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irose-project.com/works_hirose/episode7.html
「넌 여전하구나」
테이블 맞은 편에서,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그런가?」
「그래」
그리고 티컵을 양손으로 감싸듯 쥐고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뭐 그렇지. 여전히, 살짝 파란만장한 일상생활을 보내며, 울고 웃고 달리고 넘어지고 고민하면서, 시간이 생기면 바다를 보러 간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다에 가버리는 것과,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은 옛날부터 변함이 없다. 그야말로「여전하구나」라고 우연히 재회한 고등학생 무렵 좋아했던 소녀한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더는 소녀라곤 말못할 연령이지만, 그 때와 똑같은 목소리와 똑같은 미소로 나를 보며 웃는다. 아무래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양이다. 어라? 그러고 보면 난 어째서 무슨 일이 있을라치면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이 생겼더라? 맞다, 그 일도 있지. 하지만 그건 나중에 갖다 붙인 구실.…아, 그래 맞아. 기억났다.
응.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이었다.
EPISODE 7 : 유리로 된 유원지
『귀하는 허기를 느끼고 있는지요?』
별것 아닌 문자로 호출을 받고서, 또 다시 주말 라멘 홍보대사와 라멘을 먹으러 간다. 이녀석은 예능계 주민인 주제에,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쉬고 싶어한단 말이지.
그것도, 모처럼의 휴일임에도 이녀석의 경우엔 【라멘을 먹고 있거나. 낚시를 하고 있거나. 노부나가의 야망을 하고 있거나】행동패턴은 대략 이 세가지다. 그러니까 출세를 못하는 거야, 자네는.
뭐, 본인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지만. 그렇게 오늘만 해도 맛있는 라멘을 수소문해 요코하마 방면으로 차를 타고 간다. 정말이지, 저녁노을의 태양이 눈에 스며든다.
「그래서, 요즘은 어때?」
물어보니까 솔직하게 답한다.
「아ー 일은 그냥저냥. 루카가 리쿠르트 용 비디오를 찍기로 결정나서, 다음주에 사이판에 가.」
「오~, 축하해. 캐스팅은 어디?」
「CPP의 야마우치 씨」
「야마우치 씨인가, 나도 CM2편 정도 나갔어」
「『출연 시킨 게』아니라『출연한』거냐」
「응, 나갔어.」
이녀석은 캐릭터를 살려서 종종 cm에 출연하고 있다. 소속 모델들은 아우성이지만, 사무소적으론 페이가 들어오니까 오케이란 듯 싶다. 참고로 닮은 유명인은 김정일 장군님이다.
「그밖에는?」
물어보니까 다시 솔직하게 답한다.
「하루나가 관둘지도 모르겠어」
「진짜로? 왜?」
「고등학교 입학하면 부활동이 해보고 싶어서, 기왕 할거라면 운동부 계열이 좋아서, 그렇게 되면 모델 일이 있다고해서 쉴 수가 없을 것 같으니까.」
「으음」
라멘 홍보대사가 아주 무겁게 끄덕인다.
「이 이상, 솔직한 이유는 없지.」
무라카미 하루나는 신기한 소녀다.
하루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한마디로 욕심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일처리는 확실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3학년 때 처음으로 NHK에 데려갔더니「이 아이 재밌다」며『 さわやか3組』의 주역으로 느닷없이 데뷔가 결정나고, 「맨날 보고 있으니까 출연해보고 싶을지도」란 이유로 『天才てれびくん』의 오디션을 받더니 800명을 훌쩍 제치고 고정출연을 따내고,「한번 정돈 나가보고 싶을지도?」라고 말하길래『러브베리』의 편집부에 데려갔더니「이 애 괜찮네」라며 레귤러 모델로 발탁되고, 「만나고 싶으니까 와줘」란 말을 듣고 나루미야에 얼굴을 비췄더니『ANGEL BLU E』의 모델로 발탁됐다.
드라마나 영화나 CM도 다 그랬다. 본인은「그냥 흐름에 몸을 맡겼더니, 어느샌가 여기까지 와 있었어」란 모양이다. 아무튼지 굉장한 존재감과 센스. 그건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말그대로 천재인 것이다. 나도 업계 생활이 길지만, 이런 아이는 여지껏 만나본 적이 없다. 언젠가 터무니없는 일을 해줄 것만 같아서, 굉장한 곳으로 나를 이끌어줄 것 같아서 두근두근 거린다. 하지만, 그런 아이이기 때문에야 말로, 이대로 언젠가 관둘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하루나가 지금까지 관두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관둘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그정도 이유가 아닐까 싶다.
정말로 신기한 소녀라 이 말이지.
「이런! 실수했다」
멍하니 조수석에 앉아 흘러가는 경치를 보고 있으려니, 운전석에서 소리가 났다.
「왜그래?」
「길을 착각했어. 한바퀴 빙 돌아서 아까랑 같은 곳에 와버렸어.」
「출발점으로 돌아오다,인 거냐?」
「미안, 미안. 지도로 확인했으니까 이제 괜찮아.」
「별로 개의치 않는데」
경치를 보면서 답한다.
어차피 내 인생이란 돌아가는 길의 연속이거든.
● ●
「はい。ドーンドーンドーン」
녹음실 부스에서 거한 히로 군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오늘은 루카・아리카・미호 세 아가씨를 데리고 유선방송의 녹화를 하러 왔다. 퍼스널리티는 야스다이 서커스.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전에는「개그맨이랑 같이 일하는 건 처음이니까 기대된다~」고들, 들떠 있던 아이들이었으나, 막상 본무대에 들어서자 긴장을 해 엉망진창이다. 그렇게 도와달란 눈으로 날 봐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고, 아가씨들.
자기소개부터 말이 계속 꼬이는 루카, 메일 주소를 틀리는 아리카, 긴장해서 대사가 붕 뜬 미호. 내 머리속에서『멍텅구리 삼인조』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나저나, 야스다이 서커스는 반칙일 정도로 캐릭터가 강렬하네. 그렇게 엉망진창으로도, 간신히 녹음은 종료. 상냥한 스탭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진짜 재밌었지~」
「그치만 살짝 말이 꼬여버렸어」
「응. 버벅버벅 한심두심~」
그렇게나 한심함 100%인 녹음을 하고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낙담한 기색도 없이, 활기차게 역까지의 긴 언덕길을 걷는 세소녀. 그 근심없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나까지 뭐 상관없으려나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원래는 녹음을 잘 못한 다음에는 반성회를 해야 하는데.
「히로세 씨, 오늘은 굉장히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또 부탁드려요」
뭐, 됐어.
타고난 천재인 하루나나 에리랑 비교하면, 너무나도 평범한 범재 120%인 이녀석들이다. 틀림없이, 걸어가는 앞으로의 길은 험난한 언덕길의 연속임이 분명하겠지. 그치만 이녀석들이라면, 의외로 즐겁게 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곤 해도, 이녀석들을 한사람 몫 하게 만드는데는 앞으로 대체 얼마나 걸리게 될까?
● ●
K月. 내가 보내는 언제나의 밤.
오늘도 일이 끝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가게의 카운터에서 마시고 있었다.
「마스터, 오늘은 뭔가요?」
「글쎄요, 추천할 만한 건 복어회. 흰살 생선이지만 맡이 진해서 괜찮습니다. 그거 말곤 삶아서 가볍게 밑간을 친 무를 일본풍 버터 소스로 구운다음, 유채꽃이나 땅두릅 등의 봄철 야채를 곁드린 것이…」
「그럼, 둘 다」
안경이 어울리는 마스터는 화식 출신. 그치만 요일한정으로 내는 오늘의 추천 요리는 창작요리도 많고, 매일 와도 질리지 않는다. 기본은 화식이나 오므라이스 같은 것도 제법 맛있다. 그러고 보면 나기사는 눈앞에서 오믈릿을 잘라준데 감동해 호들갑을 떨고, 먹고난 다음은 먹은대로「맛있어, 진짜 맛있어. 오므라이스 전문점보다 맛있어. 마스터 천재」라고 호들갑이었지.
「히로세 씨, 저 또 곡을 만들었슴다」
알바생인 한심두심 대장 유타가 주문한 안주를 들고 온다.
「어떤 노래야?」
「한마디로 실연곡임다. 애인한테 차여서 얼마든지 곡을 만들 수 있을 듯한 기세임다」쓴웃음.
「야, U타. 옆마을에 유원지가 있었던 거 알아?」
● ●
한밤중의 유원지에 둘이서 몰래 잠입한다. 그러자고 말을 꺼낸 건 나. 당연하지만 그녀는 불안한 어조로 묻는다.
「괜찮을까?」
「괜찮고 말고. 재밌을 거 같잖아?」
「…えーと, 응. 재밌을 거 같아」
학교의 교실에서 방과후, 책상을 붙여놓고 은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우리들만의 비밀 대작전이다.
그녀의 집은 엄격하니까 말이지. 부모님이 주무시길 기다렸다가 창문으로 빠져나오는 거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텅빈 유원지의 주차장 구석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둘이서 펜스를 넘는다. 녹이 슨 낡은 펜스를 뛰어 넘은 순간, 전신이 흥분으로 떨려왔다.
달린다.
「뭐 탈까?」
「으음~ 처음은 회전목마지!」
둘이서 신나서 넒은 유원지를 뛰어다닌다. 당연히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움직일리 없는 회전목마나 커피컵에 탄다. 멀리서 회중 가로등의 조그만 불빛. 위험하다. 수풀에 숨어 경비원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뛰어다닌 탓에 목이 말랐다. 자판기는 전기가 들어와 있으니까 쥬스를 산다. 덜컹. 쥬스가 나오는 소리가 무척 컸기에 우리 둘은 흠칫했다. 건배. 그리고 유원지 중앙에 있는 아주 긴 큰 계단을 단숨에 올라 돌아보니, 거기에는 저 멀리 신주쿠의 고층빌딩까지 보이는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굉장하네」
「응」
「예쁘다」
「응」
손을 맞잡는다. 웃는다.
그 무렵의 나는, 바라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부모의 반대로 그녀와는 그 직후 바로 만날 수 없게 됐고, 유원지도 몇 년 전에 폐장되고 말았다.
● ●
「내가 상경한 무렵에는 이미 폐장되었으니까 말이죠. 가본 적이 없슴다.」
「그렇겠지. 뭐, 그렇게 대단한 유원지도 아니었으니까.」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하루나다.
『지금의 생각을 들어주세요』
하루나는 며칠 전에 입학할 고등학교가 정해졌다. 앞으로 어찌할지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결론이 나온 모양이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고, 무사히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는 걸 최우선 목표로 하고자 해요. 왜냐면 그게 내 장래에 가장 중요한 것이라 확신하고 있으니까요.』
역시 안 되는 건가. 그 재능은 정말로 아깝지만, 그녀석의 인생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뭐, 가끔씩 밥먹으러 실례는 할거고, 탓군과도 놀아줄거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다시 끈질기게 권유를 할 생각이지만. 문자의 뒷내용을 스크롤 해 읽는다.
『그러니까 고등학교 3년간은 러브베리랑, 오랜 기간 촬영하지 않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뭐야?
『학교 문제로 NG날이 늘거라 생각하지만, 잘 부탁드려요.』
안개가 끼인 머리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이건, 계속한다. 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야,U타. 흑맥주 작은 병으로 하나 가져와. 난 살짝 해피하거든」
「알겠슴다~」
의외였다. 솔직히 말해서 의외였다. 하루나는 이 일에 대해서, 그다지 의욕이나 흥미가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치만 전에 말했었지, 일은 싫어하지 않는다고. 촬영은 즐겁고, 팬레터도 무척이나 기쁘다. 단지, 학교를 쉬거나 친구랑 지낼 시간이 적은게 쓸쓸하다. 응. 내가 생각했던 거보다 하루나는 일을 좋아했던 걸까?
「그만둬도 괜찮아」란 말을 듣고「더 해볼래요」라고 답할 만큼은. 그러고 보면, 하루나가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팬레터를 읽은 적이 있었지. 마음에 걸려 물어봤더니, 그 편지를 쓴 소녀는 줄곧 입원중이고, 매달 엄마가 사다주는 러브베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또, 니가타의 오지야 초등학교의 여자애가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그 아이는 니가타 현 주에츠 지진을 겪고, 그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가 잠잠해진 다음 서점에 갔더니, 러브베리가 놓여져 있었다. 책을 펼치니 거기에는 모델들의 미소가 빛나고 있었고, 근사하다고 생각하며 기운이 샘솟았다. 그중에서도 하루나의 미소가 기운을 복돋아 주었다고 한다. 본인은 즐겁게 촬영을 했을 뿐이지만, 어쩌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단 모양이다. 그래 맞아. 근사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일이라고.
「야 U타. 흑맥주 한병 더 가져와. 건배다. 오늘의 나는 상당히 해피하거든」
「나참, 뭐에 건배하시는데요?」
「…지금은 없는 유원지에, 일까?」
「이해는 안 되지만, 알겠슴다~」
하루나한테 답장을 쓴다.
『문자 봤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5분후, 하루나에게서 온 답장은, 실로 기대한 대로의 한마디.
『일단은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해 볼게요.』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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