가로등의 조그만 불빛. 위험하다. 수풀에 숨어 경비원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뛰어다닌 탓에 목이 말랐다. 자판기는 전기가 들어와 있으니까 쥬스를 산다. 덜컹. 쥬스가 나오는 소리가 무척 컸기에 우리 둘은 흠칫했다. 건배. 그리고 유원지 중앙에 있는 아주 긴 큰 계단을 단숨에 올라 돌아보니, 거기에는 저 멀리 신주쿠의 고층빌딩까지 보이는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굉장하네」

「응」

「예쁘다」

「응」

손을 맞잡는다. 웃는다.

그 무렵의 나는, 바라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부모의 반대로 그녀와는 그 직후 바로 만날 수 없게 됐고, 유원지도 몇 년 전에 폐장되고 말았다.

                   

 ●                       ●


「내가 상경한 무렵에는 이미 폐장되었으니까 말이죠. 가본 적이 없슴다.」

「그렇겠지. 뭐, 그렇게 대단한 유원지도 아니었으니까.」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하루나다.


『지금의 생각을 들어주세요』

하루나는 며칠 전에 입학할 고등학교가 정해졌다. 앞으로 어찌할지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결론이 나온 모양이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고, 무사히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하고자 해요. 왜냐면 그게 내 장래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니까요.』


역시 안 되는 건가. 그 재능은 정말로 아깝지만, 그녀석의 인생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뭐, 가끔씩 밥먹으러 실례는 할거고, 탓군과도 놀아줄거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다시 끈질기게 권유를 할 생각이지만. 문자의 뒷내용을 스크롤 해 읽는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3년간은 러브베리랑, 오랜 기간 촬영하지 않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뭐야?


『학교 문제로 NG날이 늘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안개가 끼인 머리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이건, 계속한다. 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야,U타. 흑맥주 작은 병으로 하나 가져와. 난 살짝 해피하거든」

「알겠슴다~」


의외였다. 솔직히 말해서 의외였다. 하루나는 이 일에 대해서, 그다지 의욕이나 흥미가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치만 전에 말했었지, 일은 싫어하지 않는다고. 촬영은 즐겁고, 팬레터도 무척이나 기쁘다. 단지, 학교를 쉬거나 친구랑 지낼 시간이 적은게 쓸쓸하다. 응.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하루나는 일을 좋아했던 걸까?


「그만둬도 괜찮아」란 말을 듣고「더 해볼래요」라고 답할 만큼은. 그러고 보면, 하루나가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팬레터를 읽은 적이 있었지. 마음에 걸려 물어봤더니, 그 편지를 쓴 소녀는 줄곧 입원중이고, 매달 엄마가 사다주는 러브베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또, 니가타의 오지야 초등학교의 여자애가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그 아이는 니가타 현 주에츠 지진을 겪고, 그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가 잠잠해진 다음 서점에 갔더니, 러브베리가 놓여져 있었다. 책을 펼치니 거기에는 모델들의 미소가 빛나고 있었고, 근사하다고 생각하며 기운이 샘솟았다. 그중에서도 하루나의 미소가 기운을 복돋아 주었다고 한다. 본인은 즐겁게 촬영을 했을 뿐이지만, 어쩌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단 모양이다. 그래 맞아. 근사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일이라고.



「야 U타. 흑맥주 한병 더 가져와. 건배다. 오늘의 나는 상당히 해피하거든」

「나참, 뭐에 건배하시는데요?」

「…지금은 없는 유원지에, 일까?」

「이해는 안 되지만, 알겠슴다~」

하루나한테 답장을 쓴다.


『문자 봤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5분후, 하루나에게서 온 답장은, 실로 기대한 대로의 한마디.


『일단은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해 볼게요.』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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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6.html


핏치가 끝나고, 정해진 스케줄을 전부 소화한 에리는 충전기간에 들어갔다.


예능활동이란 점에선, 일단 엔드마크를 찍은 것이다. 깨닫고 보니, 얼마 있음 2004년이 다 끝나가고 있다. 오늘도 춥다.


에리로부터는, 이따금씩 문자가 온다. 내용은 근황보고다. 학교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거나, 요즘엔 알바를 시작했다, 따위의 것들. 조금씩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걸 문장을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고민했지만, 결국은 쉬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야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은 후에도, 이야기의 주인공들 인생은 그녀석이 죽기전까지 이어지는 셈이니까, 그리고 에리의 인생도 아직 앞으로 한창 길고 말이다. 아아, 돌고도는 세계에 찾아오는 미래.


그러니까 말이지, 말하자면 이제부터 앞길은 피리오드의 건너편이라 이거야.


       EPISODE 6 : 밤하늘 저편


에리와 만나지 못한 뒤로도, 시간은 변함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다른 아이를 돌보고, 자료를 만들어 영업을 뛰고, 약속장소에서 만나, 오디션에 따라 가고, 촬영이나 녹음 현장에 간다. 영업처에서는 고개를 조아리고, 구두 밑창을 거덜내고, 오디션 현장에서는 분위기를 띄우고, 현장에서는 밝게 행동하며, 그리고 K月에 마시러 가서, 알바생인 뮤지션 지망생 U타한테 설교를 하고, 단골손님이나 마스터와 잡담을 즐기며, 숨은 메뉴를 먹고, 이따금씩 바다에 가야만 한다.


여지껏, 매일같이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상대와, 갑자기 만날 수 없게 되는 건은 이상한 일인데, 그럼에도 차츰 익숙해졌다. 어느 책에 의하면 인간이란, 어지간한 일에는 적응한다는 모양이다.


오늘도 춥다. 늘 그랬듯 K月에서 한잔 걸친 후에, 한밤 중, 사무소에서 우편물을 체크하고 있으려니 에리한테 보낸 팬레터가 있었다. 이걸로 몇통째려나? 에리한테 전하고자 사무소 어드레스로 보낸 메일도 포함하면 제법 수가 된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을 만치 고맙다. 에리, 너는 여유가 하나도 없어서 몰랐겠지만, 분명히 네 노래나 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고.


아무튼, 편지나 메일은 내일 모아서 전해주도록 하자. 요즘은 에리도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았으니까 말이지, 읽어도 괜찮을 거야. 그나저나 정말로 춥구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냉장고에서 두캔째 시원하게 해놓은 맥주를 꺼내 마셔대니까 답이 없다. 꿀꺽 꿀꺽 꿀꺽…오늘도 겨우 하루가 끝난다.                    


●                       ●


「그랬구나, 에리쨩 그만두는구나. 아까운 일이네.」

「멍청아! 관둔게 아냐! 충전기간이라고!!」

그리고 이이다바시에 있는 카도가와 영화. 8층의 응접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는 나와 사토시.


「오, 과연 전망이 좋구만」

「그야, 8층이니까요. 그치만 앞으로 에리쨩 어쩔거에요?」

「굉장한데, 위에서 보니 사람이 마치 쓰레기처럼…」

「말이 좋아 충전이지, 이제 돌아오지 못하잖아요? 차라리, 이대로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간 편이 나을지도 몰라요. 돌아온단들 본인에게 괴로운 상황일테고」


「야 임마, 사~토~시~」

양손을 뻗고서, 태양과 커다란 창을 뒤로 하고 돌아본다.

「그런 어른이나 할법한 시시한 말은 하지말라고」

내 좌우명을 알려주도록 하지.재미없는 세상을 재미있게…』

과연, 내가 죽으면 누군가가 계속해서 읊어주려나?


「……야스 씨」

반쯤 질린 표정으로 사토시가 말한다.

「뭐야?」

「우리들은 이미 어엿한 어른이라구요」

「…할말은 그뿐이냐?」

적어도『어엿함』이 없는 거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이제그만 받아들이세요~」

그건 아마 죽을때까지 무리. 그런 식으로 세상과 타협하는 처세술만 해서는, 죽을 때 후회하게 된다고? 그리고 말이다, 사토시. 넌 반쯤 질려하고 있지만, 나머지 반은 부러운 듯한 표정이잖아? 내기해도 좋다. 그쪽의 반쪽은, 내가 고등학생 무렵부터 알고 있는 네 진짜 얼굴이라고.


「아, 맞다. 여기서 도보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맛있는 라멘가게가 있다고. 미소라멘 밖에 없고, 점심시간에만 영업하지만, 니글니글 농후한 스프에 끝내주게 맛있다고. 갈래?」


「라멘입니까…야스 씨, 당신 정말로 에리쨩을 걱정하긴 하는 건가요?」

아마도. 그래도 일단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라멘을 먹을래.

                    

●                       ●


사토시의 근무처에서 얻어온 화집이니 만화와 함께, 팬이 보낸 편지나 메일을 프린트 한 걸 에리집에 부치고 올해의 일은 종료. 적당한 시간이었기에, 그대로 마시러 가기로 했다. 언제나의K月는 연말연시로 휴업 중이다. 별수 없으니 이제껏 들아가본 일 없는 가게에서, 잔뜩 마시고 거하게 취한다. 가게를 나와 흐느적 흐느적 갈지자 걸음으로 걷고 있으려니, 문뜩 볼에 차가운 게 닿은 걸 느꼈다.


눈이다.


「어쩐지 이상하게 춥더니만, 이렇군…」

혼잣말을 해본다. 밤하늘에서 팔랑팔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지퍼 라이터의 뚜껑을 여는 딸깍 하는 소리가 더없이 투명하게 울렸다. 밤하늘을 향해 크게 연기를 토해내었을 때,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진동을 울리고 있는 걸 깨닫는다. 착신의 표시를 보자 에리다. 핏치의 마지막날 이래, 문자로 연락은 있었지만, 전화가 걸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여보세요」

『あ、あの…에리예요』

「오오, 오랫만이네. 저녁쯤에, 너네집 우편함에 전달할 물건을 넣어뒀어. 확인은 했니?」

『네』

「예의 사토시한테서 얻은 화집이랑 만화, 그리고 팬이 보내준 편지랑 메일이야」

『네. 방금 집에 와서, 그리고…팬들이 보내준…편지나…메일을…읽고서…그리고…』

「그래」

『나…응원해주는 사람이나…많은 사람들을…배신하고, 도망쳤는데…정말로, 최악의 인간인데 …어째서…이렇게나…힘내라느니…힘내지 않아도 괜찮다느니, 어째서, 이렇게…상냥한…』


뜨문 뜨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조그만 목소리는, 거기서 결국 말이 끊기고 말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곽을 꺼내어, 새담배를 하나 입에 문다. 밤하늘에서는 올해 마지막 눈이 나직하게 흩날리고 있다. 내가 사는 익숙한 마을에 나직하게 눈이 내린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목소리를 죽이고서 에리고 울고 있었다.

                   

 ●                       ●


약속은 시부야의 커피숍에서 15시. 2005년, 첫 미팅이다.


만나기로 한 상대는 신인 성우. 이미 심야 시간대 애니메이션에선 주역을 맡고 있는, 올해는 더욱 비약이 기대되는 사람. 외견은 산뜻한 미남이지만, 홈페이지를 보건대 상당한 오타쿠인 듯 하다.


「아, 공식 사이트에서 봤어요. 로봇을 좋아하신다면서요.」

「이거 참 부끄럽네요. 실은…」


이 사람과는 작년, 몇번인가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쳤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다. 대수롭지 않은 화제에서 시작해, 점점 본론으로 옮겨져 간다.


「그래서, 키타무라 씨 말인데요」

「네」


「저는 몇명인가 동료들과 같이 유닛이랄지,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말은 이렇게 해도 아직 오리지널 곡을 만들어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단계고, 구체적인 라이브 예정 같은 건 미정이에요. 멤버는 다들 다른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고, 평소에는 프로로 성우활동을 하고 있죠. 그러니까 이건 작업이라기 보단, 취미적 활동이에요. 장래에는 오리지널로 드라마cd만들면 좋겠는데~ 이런 소릴 하고 있지만요


「네」

「모쪼록, 키타무라 씨가 멤버에 들어왔으면 합니다.」

「고마운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거기서 말을 끊고, 아이스 티를 빨대를 쓰지 않고 단번에 마신다. 좋아 간다!


「에리는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예능활동을 쉬고 있어요. 쉬기 전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 해서, 고정 프로그램을 중도하차 당하기도 했어요. 많은 관계자 분들께도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시 활동을 하고자 하면, 갖가지 문제도 있을테고, 어쩌면 당신이 곤란해질지도 몰라요.」


「네」

「그러니까…」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네?」

「히로세 씨의 에세이도 읽었고, 약간이지만 사정도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키타무라 씨가 멤버로 들어왔으면 하는 거에요.」


「그녀석은 말이죠, 성가시다구요~ 그리고, 학교는 쉴수 없고, 알바도 하고 있으니까 스케쥴 잡기도 힘들고, 제멋대로에 바보같은 꼬맹이에, 오타쿠고…」


「그래도 상관없어요. 부탁드려요!

그가 올곧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 올곧음이 기뻤다.


「…에리랑은 말이죠」

그래서 고백하기로 했다.

「네」


「어제 얘기했어요. 그녀석은 자기가 저지른 일을 이해하고 있어요. 알고 있으니까 스스로를 계속 자책하고 있죠. 녹음을 펑크내고 방송을 하차당한 날부터 줄곧입니다. 성우나 가수는 그녀석의 꿈이었습니다. 그걸 이런 모양새로 끝내버려도 될리가 없죠. 이대로는, 그녀석은 평생 이 일을 끌어안고서 후회하면서 살아야 돼요.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일반적인 사무소였다면, 이대로 은퇴를 시키겠지요. 어른의 사정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문제를 일으킨 탤런트는 사무소도 관여하지 않는게 이득입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선 사무소는 구해도 에리는 구하지 못해요. 어릴적부터 내 등만 쫓아온 소녀 하나 못구해서야, 나도 사무소도 끝이죠. 가정사정이나 학교사정, 확실히 마이너스 요소는 있습니다만, 그녀석의 노래나 연기에 대한 재능은, 그것과 견주어도 남을만큼 센스 덩어리예요. 알고 계신가요? 그녀석은 여태까지 가수로도 성우로도 레슨 하나 받은 적이 없다구요?」


떠올린 것은, 처음으로 성우 일이 정해졌을 당시의 미소다.


「이제껏 같이 연기한 성우분들에게서 메일이 왔단 모양이에요. 팬들로부터도 잔뜩 편지나 메일이 왔죠. 라스트 엑자일이나 핏치, 한밤중에 여태까지 자기가 나온 작품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본다는 모양이에요. 그녀석은 스스로 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내색은 안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진심으로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선은『일』로써가 아니라, 그녀석이 즐겁게 노래하는 장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말입니다. 당신한테 무리인 걸 알면서 부탁하고 싶어요. 버거울지도 모르고, 부담을 지우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럼에도 부탁합니다. 에리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재활이라고 말하면 실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나도 모르는 새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들자 올곧은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키타무라 씨를 책임지고 맡도록 할게요. 물론 스케쥴이나 앞으로의 예정 같은 건, 확실히 히로세 씨를 통해 알리겠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단순한 말인데, 그 올곧고 상냥한 눈을 보고 있자니, 이제 에리는 문제 없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일단 마침표를 찍은 이야기였지만, 느닷없이 다음주부터 파트2 연재가 정해진 느낌이려나? 아니면 클리어한 게임의 엔딩을 본다음 톱화면으로 돌아갔더니, 지금까지 없었던 선택기가 나온 느낌이려나? 어느쪽이건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메인 캐스트도 늘어날 것 같고 말이야. 그나저나 앞을 읽을 수 없어서 따분하지 않은 인생이야. 물론 익숙해지는 일 따윈 있을리가 없다.


                    

●                       ●


일월 모일.


나는 하루나 댁에서 어머님이 직접 만든 햄버그를 먹고 있다.


「히로세 씨, 한그릇 더 드려요?」

「아, 조금만 더 부탁드려요」

하루나 댁의 밥은 맛있다. 나는 더없이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맛나게 드시네요.」

하루나가 숙제를 마치고, 방에서 나왔다.

「하루는 밥 어쩔래?」

어머니가 묻자 하루나가 답한다.


「으~음. 가볍게 해줘. 아, 맞다 히로세 씨. 있잖아…」

찻잔을 받으면서 하루나가 가볍게 말한다.


「4월이 되서 고등학교 입학하면, 어쩌면 일을 그만둘지도 몰라.」

「뭐, 뭐야?」

찻잔을 쥔채로 굳어버린, 이 때의 나는, 실로 얼빠진 표정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중학교 때는 일이 바빠서 부활동 못했잖아? 그래서 고등학교에선 부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하고자 마음 먹은게 운동계열이니까, 일이 있다고 해서 쉴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아. 틀림없이 선배들도 화낼 거고.」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일의 날씨라도 말하듯이, 너 말야


「아, 그치만 아직 고민중. 러브베리는 즐거우니까, 계속할까, 말까 이러고 있어. 그러니까 수험이 끝나면 결론을 낼게.」


4월이 되면 그녀는…그런 제목의 희곡이 있었지. 아니아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냐. 젠장, 내일은 또 바다에 갈 수 밖에 없는건가? 겨울바다가 나를 부르고 있다.


「히로세 씨, 한그릇 더 드실래요?」


따분하지 않은 인생에도 정도가 있지. 눈 앞에서 행복한 듯 햄버그를 먹고 있는 꼬맹이는, 아마 아무 생각도 없겠지. 내 발치에서 놀아주길 원하는듯 하루나의 남동생・탓쿤 3세가, 해맑은 눈망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알았다 알았어. 있다가 기관차 토마스 놀이 해줄테니까, 그치만 지금, 이 순간은 내 머릿속이 새하얗다고. 탓쿤 어른은 힘들단다.


「깜짝 놀랐어?」

아마,도. 하지만 일단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한그릇 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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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설령 세계를 잃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세계를 위해 너를 잃고 싶지 않다.

옛날에, 죽은 여자 밝히는 어딘가의 시인이 했던 말.



        EPISODE 5 : 꿈의 너머로


「그래서 말이지, 거기 미소 라멘이 진짜 맛있다니까」

고등학교 무렵부터의 친구와 라멘을 먹으러 간다.

이녀석은 평소에는, 모델 클럽의 매니져를 하고 있는데, 소속 모델들도 진저리칠 만큼 라멘 홍보대사 같은 녀석이다.


「같은 가게에서 계속해서 소유를 먹은 적이 있거든. 소유도 뭐 꽤 맛있지. 그치만, 설마 미소가 그렇게 맛있을줄은, 이 나도 알아보지 못했어.」


「그 가게 소유는 나도 먹어본 적이 있어. 맛있었어. 근데 미소는 또 그렇게 달라?」


「달라. 가끔씩 들리던 가게였던 만큼 더 의외였어. 아아, 뭐라 해야할까…」

잠시 뜸을 들이며, 녀석은 적당한 말을 찾는다.


「수수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애가, 안경을 벗자 실은 귀여웠었다…그런 느낌?」

「바보야! 넌 바보야!」

그 말대로 미소는 맛있긴 했지만.

                   

 ●                       ●

 

간신히 연락이 닿은 에리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일단 같이 레코드 회사의 사람과 만나 사정을 말했지만, 울면서 사과할 뿐이라 제대로 된 내용은 못됐다. 결국, 그 자리에서 고정 어린이 프로그램의 강판이 결정. 핏치만 겨우겨우 마지막까지 하기로 하고 이야기는 끝났다. 이야기가 끝난 후, 계속 울기만 하는 에리를 다독이면서 역까지 걷는다.

 

「죄송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죄송해요. 모두에게 폐를 끼쳐 죄송해요…」중얼중얼 혼잣말처럼 쉬지않고 사과하는 에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오늘도 하늘을 올려본다.


「그치만, 그래도…

흐릿한 하늘이다.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핏치만큼은 할게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별이 보이질 않네.

                    

●                       ●


어디선가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

조금 지나서야, 그게 내 휴대폰의 벨소리였단 걸 간신히 알아차렸다.


『네』

『아, 사장이야?』

이 난폭한 말씨는 그녀석 말곤 없다. 스탭인 토모야다.


『토막장인가』

『토막장이 아냐!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그게 말이다

『바다냐?』

왜 들킨거지?


『또 바다 가있는거야? 알고말고 아까전부터 파도 소리가 들리고 있거든.

『…응

『뭐, 심정은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만. 얼른 돌아와. 다른 아이도 있으니까.

『알아』

『아, 그리고 말이지…』

                    

●                       ●


「그럼, 마스터. 다음 안주는…」

그리고 언제나의 가게・K月. 오늘은 스윙걸즈 해외원정을 갔다 돌아온 나기사랑 같이 마시러 왔다.


「그럼, 나기쨩이 좋아하는 매실이랑 차조기를 써서, 뭔가 만들어 볼까요?」

「마스터 최고!」

나기사 열렬한 박수. 이녀석은 스물 한살이 되어서도 애같다니까.

마스터랑 말을 나누고 있는 나기사를 곁눈질로 보면서 생각한다. 불행중 다행히도, 나는 에리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루카의 오디션에 따라 가고, 미호의 무대 스케쥴을 관리하고, 아리카의 프로필을 보내고, 하루나의 촬영에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귀국한 나기사랑 마신다. 할 일이 있어 다행이야. 일거리가 없었다면, 이녀석들이 없었다면, 정말로 나는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일이 있은후 몇번인가 에리와는 만났었다.


「아, 저번주 녹음 때 말이죠…」

「응」

스스로 말했던 대로, 핏치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세이라.

「흠흠」

「그랬더니, 스튜디오에 놨둔 내 그림이 다음주 대본의 표지 그림에 실렸지 뭐에요!」

「오오! 그거 대단하네」

그리고 우리들은 대화를 나눈다. 언제나처럼 밝고, 신나게, 절대로 그 일은 건드리지 않고서.


「Happy TOGETHER는 보고 있나요?」

「가끔씩

「굉장하다고요~ 세이라의 일러스트가, 팍팍 업로드 되고 있다구요~」

「그러니」

「굉장하다니까요. 짤막한 만화도 센스가 넘쳐서 재밌고, 그치만 그 사람도 중증의 핏치 신자네요. 핏치가 끝나면 대체 어떻게 되려나?」 그건 너한테 묻고 싶다.


핏치가 끝나면, 넌 어떻게 될거니?


「그, 그래서 있죠…히로세 씨 듣고 있어요?」

「어 그래, 듣고 있어 듣고 있어

어느샌가 화제는 나기사의 알바 이야기로 바뀌었다.


「나기는 있죠, 이쪽에 친구가 적다구요. 뮤지컬에서 같이 출연했던 애나, 스윙에 같이 출연한 애나, 일에 관계된 사람 밖에 없어요. 그래서, 알바를 해서 동년대의 친구를 만들까 하는데, 아무래도 스케쥴이 생겼을 때, 이해해주는 알바가, 좀처럼 없어서…」


그렇겠지. 시프트나 메뉴얼이 엄격한 체인점이면, 이 일을 하고 있는 아이는 힘들거야. 그치만 이해해주는 알바처라니,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게


「여기서 일하면 되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마스터가 말한다.


「네에에에엣!!그래도 되요?」

나기사 눈망울이 촉촉하다.

분명 여기라면 이해도 해줄테고, 마스터라면 맡겨도 안심이 되고, 다른 알바생도 학생에 괜찮은 애들이고, 내 감시망도 닿고, 시급은 낮겠지만 식사도 나온다. 나쁘지 않아.


「달리 없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되고 말고요.」

마스터, 당신 좋은 사람이야.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있죠…」

「왜 그래?」

「갓 상경했을 무렵에, 나기 바 ミ○ン에서 알바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아직 신참이었는데 바쁜 시간이 되어서, 요리를 이쪽저쪽의 테이블로 날라야 해서, 익숙치 않은데 요리를 한가득 떠넘겨져서, 패닉 상태가 되어선…」


「그래서?」


「손님 머리에 라면을 쏟아붓고, 호되게 혼나고, 잘린 일이 있어요. 이런 나기라도 괜찮나요?」

「……」

그런 만화같은 시츄에이션, 여지껏 본적이 없다고.

                   

 ●                       ●


「여어」

「안녕하세요」

핏치의 최종녹음 일이 찾아왔다.

오늘을 끝으로 에리의 스케쥴은, 내일부터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


「시험 어땠어?」

「에에 그게 말이죠…」

여느때처럼 약속장소에서 만나, 여느때처럼 가벼운 잡담을 하면서 스튜디오로 향한다.


「아참, 에리. 너『카이조』마지막권은 읽었어?」

「아니, 그니까 저는…」

「사족의 사족이라고 권말 후기가 있거든

「네? 그럼, 그 마지막 페이지 후에 치탄이 등장해서『케케케, 이걸로 끝일거라 생각했지? 멍청한 놈들』이렇게 말해서, 전부 뒤집어지는…」

「아니,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지만…뭐, 읽어봐


스튜디오를 가는 도중에 서점에 들려 에리한테 카이조를 사주었다. 여전히 공으로 얻는 주제에, 진열돼 있는 제일 위에 것을 집어들고자 하면 성을 내시고. 언제나와 똑같다.

                    

●                       ●


최종화의 녹음은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 예정된 시간에 끝났다.

요란했던 최종화의 텐션 그대로, 다같이 쫑파티 회장으로 이동해 파티가 시작된다.


「♪愛のたーめにたたーかう♪」

에리의 노래로 막을 연 뒷풀이는 최고조로 고조되어 간다. 오늘로 모든 것이 끝난다. 10년 이상에 걸쳐 이어진 나와 에리의 이야기도 마침내 최종화인 셈이다. 그것이 쓸쓸하기도 하고, 어딘지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ゆーめが始まるスーパソーング♪」


『Super Love Songs!』이 흐르자 청중은 한층 더 히트업. 세명이 스테이지에서 안무에 맞춰 춤추고 노래한다. 드레이드 마크인 빨간 모자를 쓴 후지모토 감독이 신이 나있다. 특별 게스트인 핑쿠 선생도 신이 나있다. 카츠 씨를 비롯해, 작곡이나 작사가 선생분들도 신이 나있다. 정말로, 정말로 스탭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었다고 새삼 생각한다.


아스미 쨩, 히토미 쨩, 아야노 씨가 제각각 솔로를 노래한다. 열광은 멈추지 않는다. 뒷풀이 회장의 클럽 모니터에는, 전부 핏치 영상이 끝없이 흐른다. 점원은 다들 멋들어진 요즘 젊은이들로, 뭐야 이건 하고 눈이 점이 되어있다. 분명히 핏치는 본적이 없겠지. 좋아. 좋아. 이젠 몇잔짼가 모르게 된 맥주를 들이킨다. 오늘로 끝이다. 드디어 오늘로 끝난다. 다들 떠들어!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七色ーのー、かーぜに吹かれてー♪」

 『Legend of Marmaid』다. 역시 라스트는 이 곡이야. 캐스트와 스탭이 다같이 합창이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좋은 작품을 만나 다행이야. 이 일을 에리와 할 수 있어 다행이야. 또 새로운 맥주를 마신다. 곡은 끝이 가까워졌고, 열광의 파티도 엔딩을 맞이한다.


뒷풀이가 끝났다.

                    

●                       ●

 

에리와 둘이서 걷고 있다.


「지난번에, 친구랑 미스터 도넛에 갔었어요

「흐음 아키하바라?」

「아니거든요. 평범한 곳

「흐음」

끝까지 평상시대로 잡담을 하고 끝이구나 싶었다.


「거기서 있죠, 옆자리 초등학생 아이들 그룹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젠 두번다시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 하나가 굉장히 핏치를 좋아해서, 세이라 땅을 정말 좋아해서, 다른 아이들한테 계속해서 그 작품의 재미를 말하지 뭐에요

「그랬니

「…あのね」

「응?」


「기뻤어요. 제가 망설이면서 해서, 잘 해냈는지 자신이 없는 세이라를 그렇게나 좋아해줘서. 아니, 그 아이만이 아니라, 조금이지만 온 팬레터도 무척 기뻤어요. 동경하던 성우분과 일을 할 수 있어 기뻤어요. 초등학생 때 FM시어터에 같이 출연한 나카타 씨와 같은 작품에 나올 수 있어 기뻤어요. 노래도, 노래를 할 수 있어서…」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이녀석은.


「난, 그런 일을 저질러 이젠 안 된다는 거 잘 알아요. 많은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친 것도 알아요. 복귀하고자 해도 불가능 할 거고, 그리고 지금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요.


그리고 이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알아버린 나도.


「그러니까…、その…」

「HP의 네 방은 폐쇄하지 않을거야

「네?」

「2、3개월에 한번씩이라도 괜찮으니까 원고를 그려서 가져와. 업로드 해줄게. 내용은 근황이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감상이든 뭐든 상관 없어.

「네

「오늘로 일은 전부 끝났지만, 언젠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거든 언제든지 돌아와.

「네

「아, 애니코레 드래곤에서 2호 원고 의뢰가 왔다고. 어쩔래?」

「으음..그릴래. 집에서 그려 보내드릴게요.」

「좋아」


이 지구의 작은 극동 섬나라. 그 한구석에, 그리고 예능계의 끝자락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아, 그리고 보면 몇년 후엔가는 게임 만들고 있을 거였지, 우리들

「그랬었나?」

「그렇다고」


그리고 걸어간다.              


●                       ●


내 방의 한구석에, 무식하게 큰 코르크보드가 벽에 걸려있다. 거기에는 학생시절의 친구부터, 로케지의 스냅사진까지, 수십장의 사진이 무질서하게 붙어있다. 그 사진 사이에 뒤섞여 있는 구석진 곳의 한장, 흑백에, 약간 빛바라기 시작한 한장의 사진.


거기에 그녀석이 있다.


그 사진 안에, 아직 조막만한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의 에리는, 처음으로 찍는 프로필용 사진에 다소 긴장하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실로 근사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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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가 지난 중앙선.

텅텅 빈 차내에, 나와 하루나는 우두커니 앉아있다.


「저 말야, 하루나・・」

이미 팔월도 다 지났는데 오늘도 푹푹 찐다.


「뭔가요?」

이런 철에, 에어콘을 켜놓으 전차는 잠이 온다.


「여름방학 숙제는 다 했어?」

있는 말 없는 말 끄집어내 잡담을 나우어도 잠이 올 것 같다. 별수없다.


「남은 건 국어 하나예요. 독서감상문」

「뭐 읽는데?」

 덧붙여, 나는 올 여름, 근처 도서관에서 배터리를 읽었다고.


「그게 말이죠, 만약 세계 사람들이 100명이라면?」

「뭐?」

 잠기운이 살짝 가신다.


「하루나, 그거 소설 아니지 않아?」

「응. 친구가 재밌다고 해서 읽어봤는데, 어떻게 감상문을 써야하나 고민 중.」


「그러냐・・」

 하루나, 넌 거물이 될 거야. 틀림없어.


        EPISODE 4 ・ 오른쪽에서 두번째 별


최근, 에리가 망가진 듯한 기분이 든다.

「애니코레 드래곤용 원고, 다 그렸어요~」

에리가 웃으며 원고를 내민다. 언제나의 미소다.


「음. 어디보자…」

마음대로 그리라고 하긴 했지만, 상당히 맛이 갔네요. 이번 원고는 그걸로 문제 없지만…


「어때요? 나쁘지 않죠?」

어라? 이녀석의 미소가 이랬던가? 무심코 생각한다.


「응. 괜찮을거야.」

원고는 문제없다. 그치만 최근 에리는 어딘가가 이상하다. 확실히 옛날부터 오타쿠였기도 했고, 매니악하고 별난 애였다. 하지만 명백히 지금까지완 다르다. 


텐션이 갑자기 올랐갔다가 내려갔다가, 그것도 편차가 격심한 수준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는 얼굴이라니, 마치


「요즘, 자주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조금씩 늘어가는 기분이에요.」

「응」

「이대로 계속 그리면, 더 실력이 좋아질까?」

「그래」

「Happy TOGETHER의 작가처럼?」

「뭐?」

「그러니까요, 그 정도로 잘 그리고 싶어요」

「뭐,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되겠지」

「좋아좋아, 응응」

키타노 유링, 에리 안에서 절찬 브레이크 중.

「그런데 말이죠…」

「뭐야?」

「저 그게…」

 에리가 머뭇거린다. 고갤 숙인다. 

그리고선 시선을 시선을 천천히 올려서, 나를 보면서, 그녀석은 말했다.

「이 일, 관두고 싶어요.」

                    

●                       ●


「마스터, 한 잔 더」

「어라? 웬일로 오늘은 많이 마시네요」

「응. 뭐 그렇죠」

사무소 근처에 있는 단골가게.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마시지 않지만, 오늘은 마시는 거다.


                    

●                       ●


「굉장히, 망설였어요. 아니, 사실은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 고 해야할까? 이 일은 어릴적부터의 꿈이고, 간신히 성우가 되어, 가수 데뷔도 했고, 그치만, 어릴적과 다르게 여러가지 사정 같은게 있고, 장래에 대한 거나,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이 내게는 있으니까, 그래서…」


응. 이녀석의 사생활은, 내가 아는 것만해도, 옛날부터 그건 참 복잡하고 많은 일들이 있어서, 평범한 여자애였다면 진작에 엇나갈 뿐이랴, 까딱하면 자살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성우나 노래에 관한 일은 좋아해요. 스탭은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동료 연기자도 싫은 사람은 없어. 그래서 고민하는 거죠. 그래서 갈등하는 거죠. 전부 관두고 싶다 생각하는 마음도. 아직 계속하고 싶다 생각하는 마음도, 양쪽 다 진짜라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괴로워요.」


그리고, 내가 이녀석에 대해 아는 것들이라 해봐야, 아마 틀림없이 극히 일부분이다.


「아, 안심하세요. 관두더라도 지금 바로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란 건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하고 있는 고정 방송을 제대로 끝내고, 그 후의 이야기예요. 응 내년 쯤의 이야기. 그래도, 많은 사람들한테 폐를 끼치게 되겠죠. 그것도 알고 있으니까, 줄곧 말할 수 없어서」


응. 나도 곤란해, 꽤 많이.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요. 일은 제대로 한다니까요. 그치만, 미리 알려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솔직하게 말한거에요. 요즘 말이죠, 스스로도 내가 이상하단 걸 알아요. 이따금씩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는 난처해 하고있다. 심지어 에리가 이렇게나 고민하고 있는 것도, 괴로워하고 있는 것도 알면서, 그래도 어떻게든 일을 계속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지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최악이구만. 이런 것도 포함해서 전부 이녀석은 알고 있겠지. 그래서, 갈등하는 거겠지. 정말이지.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니까요. 정말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사람이라니까. 그런 표정 지으면, 저도 어떤 표정 지어야 좋을지, 모르겠잖아요.」 이녀석의 미소는, 분명 이것보다 훨씬 귀여웠었지.


「……………고 생각해」

「네? 지금, 뭐라 하셨어요?」

「……웃으면 된다고 생각해.」

「…바보」

                    

●                       ●


「마스터. 저 술은 뭔가요? 보자...오른쪽에서 두번째에 있는 거」

「아아, 새로 입하한 일본주예요.『빛나는 별과 같이』」

「멋지네요, 근사한 이름이에요」

「마시기 좋은 술이에요. 마셔보실래요?」

「응」

스타를 말이죠, 만들고 싶었어요.

에리는 이제 틀렸으려나. 어쩌면 아직 가능성이 있으려나. 

얼마 안 남았다고.

앞으로 2년, 아니 1년만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위로 갈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녀석의 지명도가 높아져, 지금보다 훨씬 바빠지고

사무소도 그녀석 개인도 대박이 터져 

그리고…그렇게 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녀석은 웃을 수 있을까?

나는 웃을 수 있을까?

그녀석의 미소는


                   

 ●                       ●


「웃으면(笑えば) 인가요. 웃는다면(笑えれば)이지요

「아, 응…」

압도되는 감각.


「만약의, 이야긴데요

「응?」

「히로세 씨가 이제까지 알고있던 저나, 봐온 제가 전부 거짓말이었을지도 몰라요.~」

「……」

「어릴 때부터 계~속 히로세 씨 앞에서는, 연기로 진정한 나를 숨기고, 그 때 했던 말도, 전에 울면서 상담했던 일도, 집안사정도, 개인적으로 있었던 일도, 전~부 거짓말이고, 사실은 단지 일하는 게 싫어져서, 놀고 싶어져서 관두는 것 뿐일지도 몰라요~


에리가 희죽희죽 웃으며 말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일단 대답은 해둔다.


그리고 내 대답 같은 건 듣지도 않는 듯, 에리는 하늘을 올려보며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까진 말이죠, 주위 친구들이 진로에 대한 말을 해도, 나는 히로세 씨랑 쭉 같이 해나갈 거니까 관계 없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스타를 만드는 게 히로세 씨의 꿈이었으니까요. 나 혼자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어릴적부터 오직 히로세 씨의 등을 필사적으로 쫓아갔으니까 말이죠, 그 외의 사는 방식이 있을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힐끔 나를 본다. 웃는다.

「히로세 씨, 둔감하니까.『와하하, 에리, 성우 할 수 있어 기쁘지』라거나『와하하, 에리, 가수 할 수 있어서 기쁘지』라고, 혼자 들떠서는, 멋대로 스케쥴을 짜선,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도 하나도 알아주지 못했는 걸


이번엔 발치를 본다. 작게 웃는다.

「그치만, 싫지 않았어요. 그런 점

깨닫고 보니, 벌써 역이다.

뭔가 말하고자 했지만, 뭘 말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괜찮아. 털어놨더니 살짝 개운해졌으니까. 그럼, 다음에 보는 건 토요일이네요. 또 봐요.

에리가 손을 흔들며 지하철 홈으로 사라진다.

이상하게 뒷모습이 작아 보였다.

                    

●                       ●


「그럼, 마스터 또 올게요」

후둘거리는 다리로 밖에 나왔다. 오늘밤은 평상시보다 별이 잘 보인다.


자, 그럼.

아직 멀었어, 이런데서, 이런 일로 끝날까 보냐.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걸으면서 에리를 생각한다. 

그녀석은 내가 알아주지 못한 사이, 많은 것들을 떠안기고 말았으니까.

내 기대이니 꿈이니 하는 건 무거웠을 거야.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해야만 해.

그녀석도, 나도, 주위 사람들도, 모두에게 있어 가장 좋은 길을 찾아야 해.

성공하면 굉장하다고.

에나츠의 21구의 시작인거야.(※79년 일본시리즈의 전설같은 활약.)

실로 재밌어졌잖아.

밤길을 걸으며, 혼자서 결의한다.

다음은 토요일이군. 좋아!

                    

●                       ●


다음은 없었다.

에리는 난생 처음으로 현장을 펑크내고, 집에도 돌아가지 않고, 휴대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이 된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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