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7.html


「넌 여전하구나」

테이블 맞은 편에서,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그런가?」

「그래」

그리고 티컵을 양손으로 감싸듯 쥐고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뭐 그렇지. 여전히, 살짝 파란만장한 일상생활을 보내며, 울고 웃고 달리고 넘어지고 고민하면서, 시간이 생기면 바다를 보러 간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다에 가버리는 것과,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은 옛날부터 변함이 없다. 그야말로「여전하구나」라고 우연히 재회한 고등학생 무렵 좋아했던 소녀한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더는 소녀라곤 말못할 연령이지만, 그 때와 똑같은 목소리와 똑같은 미소로 나를 보며 웃는다. 아무래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양이다. 어라? 그러고 보면 난 어째서 무슨 일이 있을라치면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이 생겼더라? 맞다, 그 일도 있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 갖다 붙인 구실.…아, 그래 맞아. 기억났다.


응.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이었다.



        EPISODE 7 : 유리로 된 유원지


『귀하는 허기를 느끼고 있는지요?』



별것 아닌 문자로 호출을 받고서, 또 다시 주말 라멘 홍보대사와 라멘을 먹으러 간다. 이녀석은 예능계 주민인 주제에,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쉬고 싶어한단 말이지. 


그것도, 모처럼의 휴일임에도 이녀석의 경우엔 【라멘을 먹고 있거나. 낚시를 하고 있거나. 노부나가의 야망을 하고 있거나】행동패턴은 대략 이 세가지다. 그러니까 출세를 못하는 거야, 자네는.


뭐,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지만. 그렇게 오늘만 해도 맛있는 라멘을 수소문해 요코하마 방면으로 차를 타고 간다. 정말이지, 저녁노을의 태양이 눈에 스며든다.


「그래서, 요즘은 어때?」

 물어보니까 솔직하게 답한다.


「아ー 일은 그냥저냥. 루카가 리쿠르트 용 비디오를 찍기로 결정나서, 다음주에 사이판에 가.」

「오~, 축하해. 캐스팅은 어디?」

「CPP의 야마우치 씨」

「야마우치 씨인가, 나도 CM2편 정도 나갔어」

「『출연 시킨 게』아니라『출연한』거냐」

「응, 나갔어.」

이녀석은 캐릭터를 살려서 종종 cm에 출연하고 있다. 소속 모델들은 아우성이지만, 사무소적으론 페이가 들어오니까 오케이란 듯 싶다. 참고로 닮은 유명인은 김정일 장군님이다.

「그밖에는?」

물어보니까 다시 솔직하게 답한다.


「하루나가 관둘지도 모르겠어」

「진짜로? 왜?」

「고등학교 입학하면 부활동이 해보고 싶어서, 기왕 할거라면 운동부 계열이 좋아서, 그렇게 되면 모델 일이 있다고해서 쉴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으음」

 라멘 홍보대사가 아주 무겁게 끄덕인다.

「이 이상, 솔직한 이유는 없지.」


무라카미 하루나는 신기한 소녀다.

하루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한마디로 욕심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일처리는 확실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3학년 때 처음으로 NHK에 데려갔더니「이 아이 재밌다」며『 さわやか3組』의 주역으로 느닷없이 데뷔가 결정나고, 「맨날 보고 있으니까 출연해보고 싶을지도」란 이유로 『天才てれびくん』의 오디션을 받더니 800명을 훌쩍 제치고 고정출연을 따내고,「한번 정돈 나가보고 싶을지도?」라고 말하길래『러브베리』의 편집부에 데려갔더니「이 애 괜찮네」라며 레귤러 모델로 발탁되고, 「만나고 싶으니까 와줘」란 말을 듣고 나루미야에 얼굴을 비췄더니『ANGEL BLU E』의 모델로 발탁됐다.


드라마나 영화나 CM도 다 그랬다. 본인은「그냥 흐름에 몸을 맡겼더니, 어느샌가 여기까지 와 있었어」란 모양이다. 아무튼지 굉장한 존재감과 센스. 그건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천재인 것이다. 나도 업계 생활이 길지만, 이런 아이는 여지껏 만나본 적이 없다. 언젠가 터무니없는 일을 해줄 것만 같아서, 굉장한 곳으로 나를 이끌어줄 것 같아서 두근두근 거린다. 하지만, 그런 아이이기 때문에야 말로, 이대로 언젠가 관둘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하루나가 지금까지 관두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관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그정도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말로 신기한 소녀라 이 말이지.


「이런! 실수했다」

멍하니 조수석에 앉아 흘러가는 경치를 보고 있으려니, 운전석에서 소리가 났다.


「왜그래?」

「길을 착각했어. 한바퀴 빙 돌아서 아까랑 같은 곳에 와버렸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다,인 거냐?」

「미안, 미안. 지도로 확인했으니까 이제 괜찮아.」

「별로 개의치 않는데」

경치를 보면서 답한다.

어차피 내 인생이란 돌아가는 길의 연속이거든.

                    


                       ●


「はい。ドーンドーンドーン」

녹음실 부스에서 거한 히로 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오늘은 루카・아리카・미호 세 아가씨를 데리고 유선방송의 녹화를 하러 왔다. 퍼스널리티는 야스다이 서커스.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전에는「개그맨이랑 같이 일하는 건 처음이니까 기대된다~」고들, 들떠 있던 아이들이었으나, 막상 본무대에 들어서자 긴장을 해 엉망진창이다. 그렇게 도와달란 눈으로 날 봐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고, 아가씨들. 


자기소개부터 말이 계속 꼬이는 루카, 메일 주소를 틀리는 아리카, 긴장해서 대사가 붕 뜬 미호. 내 머리속에서『멍텅구리 삼인조』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나저나, 야스다이 서커스는 반칙일 정도로 캐릭터가 강렬하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도, 간신히 녹음은 종료. 상냥한 스탭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진짜 재밌었지~」

「그치만 살짝 말이 꼬여버렸어」

「응. 버벅버벅 한심두심~」

그렇게나 한심함 100%인 녹음을 하고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낙담한 기색도 없이, 활기차게 역까지의 긴 언덕길을 걷는 세소녀. 그 근심없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뭐 상관없으려나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원래는 녹음을 잘 못한 다음에는 반성회를 해야 하는데.


「히로세 씨, 오늘은 굉장히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또 부탁드려요」

뭐, 됐어.


타고난 천재인 하루나나 에리랑 비교하면, 너무나도 평범한 범재 120%인 이녀석들이다. 틀림없이, 걸어가는 앞으로의 길은 험난한 언덕길의 연속임이 분명하겠지. 그치만 이녀석들이라면, 의외로 즐겁게 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곤 해도, 이녀석들을 한사람 몫 하게 만드는데는 앞으로 대체 얼마나 걸리게 될까?

                   

 ●                       ●


 K月. 내가 보내는 언제나의 밤.


오늘도 일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가게의 카운터에서 마시고 있었다.


「마스터, 오늘은 뭔가요?」

「글쎄요, 추천할 만한 건 복어회. 흰살 생선이지만 맡이 진해서 괜찮습니다. 그거 말곤 삶아서 가볍게 밑간을 친 무를 일본풍 버터 소스로 구운다음, 유채꽃이나 땅두릅 등의 봄철 야채를 곁드린 것이…」

「그럼, 둘 다」


안경이 어울리는 마스터는 화식 출신. 그치만 요일한정으로 내는 오늘의 추천 요리는 창작요리도 많고, 매일 와도 질리지 않는다. 기본은 화식이나 오므라이스 같은 것도 제법 맛있다. 그러고 보면 나기사는 눈앞에서 오믈릿을 잘라준데 감동해 호들갑을 떨고, 먹고난 다음은 먹은대로「맛있어, 진짜 맛있어. 오므라이스 전문점보다 맛있어. 마스터 천재」라고 호들갑이었지.


「히로세 씨, 저 또 곡을 만들었슴다」

알바생인 한심두심 대장 유타가 주문한 안주를 들고 온다.


「어떤 노래야?」

「한마디로 실연곡임다. 애인한테 차여서 얼마든지 곡을 만들 수 있을 듯한 기세임다」쓴웃음.


「야, U타. 옆마을에 유원지가 있었던 거 알아?」


                   

 ●                       ●


한밤중의 유원지에 둘이서 몰래 잠입한다. 그러자고 말을 꺼낸 건 나. 당연하지만 그녀는 불안한 어조로 묻는다.


「괜찮을까?」

「괜찮고 말고. 재밌을 거 같잖아?」

「…えーと, 응. 재밌을 거 같아」

학교의 교실에서 방과후, 책상을 붙여놓고 은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우리들만의 비밀 대작전이다.


그녀의 집은 엄격하니까 말이지. 부모님이 주무시길 기다렸다가 창문으로 빠져나오는 거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텅빈 유원지의 주차장 구석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둘이서 펜스를 넘는다. 녹이 슨 낡은 펜스를 뛰어 넘은 순간, 전신이 흥분으로 떨려왔다.


달린다.

「뭐 탈까?」

「으음~ 처음은 회전목마지!」

둘이서 신나서 넒은 유원지를 뛰어다닌다. 당연히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움직일리 없는 회전목마나 커피컵에 탄다. 멀리서 회중 가로등의 조그만 불빛. 위험하다. 수풀에 숨어 경비원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뛰어다닌 탓에 목이 말랐다. 자판기는 전기가 들어와 있으니까 쥬스를 산다. 덜컹. 쥬스가 나오는 소리가 무척 컸기에 우리 둘은 흠칫했다. 건배. 그리고 유원지 중앙에 있는 아주 긴 큰 계단을 단숨에 올라 돌아보니, 거기에는 저 멀리 신주쿠의 고층빌딩까지 보이는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굉장하네」

「응」

「예쁘다」

「응」

손을 맞잡는다. 웃는다.

그 무렵의 나는, 바라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부모의 반대로 그녀와는 그 직후 바로 만날 수 없게 됐고, 유원지도 몇 년 전에 폐장되고 말았다.

                   

 ●                       ●


「내가 상경한 무렵에는 이미 폐장되었으니까 말이죠. 가본 적이 없슴다.」

「그렇겠지. 뭐, 그렇게 대단한 유원지도 아니었으니까.」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하루나다.


『지금의 생각을 들어주세요』

하루나는 며칠 전에 입학할 고등학교가 정해졌다. 앞으로 어찌할지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결론이 나온 모양이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고, 무사히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하고자 해요. 왜냐면 그게 내 장래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니까요.』


역시 안 되는 건가. 그 재능은 정말로 아깝지만, 그녀석의 인생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뭐, 가끔씩 밥먹으러 실례는 할거고, 탓군과도 놀아줄거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다시 끈질기게 권유를 할 생각이지만. 문자의 뒷내용을 스크롤 해 읽는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3년간은 러브베리랑, 오랜 기간 촬영하지 않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뭐야?


『학교 문제로 NG날이 늘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안개가 끼인 머리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이건, 계속한다. 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야,U타. 흑맥주 작은 병으로 하나 가져와. 난 살짝 해피하거든」

「알겠슴다~」


의외였다. 솔직히 말해서 의외였다. 하루나는 이 일에 대해서, 그다지 의욕이나 흥미가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치만 전에 말했었지, 일은 싫어하지 않는다고. 촬영은 즐겁고, 팬레터도 무척이나 기쁘다. 단지, 학교를 쉬거나 친구랑 지낼 시간이 적은게 쓸쓸하다. 응.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하루나는 일을 좋아했던 걸까?


「그만둬도 괜찮아」란 말을 듣고「더 해볼래요」라고 답할 만큼은. 그러고 보면, 하루나가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팬레터를 읽은 적이 있었지. 마음에 걸려 물어봤더니, 그 편지를 쓴 소녀는 줄곧 입원중이고, 매달 엄마가 사다주는 러브베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또, 니가타의 오지야 초등학교의 여자애가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그 아이는 니가타 현 주에츠 지진을 겪고, 그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가 잠잠해진 다음 서점에 갔더니, 러브베리가 놓여져 있었다. 책을 펼치니 거기에는 모델들의 미소가 빛나고 있었고, 근사하다고 생각하며 기운이 샘솟았다. 그중에서도 하루나의 미소가 기운을 복돋아 주었다고 한다. 본인은 즐겁게 촬영을 했을 뿐이지만, 어쩌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단 모양이다. 그래 맞아. 근사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일이라고.



「야 U타. 흑맥주 한병 더 가져와. 건배다. 오늘의 나는 상당히 해피하거든」

「나참, 뭐에 건배하시는데요?」

「…지금은 없는 유원지에, 일까?」

「이해는 안 되지만, 알겠슴다~」

하루나한테 답장을 쓴다.


『문자 봤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5분후, 하루나에게서 온 답장은, 실로 기대한 대로의 한마디.


『일단은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해 볼게요.』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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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6.html


핏치가 끝나고, 정해진 스케줄을 전부 소화한 에리는 충전기간에 들어갔다.


예능활동이란 점에선, 일단 엔드마크를 찍은 것이다. 깨닫고 보니, 얼마 있음 2004년이 다 끝나가고 있다. 오늘도 춥다.


에리로부터는, 이따금씩 문자가 온다. 내용은 근황보고다. 학교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거나, 요즘엔 알바를 시작했다, 따위의 것들. 조금씩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걸 문장을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고민했지만, 결국은 쉬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야 이야기가 마침표를 찍은 후에도, 이야기의 주인공들 인생은 그녀석이 죽기전까지 이어지는 셈이니까, 그리고 에리의 인생도 아직 앞으로 한창 길고 말이다. 아아, 돌고도는 세계에 찾아오는 미래.


그러니까 말이지, 말하자면 이제부터 앞길은 피리오드의 건너편이라 이거야.


       EPISODE 6 : 밤하늘 저편


에리와 만나지 못한 뒤로도, 시간은 변함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다른 아이를 돌보고, 자료를 만들어 영업을 뛰고, 약속장소에서 만나, 오디션에 따라 가고, 촬영이나 녹음 현장에 간다. 영업처에서는 고개를 조아리고, 구두 밑창을 거덜내고, 오디션 현장에서는 분위기를 띄우고, 현장에서는 밝게 행동하며, 그리고 K月에 마시러 가서, 알바생인 뮤지션 지망생 U타한테 설교를 하고, 단골손님이나 마스터와 잡담을 즐기며, 숨은 메뉴를 먹고, 이따금씩 바다에 가야만 한다.


여지껏, 매일같이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상대와, 갑자기 만날 수 없게 되는 건은 이상한 일인데, 그럼에도 차츰 익숙해졌다. 어느 책에 의하면 인간이란, 어지간한 일에는 적응한다는 모양이다.


오늘도 춥다. 늘 그랬듯 K月에서 한잔 걸친 후에, 한밤 중, 사무소에서 우편물을 체크하고 있으려니 에리한테 보낸 팬레터가 있었다. 이걸로 몇통째려나? 에리한테 전하고자 사무소 어드레스로 보낸 메일도 포함하면 제법 수가 된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을 만치 고맙다. 에리, 너는 여유가 하나도 없어서 몰랐겠지만, 분명히 네 노래나 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고.


아무튼, 편지나 메일은 내일 모아서 전해주도록 하자. 요즘은 에리도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았으니까 말이지, 읽어도 괜찮을 거야. 그나저나 정말로 춥구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냉장고에서 두캔째 시원하게 해놓은 맥주를 꺼내 마셔대니까 답이 없다. 꿀꺽 꿀꺽 꿀꺽…오늘도 겨우 하루가 끝난다.                    


●                       ●


「그랬구나, 에리쨩 그만두는구나. 아까운 일이네.」

「멍청아! 관둔게 아냐! 충전기간이라고!!」

그리고 이이다바시에 있는 카도가와 영화. 8층의 응접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는 나와 사토시.


「오, 과연 전망이 좋구만」

「그야, 8층이니까요. 그치만 앞으로 에리쨩 어쩔거에요?」

「굉장한데, 위에서 보니 사람이 마치 쓰레기처럼…」

「말이 좋아 충전이지, 이제 돌아오지 못하잖아요? 차라리, 이대로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간 편이 나을지도 몰라요. 돌아온단들 본인에게 괴로운 상황일테고」


「야 임마, 사~토~시~」

양손을 뻗고서, 태양과 커다란 창을 뒤로 하고 돌아본다.

「그런 어른이나 할법한 시시한 말은 하지말라고」

내 좌우명을 알려주도록 하지.재미없는 세상을 재미있게…』

과연, 내가 죽으면 누군가가 계속해서 읊어주려나?


「……야스 씨」

반쯤 질린 표정으로 사토시가 말한다.

「뭐야?」

「우리들은 이미 어엿한 어른이라구요」

「…할말은 그뿐이냐?」

적어도『어엿함』이 없는 거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이제그만 받아들이세요~」

그건 아마 죽을때까지 무리. 그런 식으로 세상과 타협하는 처세술만 해서는, 죽을 때 후회하게 된다고? 그리고 말이다, 사토시. 넌 반쯤 질려하고 있지만, 나머지 반은 부러운 듯한 표정이잖아? 내기해도 좋다. 그쪽의 반쪽은, 내가 고등학생 무렵부터 알고 있는 네 진짜 얼굴이라고.


「아, 맞다. 여기서 도보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맛있는 라멘가게가 있다고. 미소라멘 밖에 없고, 점심시간에만 영업하지만, 니글니글 농후한 스프에 끝내주게 맛있다고. 갈래?」


「라멘입니까…야스 씨, 당신 정말로 에리쨩을 걱정하긴 하는 건가요?」

아마도. 그래도 일단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라멘을 먹을래.

                    

●                       ●


사토시의 근무처에서 얻어온 화집이니 만화와 함께, 팬이 보낸 편지나 메일을 프린트 한 걸 에리집에 부치고 올해의 일은 종료. 적당한 시간이었기에, 그대로 마시러 가기로 했다. 언제나의K月는 연말연시로 휴업 중이다. 별수 없으니 이제껏 들아가본 일 없는 가게에서, 잔뜩 마시고 거하게 취한다. 가게를 나와 흐느적 흐느적 갈지자 걸음으로 걷고 있으려니, 문뜩 볼에 차가운 게 닿은 걸 느꼈다.


눈이다.


「어쩐지 이상하게 춥더니만, 이렇군…」

혼잣말을 해본다. 밤하늘에서 팔랑팔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아무도 없는 밤거리에 지퍼 라이터의 뚜껑을 여는 딸깍 하는 소리가 더없이 투명하게 울렸다. 밤하늘을 향해 크게 연기를 토해내었을 때,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진동을 울리고 있는 걸 깨닫는다. 착신의 표시를 보자 에리다. 핏치의 마지막날 이래, 문자로 연락은 있었지만, 전화가 걸려온 것은 처음이었다.


「여보세요」

『あ、あの…에리예요』

「오오, 오랫만이네. 저녁쯤에, 너네집 우편함에 전달할 물건을 넣어뒀어. 확인은 했니?」

『네』

「예의 사토시한테서 얻은 화집이랑 만화, 그리고 팬이 보내준 편지랑 메일이야」

『네. 방금 집에 와서, 그리고…팬들이 보내준…편지나…메일을…읽고서…그리고…』

「그래」

『나…응원해주는 사람이나…많은 사람들을…배신하고, 도망쳤는데…정말로, 최악의 인간인데 …어째서…이렇게나…힘내라느니…힘내지 않아도 괜찮다느니, 어째서, 이렇게…상냥한…』


뜨문 뜨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조그만 목소리는, 거기서 결국 말이 끊기고 말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곽을 꺼내어, 새담배를 하나 입에 문다. 밤하늘에서는 올해 마지막 눈이 나직하게 흩날리고 있다. 내가 사는 익숙한 마을에 나직하게 눈이 내린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목소리를 죽이고서 에리고 울고 있었다.

                   

 ●                       ●


약속은 시부야의 커피숍에서 15시. 2005년, 첫 미팅이다.


만나기로 한 상대는 신인 성우. 이미 심야 시간대 애니메이션에선 주역을 맡고 있는, 올해는 더욱 비약이 기대되는 사람. 외견은 산뜻한 미남이지만, 홈페이지를 보건대 상당한 오타쿠인 듯 하다.


「아, 공식 사이트에서 봤어요. 로봇을 좋아하신다면서요.」

「이거 참 부끄럽네요. 실은…」


이 사람과는 작년, 몇번인가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쳤지만,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다. 대수롭지 않은 화제에서 시작해, 점점 본론으로 옮겨져 간다.


「그래서, 키타무라 씨 말인데요」

「네」


「저는 몇명인가 동료들과 같이 유닛이랄지,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말은 이렇게 해도 아직 오리지널 곡을 만들어 스튜디오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단계고, 구체적인 라이브 예정 같은 건 미정이에요. 멤버는 다들 다른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고, 평소에는 프로로 성우활동을 하고 있죠. 그러니까 이건 작업이라기 보단, 취미적 활동이에요. 장래에는 오리지널로 드라마cd만들면 좋겠는데~ 이런 소릴 하고 있지만요


「네」

「모쪼록, 키타무라 씨가 멤버에 들어왔으면 합니다.」

「고마운 얘기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거기서 말을 끊고, 아이스 티를 빨대를 쓰지 않고 단번에 마신다. 좋아 간다!


「에리는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예능활동을 쉬고 있어요. 쉬기 전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 해서, 고정 프로그램을 중도하차 당하기도 했어요. 많은 관계자 분들께도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시 활동을 하고자 하면, 갖가지 문제도 있을테고, 어쩌면 당신이 곤란해질지도 몰라요.」


「네」

「그러니까…」

「그래도 부탁드립니다.」

「네?」

「히로세 씨의 에세이도 읽었고, 약간이지만 사정도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키타무라 씨가 멤버로 들어왔으면 하는 거에요.」


「그녀석은 말이죠, 성가시다구요~ 그리고, 학교는 쉴수 없고, 알바도 하고 있으니까 스케쥴 잡기도 힘들고, 제멋대로에 바보같은 꼬맹이에, 오타쿠고…」


「그래도 상관없어요. 부탁드려요!

그가 올곧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그 올곧음이 기뻤다.


「…에리랑은 말이죠」

그래서 고백하기로 했다.

「네」


「어제 얘기했어요. 그녀석은 자기가 저지른 일을 이해하고 있어요. 알고 있으니까 스스로를 계속 자책하고 있죠. 녹음을 펑크내고 방송을 하차당한 날부터 줄곧입니다. 성우나 가수는 그녀석의 꿈이었습니다. 그걸 이런 모양새로 끝내버려도 될리가 없죠. 이대로는, 그녀석은 평생 이 일을 끌어안고서 후회하면서 살아야 돼요.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일반적인 사무소였다면, 이대로 은퇴를 시키겠지요. 어른의 사정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문제를 일으킨 탤런트는 사무소도 관여하지 않는게 이득입니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선 사무소는 구해도 에리는 구하지 못해요. 어릴적부터 내 등만 쫓아온 소녀 하나 못구해서야, 나도 사무소도 끝이죠. 가정사정이나 학교사정, 확실히 마이너스 요소는 있습니다만, 그녀석의 노래나 연기에 대한 재능은, 그것과 견주어도 남을만큼 센스 덩어리예요. 알고 계신가요? 그녀석은 여태까지 가수로도 성우로도 레슨 하나 받은 적이 없다구요?」


떠올린 것은, 처음으로 성우 일이 정해졌을 당시의 미소다.


「이제껏 같이 연기한 성우분들에게서 메일이 왔단 모양이에요. 팬들로부터도 잔뜩 편지나 메일이 왔죠. 라스트 엑자일이나 핏치, 한밤중에 여태까지 자기가 나온 작품을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본다는 모양이에요. 그녀석은 스스로 그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내색은 안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진심으로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선은『일』로써가 아니라, 그녀석이 즐겁게 노래하는 장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말입니다. 당신한테 무리인 걸 알면서 부탁하고 싶어요. 버거울지도 모르고, 부담을 지우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럼에도 부탁합니다. 에리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재활이라고 말하면 실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나도 모르는 새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들자 올곧은 눈이 나를 보고 있었다.


「키타무라 씨를 책임지고 맡도록 할게요. 물론 스케쥴이나 앞으로의 예정 같은 건, 확실히 히로세 씨를 통해 알리겠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단순한 말인데, 그 올곧고 상냥한 눈을 보고 있자니, 이제 에리는 문제 없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일단 마침표를 찍은 이야기였지만, 느닷없이 다음주부터 파트2 연재가 정해진 느낌이려나? 아니면 클리어한 게임의 엔딩을 본다음 톱화면으로 돌아갔더니, 지금까지 없었던 선택기가 나온 느낌이려나? 어느쪽이건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메인 캐스트도 늘어날 것 같고 말이야. 그나저나 앞을 읽을 수 없어서 따분하지 않은 인생이야. 물론 익숙해지는 일 따윈 있을리가 없다.


                    

●                       ●


일월 모일.


나는 하루나 댁에서 어머님이 직접 만든 햄버그를 먹고 있다.


「히로세 씨, 한그릇 더 드려요?」

「아, 조금만 더 부탁드려요」

하루나 댁의 밥은 맛있다. 나는 더없이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맛나게 드시네요.」

하루나가 숙제를 마치고, 방에서 나왔다.

「하루는 밥 어쩔래?」

어머니가 묻자 하루나가 답한다.


「으~음. 가볍게 해줘. 아, 맞다 히로세 씨. 있잖아…」

찻잔을 받으면서 하루나가 가볍게 말한다.


「4월이 되서 고등학교 입학하면, 어쩌면 일을 그만둘지도 몰라.」

「뭐, 뭐야?」

찻잔을 쥔채로 굳어버린, 이 때의 나는, 실로 얼빠진 표정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중학교 때는 일이 바빠서 부활동 못했잖아? 그래서 고등학교에선 부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하고자 마음 먹은게 운동계열이니까, 일이 있다고 해서 쉴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아. 틀림없이 선배들도 화낼 거고.」


그런 중요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내일의 날씨라도 말하듯이, 너 말야


「아, 그치만 아직 고민중. 러브베리는 즐거우니까, 계속할까, 말까 이러고 있어. 그러니까 수험이 끝나면 결론을 낼게.」


4월이 되면 그녀는…그런 제목의 희곡이 있었지. 아니아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냐. 젠장, 내일은 또 바다에 갈 수 밖에 없는건가? 겨울바다가 나를 부르고 있다.


「히로세 씨, 한그릇 더 드실래요?」


따분하지 않은 인생에도 정도가 있지. 눈 앞에서 행복한 듯 햄버그를 먹고 있는 꼬맹이는, 아마 아무 생각도 없겠지. 내 발치에서 놀아주길 원하는듯 하루나의 남동생・탓쿤 3세가, 해맑은 눈망으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


알았다 알았어. 있다가 기관차 토마스 놀이 해줄테니까, 그치만 지금, 이 순간은 내 머릿속이 새하얗다고. 탓쿤 어른은 힘들단다.


「깜짝 놀랐어?」

아마,도. 하지만 일단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한그릇 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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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irose-project.com/room_hirose.html


너를 위해 설령 세계를 잃게 되는 일이 있더라도

세계를 위해 너를 잃고 싶지 않다.

옛날에, 죽은 여자 밝히는 어딘가의 시인이 했던 말.



        EPISODE 5 : 꿈의 너머로


「그래서 말이지, 거기 미소 라멘이 진짜 맛있다니까」

고등학교 무렵부터의 친구와 라멘을 먹으러 간다.

이녀석은 평소에는, 모델 클럽의 매니져를 하고 있는데, 소속 모델들도 진저리칠 만큼 라멘 홍보대사 같은 녀석이다.


「같은 가게에서 계속해서 소유를 먹은 적이 있거든. 소유도 뭐 꽤 맛있지. 그치만, 설마 미소가 그렇게 맛있을줄은, 이 나도 알아보지 못했어.」


「그 가게 소유는 나도 먹어본 적이 있어. 맛있었어. 근데 미소는 또 그렇게 달라?」


「달라. 가끔씩 들리던 가게였던 만큼 더 의외였어. 아아, 뭐라 해야할까…」

잠시 뜸을 들이며, 녀석은 적당한 말을 찾는다.


「수수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애가, 안경을 벗자 실은 귀여웠었다…그런 느낌?」

「바보야! 넌 바보야!」

그 말대로 미소는 맛있긴 했지만.

                   

 ●                       ●

 

간신히 연락이 닿은 에리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일단 같이 레코드 회사의 사람과 만나 사정을 말했지만, 울면서 사과할 뿐이라 제대로 된 내용은 못됐다. 결국, 그 자리에서 고정 어린이 프로그램의 강판이 결정. 핏치만 겨우겨우 마지막까지 하기로 하고 이야기는 끝났다. 이야기가 끝난 후, 계속 울기만 하는 에리를 다독이면서 역까지 걷는다.

 

「죄송해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죄송해요. 모두에게 폐를 끼쳐 죄송해요…」중얼중얼 혼잣말처럼 쉬지않고 사과하는 에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서, 오늘도 하늘을 올려본다.


「그치만, 그래도…

흐릿한 하늘이다. 두꺼운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핏치만큼은 할게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게요…」

별이 보이질 않네.

                    

●                       ●


어디선가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

조금 지나서야, 그게 내 휴대폰의 벨소리였단 걸 간신히 알아차렸다.


『네』

『아, 사장이야?』

이 난폭한 말씨는 그녀석 말곤 없다. 스탭인 토모야다.


『토막장인가』

『토막장이 아냐!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그게 말이다

『바다냐?』

왜 들킨거지?


『또 바다 가있는거야? 알고말고 아까전부터 파도 소리가 들리고 있거든.

『…응

『뭐, 심정은 이해못할 것도 아니다만. 얼른 돌아와. 다른 아이도 있으니까.

『알아』

『아, 그리고 말이지…』

                    

●                       ●


「그럼, 마스터. 다음 안주는…」

그리고 언제나의 가게・K月. 오늘은 스윙걸즈 해외원정을 갔다 돌아온 나기사랑 같이 마시러 왔다.


「그럼, 나기쨩이 좋아하는 매실이랑 차조기를 써서, 뭔가 만들어 볼까요?」

「마스터 최고!」

나기사 열렬한 박수. 이녀석은 스물 한살이 되어서도 애같다니까.

마스터랑 말을 나누고 있는 나기사를 곁눈질로 보면서 생각한다. 불행중 다행히도, 나는 에리 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었다. 루카의 오디션에 따라 가고, 미호의 무대 스케쥴을 관리하고, 아리카의 프로필을 보내고, 하루나의 촬영에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귀국한 나기사랑 마신다. 할 일이 있어 다행이야. 일거리가 없었다면, 이녀석들이 없었다면, 정말로 나는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그일이 있은후 몇번인가 에리와는 만났었다.


「아, 저번주 녹음 때 말이죠…」

「응」

스스로 말했던 대로, 핏치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세이라.

「흠흠」

「그랬더니, 스튜디오에 놨둔 내 그림이 다음주 대본의 표지 그림에 실렸지 뭐에요!」

「오오! 그거 대단하네」

그리고 우리들은 대화를 나눈다. 언제나처럼 밝고, 신나게, 절대로 그 일은 건드리지 않고서.


「Happy TOGETHER는 보고 있나요?」

「가끔씩

「굉장하다고요~ 세이라의 일러스트가, 팍팍 업로드 되고 있다구요~」

「그러니」

「굉장하다니까요. 짤막한 만화도 센스가 넘쳐서 재밌고, 그치만 그 사람도 중증의 핏치 신자네요. 핏치가 끝나면 대체 어떻게 되려나?」 그건 너한테 묻고 싶다.


핏치가 끝나면, 넌 어떻게 될거니?


「그, 그래서 있죠…히로세 씨 듣고 있어요?」

「어 그래, 듣고 있어 듣고 있어

어느샌가 화제는 나기사의 알바 이야기로 바뀌었다.


「나기는 있죠, 이쪽에 친구가 적다구요. 뮤지컬에서 같이 출연했던 애나, 스윙에 같이 출연한 애나, 일에 관계된 사람 밖에 없어요. 그래서, 알바를 해서 동년대의 친구를 만들까 하는데, 아무래도 스케쥴이 생겼을 때, 이해해주는 알바가, 좀처럼 없어서…」


그렇겠지. 시프트나 메뉴얼이 엄격한 체인점이면, 이 일을 하고 있는 아이는 힘들거야. 그치만 이해해주는 알바처라니,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게


「여기서 일하면 되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마스터가 말한다.


「네에에에엣!!그래도 되요?」

나기사 눈망울이 촉촉하다.

분명 여기라면 이해도 해줄테고, 마스터라면 맡겨도 안심이 되고, 다른 알바생도 학생에 괜찮은 애들이고, 내 감시망도 닿고, 시급은 낮겠지만 식사도 나온다. 나쁘지 않아.


「달리 없으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되고 말고요.」

마스터, 당신 좋은 사람이야.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있죠…」

「왜 그래?」

「갓 상경했을 무렵에, 나기 바 ミ○ン에서 알바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아직 신참이었는데 바쁜 시간이 되어서, 요리를 이쪽저쪽의 테이블로 날라야 해서, 익숙치 않은데 요리를 한가득 떠넘겨져서, 패닉 상태가 되어선…」


「그래서?」


「손님 머리에 라면을 쏟아붓고, 호되게 혼나고, 잘린 일이 있어요. 이런 나기라도 괜찮나요?」

「……」

그런 만화같은 시츄에이션, 여지껏 본적이 없다고.

                   

 ●                       ●


「여어」

「안녕하세요」

핏치의 최종녹음 일이 찾아왔다.

오늘을 끝으로 에리의 스케쥴은, 내일부터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


「시험 어땠어?」

「에에 그게 말이죠…」

여느때처럼 약속장소에서 만나, 여느때처럼 가벼운 잡담을 하면서 스튜디오로 향한다.


「아참, 에리. 너『카이조』마지막권은 읽었어?」

「아니, 그니까 저는…」

「사족의 사족이라고 권말 후기가 있거든

「네? 그럼, 그 마지막 페이지 후에 치탄이 등장해서『케케케, 이걸로 끝일거라 생각했지? 멍청한 놈들』이렇게 말해서, 전부 뒤집어지는…」

「아니,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지만…뭐, 읽어봐


스튜디오를 가는 도중에 서점에 들려 에리한테 카이조를 사주었다. 여전히 공으로 얻는 주제에, 진열돼 있는 제일 위에 것을 집어들고자 하면 성을 내시고. 언제나와 똑같다.

                    

●                       ●


최종화의 녹음은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 예정된 시간에 끝났다.

요란했던 최종화의 텐션 그대로, 다같이 쫑파티 회장으로 이동해 파티가 시작된다.


「♪愛のたーめにたたーかう♪」

에리의 노래로 막을 연 뒷풀이는 최고조로 고조되어 간다. 오늘로 모든 것이 끝난다. 10년 이상에 걸쳐 이어진 나와 에리의 이야기도 마침내 최종화인 셈이다. 그것이 쓸쓸하기도 하고, 어딘지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ゆーめが始まるスーパソーング♪」


『Super Love Songs!』이 흐르자 청중은 한층 더 히트업. 세명이 스테이지에서 안무에 맞춰 춤추고 노래한다. 드레이드 마크인 빨간 모자를 쓴 후지모토 감독이 신이 나있다. 특별 게스트인 핑쿠 선생도 신이 나있다. 카츠 씨를 비롯해, 작곡이나 작사가 선생분들도 신이 나있다. 정말로, 정말로 스탭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었다고 새삼 생각한다.


아스미 쨩, 히토미 쨩, 아야노 씨가 제각각 솔로를 노래한다. 열광은 멈추지 않는다. 뒷풀이 회장의 클럽 모니터에는, 전부 핏치 영상이 끝없이 흐른다. 점원은 다들 멋들어진 요즘 젊은이들로, 뭐야 이건 하고 눈이 점이 되어있다. 분명히 핏치는 본적이 없겠지. 좋아. 좋아. 이젠 몇잔짼가 모르게 된 맥주를 들이킨다. 오늘로 끝이다. 드디어 오늘로 끝난다. 다들 떠들어!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


「♪七色ーのー、かーぜに吹かれてー♪」

 『Legend of Marmaid』다. 역시 라스트는 이 곡이야. 캐스트와 스탭이 다같이 합창이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좋은 작품을 만나 다행이야. 이 일을 에리와 할 수 있어 다행이야. 또 새로운 맥주를 마신다. 곡은 끝이 가까워졌고, 열광의 파티도 엔딩을 맞이한다.


뒷풀이가 끝났다.

                    

●                       ●

 

에리와 둘이서 걷고 있다.


「지난번에, 친구랑 미스터 도넛에 갔었어요

「흐음 아키하바라?」

「아니거든요. 평범한 곳

「흐음」

끝까지 평상시대로 잡담을 하고 끝이구나 싶었다.


「거기서 있죠, 옆자리 초등학생 아이들 그룹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젠 두번다시 만날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 하나가 굉장히 핏치를 좋아해서, 세이라 땅을 정말 좋아해서, 다른 아이들한테 계속해서 그 작품의 재미를 말하지 뭐에요

「그랬니

「…あのね」

「응?」


「기뻤어요. 제가 망설이면서 해서, 잘 해냈는지 자신이 없는 세이라를 그렇게나 좋아해줘서. 아니, 그 아이만이 아니라, 조금이지만 온 팬레터도 무척 기뻤어요. 동경하던 성우분과 일을 할 수 있어 기뻤어요. 초등학생 때 FM시어터에 같이 출연한 나카타 씨와 같은 작품에 나올 수 있어 기뻤어요. 노래도, 노래를 할 수 있어서…」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이녀석은.


「난, 그런 일을 저질러 이젠 안 된다는 거 잘 알아요. 많은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친 것도 알아요. 복귀하고자 해도 불가능 할 거고, 그리고 지금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어요.


그리고 이녀석이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알아버린 나도.


「그러니까…、その…」

「HP의 네 방은 폐쇄하지 않을거야

「네?」

「2、3개월에 한번씩이라도 괜찮으니까 원고를 그려서 가져와. 업로드 해줄게. 내용은 근황이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감상이든 뭐든 상관 없어.

「네

「오늘로 일은 전부 끝났지만, 언젠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거든 언제든지 돌아와.

「네

「아, 애니코레 드래곤에서 2호 원고 의뢰가 왔다고. 어쩔래?」

「으음..그릴래. 집에서 그려 보내드릴게요.」

「좋아」


이 지구의 작은 극동 섬나라. 그 한구석에, 그리고 예능계의 끝자락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아, 그리고 보면 몇년 후엔가는 게임 만들고 있을 거였지, 우리들

「그랬었나?」

「그렇다고」


그리고 걸어간다.              


●                       ●


내 방의 한구석에, 무식하게 큰 코르크보드가 벽에 걸려있다. 거기에는 학생시절의 친구부터, 로케지의 스냅사진까지, 수십장의 사진이 무질서하게 붙어있다. 그 사진 사이에 뒤섞여 있는 구석진 곳의 한장, 흑백에, 약간 빛바라기 시작한 한장의 사진.


거기에 그녀석이 있다.


그 사진 안에, 아직 조막만한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의 에리는, 처음으로 찍는 프로필용 사진에 다소 긴장하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실로 근사한 미소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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